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외풍으로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나는 기업, 임직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지난 3월 30일 KT의 신임 CEO로 취임한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밝힌 취임사다.

구 대표는 "130년이 넘는 역사의 KT그룹은 대한민국 ICT 산업발전을 선도하고 모범적인 지배구조와 상생협력을 실천해 온 기업"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기업"이라고 자평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KT를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자리했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기 슬로건 공모전을 통해 '어드밴스 라이프&인더스트리(Advance Life & Industry), KT'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삼은 것. '고객 중심, 산업 혁신 리딩, 국민기업'으로 요약되는 구 대표의 경영철학을 압축한 표현이다. 그중에서도 '국민기업'에 대한 KT의 남다른 애착은 그 뿌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기업에서 재계 서열 12위 민간기업으로

한국전기통신공사 로고. 사진=KT
KT의 전신은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된 한국전기통신공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공기업으로 시작된 KT는 2002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정부가 KT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됐다.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는 민영화를 통해 재계 12위, 시가총액 7조원에 달하는 거대 그룹으로 부상했다.

국민을 위한 공기업에서 시작한 만큼 시장 지분율도 남다르다. 공기업 국내 유선 매출 1위, 무선 매출 2위, 유선전화 99%, 무선 30%, 인터넷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국통신이 등장한 것은 1990년 12월이다. 출범 당시 한국통신은 '정보, 통신, 인간의 융화'를 기업이념으로 삼았다.

KT 제1위성통신지구국(위성센터)의 모습. 사진=KT
공사화 후 1983년 국제자동전화 서비스를 개시, 이듬해 시외전화망을 개통했다. 1985년에는 충북 보은에 제1위성통신지구국을 신설하고 1987년 전국 전화 광역자동화를 이뤄 '1가구 1전화' 시대를 맞이했다.

국내 통신 역사의 혁신은 대부분 KT가 이뤄낸 업적이기도 하다. 1991년 컴퓨터통신 '하이텔'의 시범서비스로 시작해 1994년 국내 최초 상용 인터넷 서비스 'KORNET'을 개통했다. 1995년에는 '무궁화위성 1호'를 쏘아 올려 우주통신시대를 열었다. 이듬해에는 '무궁화위성 2호'를 통해 국내 위성방송 시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국내 최초 상용 인터넷 서비스 'KORNET'는 당시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 '쌈장'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KT
2009년 통신 기기 혁명도 이뤘다. 국내 통신사 중 최초로 애플 사의 아이폰을 Wi-Fi 기능 삭제 없이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서의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최근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해외 서버 접속도 KT가 가진 강점이다. 텔렉스, 국제전신 등 국제 전화망을 담당하고 있으며, 총 길이 1만4000km, 전송 용량 80Tbps의 세계 최대 용량의 해저케이블인 NCP(New Cross Pacific)의 관제센터(NOC)를 유치,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국내 유일 미국 직결 케이블의 사용권을 가지면서 환태평양 인터넷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구현모CEO, 12년 만에 KT 출신 왕좌에…내부 기대↑

구현모 대표가 주주들에게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T
지난 3월 취임한 구현모 CEO는 2009년 이래 12년 만에 등장한 KT 출신 대표다. 첫 행보도 인상적이다. 회장 대신 사장으로 직급을 낮추고 급여도 줄였다. 재계의 거물, 권력자의 자리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구 대표는 1987년 KT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해온 전형적인 'KT맨'인 만큼 내부의 기대도 크다.

KT전략 CFT그룹 전략1담당 상무대우를 달며 임원 생활을 시작한 구 대표는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연구부터 경영, 영업까지 KT 내부 전반적 상황을 두루두루 경험한 것.

이러한 전문성에 오랜 기간 KT에 근무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조직의 문제점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도 기대된다.

최근 KT는 구 대표가 취임사에서 역설했던 '국민이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전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AI(인공지능) 기반 글로벌 플랫폼 달성'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던 것과는 정반대다.

KT는 구 대표 취임 이후 고객 대상 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내수 비중이 70%가량으로 높아 국내 이미지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부산시 긴급재난지원금 대행 비용 전액 부담, 국민 응원송 '그 마음을 담아' 발표, 새로운 기업 캠페인 '마음을 담다' 등에서도 유난히 '따뜻한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KT는 신년 행사를 열고 ‘고객 중심의 조직 변화’를 다짐했다. 사진=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과 마케팅 부문으로 분리돼 있던 영업, 상품·서비스 개발조직을 '커스터머 부문'으로 통합해 힘을 실어준 것도 궤를 같이 한다.

KT는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요구를 민첩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 조직으로 전환했다. 미래를 위한 3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고객발 자기혁신'을 선정한 것도 고객 중심 경영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를 발판으로 구 대표는 5G, 인공지능, 기업(B2B)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미디어 사업에서는 유료방송 M&A에서 배제돼 있는 만큼, 인터넷TV(IPTV) 사업을 기반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점은 '구현모 호'의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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