[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7년 5월, 4년여 간의 긴 공백을 깨고 경영에 복귀한 날 ‘월드베스트 CJ’를 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2030년에는 최소 3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라서는 ‘월드베스트 CJ(World Best CJ)’가 되겠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7년 5월, 4년여 간의 긴 공백을 깨고 경영에 복귀한 날 ‘월드베스트 CJ’를 천명했다. 이는 2030년 3개 이상 사업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CJ제일제당은 그룹의 맏형으로 '월드베스트 CJ'라는 비전 달성을 위한 선봉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신종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53.3% 늘어난 22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조4817억원으로 전년보다 23.9% 증가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은 약 60%로 전년 동기보다 약 10% 포인트 늘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에는 매출 2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력 사업군을 중심으로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최대 실적과 분기 실적을 연속해 달성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1960년대 제일제당 부산공장 전경. 사진=CJ제일제당 제공
◇ 전쟁의 폐허 위에 세운 국내 최초의 설탕

CJ제일제당은 1953년 11월 5일 설립됐다. 고(故) 이병철 회장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 부산 전포동에 CJ제일제당의 전신인 제일제당공업을 세우고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서민들이 값싸게 설탕을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때 만들어진 상표가 ‘백설’이다.

1958년부터는 밀가루를 판매했으며 1975년에는 종합조미료인 ‘다시다’를 출시해 사업을 확장했다. 1980년대에는 햄 등 육가공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바이오와 생명공학 분야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CJ그룹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에 들어서는 식품사업 외에 이맹희 회장의 장녀인 이미경 부회장이 영화산업에 진출하며 1998년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출범시켰다.

이듬해에는 39쇼핑(현 CJ오쇼핑)을 인수해 국내 홈쇼핑 시장을 개척했고, 2010년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총괄하는 CJ E&M을 출범시키고 2011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해 지금의 사업군을 완성했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 비전으로 제시한 '월드베스트 CJ'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설탕 공장을 설립하던 당시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과 맥을 같이한다.

이 회장은 "2030년에는 월드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며 "CJ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대회장님과 저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3년 국내 최초로 생산된 설탕 시제품 앞에 선 이병철 선대회장. 사진=CJ제일제당 제공

◇ CJ제일제당, 1분기 글로벌 매출 비중 약 60% 기록

CJ제일제당은 비전 달성을 위해 식품과 바이오 등 전 사업부문에 걸쳐 고강도 체질개선을 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외형 성장도 놓치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은 2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 중 식품사업부문은 그룹의 모태 사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식품사업부문 매출은 8조105억원에 이른다.

식품사업은 가정간편식(HMR), 냉동, 쌀가공 제품 등의 가공식품과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의 소재식품을 아우른다.

CJ제일제당은 1~2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를 발 빠르게 예측하고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HMR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국내에서 압도적인 HMR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비고 죽'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최근 출시한 주요 HMR을 비롯해 햇반 등 핵심제품의 매출은 평균 두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올해는 슈완스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식품사업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식품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31.4% 증가한 2조260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3% 늘어난 1163억원이다.

이중에서도 1분기 코로나19로 식량 비축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간보다 126% 늘어난 1조386억원을 올렸다. 슈완스는 이 기간 매출 7426억원을 기록하며 본사 외형 확대에 기여했다. 또한 지난해 글로벌에서의 가공식품 매출도 전년보다 약 4배 이상 늘어난 3조1539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 중국 등에서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식품 생산·유통 인프라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K-푸드 확산 플랫폼'을 확보한 만큼 올해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 비식품부문, 선제적 투자로 고도의 R&D 경쟁력 갖춰

CJ제일제당의 비식품부문인 바이오사업과 CJ피드&케어는 선제적 투자로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고도의 R&D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린바이오와 생물자원을 아우르는 바이오 사업부문은 지난해 2조76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 늘어난 2327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8.4%로 전체 사업부문 중 가장 높았다.

고부가가치 품목인 식품조미소재 핵산의 판매가 늘면서 실적을 이끌고, 알지닌과 시스테인 등 스페셜티 제품 판매 기반도 확대됐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그린 바이오 사업의 핵심경쟁력인 우수 균주에 대한 연구개발과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의 생산량) 향상에 주력해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유지·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미국 아이오와 공장.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피드&케어(생물자원사업부문·사료 및 축산)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국내외 사료 판매처를 수익성 중심으로 조정했다. 올 1분기에는 본격적으로 효율화가 이뤄지며 CJ피드&케어 매출이 전년보다 8.5% 늘어난 54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2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ASF 발생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주력 시장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축산가가 회복되며 CJ피드&케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CJ제일제당은 월드베스트 CJ 비전 달성을 위해 세계 톱(TOP) 수준 경영 시스템으로 체질 혁신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 업무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중국·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현지 법인 등과 함께 어카운팅 프로그램과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인 RPA(Robotics Processing Automation), 챗봇 등 글로벌 통합 시스템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은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 보완, 발전시킬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통한 표준화로 해외 법인의 경영 활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경영 의사결정 속도 및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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