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CLX, 국내 최대 정유·석유화학단지로 성장

친환경 설비 VRDS 1조 투자·디지털 DNA로 딥체인지 가속화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SK에너지는 최근 세차·발렛파킹 등 전문 서비스업체 6곳과 제휴를 맺고 '차량관리 플랫폼(Car Care Platform)'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이들 제휴사들과 통합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우선 손세차, 출장세차, 셀프세차, 발렛파킹 등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후 신차 중개, 전기차 충전 등 관련 분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SK에너지가 지난 4월 발표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3대 전략 중 하나인 '디지털 플랫폼' 과제의 일환이다. SK에너지는 차량관리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별 객관적인 정보와 예약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탑(One-Stop) 시스템 등의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고객가치 혁신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모빌리티 고객에게 최적의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DT 전략을 통해 고객가치를 계속해서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울산CLX, 국내 최대 정유·석유화학단지로 성장…하루 84만배럴 정제

SK에너지는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해 1980년 ㈜선경의 지분 인수로 SK그룹의 일원이 됐다. 2007년 7월 SK그룹의 지주회사로 SK주식회사가 출범하면서 기존에 석유사업을 담당하던 SK㈜가 사업회사 SK에너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1년 1월 SK에너지㈜가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편입돼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 계열 자회사는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 SK아이테크놀로지 등 6개사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SK에너지의 매출은 32조4423억원으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매출(49조8765억원) 비중에서 65.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올 1분기 기준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직원 수는 2783명이다.

1962년 국내 최초 정유사로 출범한 대한석유공사 울산정유공장이 울산에 자리를 잡은 이후 울산콤플렉스(CLX)에는 하루 84만배럴의 석유 제품과 연산 550만톤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단지로 성장했다.

울산CLX는 여의도 면적의 3배 크기(826만 m²)로,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 등 SK이노베이션 계열 3개사의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공장 등의 에너지 시설로 구성돼 있다.

SK 울산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친환경 사업 결실…1조원 투자 VRDS 본격 가동

SK에너지는 지난해 6월5일 환경의 날 "친환경 사업장 구축과 사업 개발을 통한 친환경 사회적가치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는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 데 이어 친환경 사업장 조성에 2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에는 친환경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국내에서 3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에도 나섰다. 그린본드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 공해 방지 사업 등 친환경 사업의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으로만 발생할 수 있는 채권이다. 여기서 모은 자금 일부가 SK 울산CLX VRDS 구축 사업에 투입됐다.

올해 3월 SK에너지는 VRDS의 시운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2017년 11월 1조원 규모의 VRDS 신설을 발표한 이후 이듬해 1월 착공을 시작해 총 27개월 14일 만에 기계적 준공은 물론 시운전까지 마무리했다. 무사고·무재해 기록도 세웠다.

신설된 VRDS에는 총 240㎞의 크고 작은 배관과 이 배관을 연결하는 약 2만4000개의 이음새가 들어갔다. 통상 시운전 기간에는 이음새의 틈새로 오일, 가스 등의 누출 문제가 발생해 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SK에너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점검을 6단계로 세분화했으며 점검 실명제도 도입했다. 그 결과 반응기, 열교환기 등 대형 설비 누출 문제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VRDS는 SK 울산CLX 자체 기술력만으로 시운전을 마쳤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외국 설비 전문업체의 엔지니어가 한국에 파견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시운전에 성공했다.

조 사장은 "VRDS의 성공적 시운전 완료는 SK에너지의 높은 공정 운전 기술력의 결정체"라며 "이는 최근 처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SK에너지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VRDS 설비가 본격 가동하면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0.5% 저유황 중질유, 선박용 경유 등 하루 총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황 함량 규제로 전 세계 선박용 저유황 연료유 시장이 2019년 일평균 10만 배럴에서 올해는 100만 배럴로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VRDS 가동으로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 울산CLX 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디지털 전환 승부수…"석유사업 한계 뛰어넘겠다"

SK에너지는 대외 변수에 취약해 위기가 반복되는 주력 석유정제업의 한계를 '디지털 전환'으로 극복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디지털·친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조 사장이 밝힌 디지털 전환의 3대 추진 방안은 △디지털 운영 효율성 (Digital Operational Excellency) △디지털·친환경 (Digital Green)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 등이다.

조 사장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최근의 위기 상황은 통상적 수준의 변화로는 극복하기 어렵고, 극복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디지털 전환이 위기를 본질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에너지는 핵심 생산거점인 울산CLX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강화한다. 2017년 일부 공정에 도입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접목 '스마트 플랜트'를 울산CLX 전 공정으로 확대한다. 물류에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비용을 줄이는 '스마트 물류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전체가 추진하는 '그린밸런스 2030'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디지털 그린'을 추진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다고 밝혔다. 공장 폐수를 재처리하는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오는 2027년부터 오염물질 배출 감축이 의무화하는 항공유 시장에 대비하는 '바이오 항공 플랫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고객에게 다양한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와 관련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올인원 자동차 케어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전국 3000여개 SK주유소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주유·물류·세차·주차 등 서비스를 개선하고, 중고차 거래와 전기차 충전까지 가능하도록 해 주유소를 고객 생활 편의를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기로 했다.

조 사장은 "디지털 DNA를 기반으로 석유사업의 한계를 넘는 근본적 변화(딥체인지)를 가속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자"며 "3대 전략에 맞게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 과감하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SK에너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3대 추진 전략. 자료=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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