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애착이 담긴 계열사 '현대모비스'

단순 제조회사서 전차(戰車)·열차·항공·자동차 등 고부가 사업 확장

첨단 자동차 부품사로 우뚝…미래차 핵심 기술로 세계 선도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평소 현대모비스에도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현대차 사내이사직을 내려놨지만, 현대모비스에서는 사내이사를 유지했다. 현대모비스는 단순히 현대차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정 회장이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해준 계기를 마련해 준 회사이기도 하다.

현대정공이란 이름으로 1977년 처음 설립됐던 현대모비스는 초대 최고경영자(CEO)인 정 회장의 경영 아래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컨테이너와 공작기계 등 제조산업부터 자동차, 항공, 열차 등 고부가가치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특히 정 회장이 공을 들인 분야는 자동차다.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1980년대 동생인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이 경영하고 있던 현대차를 정 회장에게 물려주기 위해 현대정공(현대모비스)에서 경영수업을 시켰다.

정 회장은 1987년 현대정공 사장에서 회장으로 새로 취임한 이후, 사업목적에 ‘자동차제조판매업’을 추가해 현대 갤로퍼·싼타모 등 완성차 모델을 출시했다. 이같은 성과들로 정 회장은 자동차 분야 경영에 인정을 받게 됐으며, 1999년 마침내 현대차 회장에도 오를 수 있게 됐다.

1991년 갤로퍼 1호차 출고식 현장 모습.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 단순 컨테이너 제조에서 첨단 자동차 부품 생산까지

1977년 7월 자본금 2500만원으로 창립한 현대정공은 컨테이너 생산이 초기 주력 사업이었다. 당시 정몽구 현대정공 사장은 국내 수출산업의 성장에 따라 컨테이너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대정공은 대표사업이었던 컨테이너를 1977년부터 2000년까지 23여년간 266만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생산했다. 이는 전 세계 3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높이로 환산할 경우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높이의 770배(6900km)에 이른다.

세계 컨테이너 시장에서 생산 1위를 기록한 현대정공은 철도와 항공 등 기계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대, 곧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78년 디젤전기기관차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던 현대차량(현재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흡수하며 1986년 대통령 전용 기차와 KTX 전의 고급 열차인 ‘새마을호’를 만들었다.

같은해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던 ‘자기부상열차’ 개발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자기부상열차는 1993년 8월 7일부터 열린 대전 EXPO에 선보였고, 시범운행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일본,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정공은 전차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어 한국형 전차인 88전차를 만들었다. 자주국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시기 전차도입국에서 전차개발국으로 탈바꿈하는데 현대정공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특히 88전차는 개념설계에서부터 탄생까지 총 7년이 소요됐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성공시킨 것이다. 현대정공의 활약에 우리나라는 세계 5위안에 드는 자국 고유모델 전차생산국이 됐다.

현대정공은 항공 산업에도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1989년에는 현대헬기 1호기를 선보였다. 현대정공의 항공산업은 기술개발을 계속하다 현대, 삼성, 대우와 함께 만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일부가 됐다.

현대정공이 자동차산업에서 명성을 얻은건 요즘에도 국내 대표 오프로드 4륜구동차로 회자되고 있는 ‘갤로퍼’를 1991년에 제작하면서다. 갤로퍼는 출시 이듬해인 1992년 총 판매대수 2만3738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전체 4륜구동차 시장의 51.9%를 차지했다. 자동차산업 매출 규모도 2755억4000만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하며 주력사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정공은 자동차 부품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자동차 생산부문을 현대차에 넘겼으며 컨테이너 생산도 중단했다. 열차사업과 방위사업 등 핵심사업은 현대로템으로 넘겼으며, 중공업사업부문은 현대위아로 보냈다.

사명도 현대모비스로 변경, 고부가가치 모듈 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2000년부터 매년 매출액이 1조원씩 증가할 정도로 ‘폭풍 성장’을 하게 됐다. 직원수도 설립 초기 1300여명에서 현재 3만여명으로 20배이상 늘었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세계 7위의 자동차 고부가기치 모듈생산 기업으로 올라섰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 미래차 기술 개발의 선두주자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커넥티비티·전동화 등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활동으로 2018년에만 640건의 특허를 신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등록한 특허에는 자율주행을 위한 필수 요소기술인 후측방 레이더와 첨단 지능형 헤드램프 등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래차의 핵심기술들이 포함됐다.

현대모비스는 신규 특허를 포함해 혁신적인 미래차 부품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에만 핵심부품 매출액의 약 9% 수준인 835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연구인력도 12% 증원된 4100여명으로 확대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자율주행 관련 새로운 기술을 쏟아냈다. 2014년부터 해마다 10% 안팎으로 늘린 연구·개발(R&D)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2025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목표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현재도 자율주행 센서부터, 운전자 지원 기술, 그리고 이를 융합한 자율주행 솔루션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R&D를 통해 미래차 핵심 기술 축적에 나섰다. 최근 자동차 S/W 개발과 검증을 담당하고 있는 인도연구소를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으며, 국내를 중심으로 북미, 유럽, 중국, 인도에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운영 중인 인도연구소 인근의 신규 IT단지에 제 2연구 거점을 추가로 구축하고 확대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용 S/W 개발과 안정성 확보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를 통해 미래 자율주행 S/W 개발과 관련한 현지 연구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연구소에 총 5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기술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7억 달러의 해외 수주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27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2019년 TV CF.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 ‘M.Vision S’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과 비전 제시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박람회인 CES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진화를 제시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전동화 등 그동안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핵심기술을 응축해 새로운 모빌리티 세계를 선보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기반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인 '엠비전 에스(M.Vision S)'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 차별화된 신기술을 전시해 전세계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분야는 센서와 제어 솔루션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올해까지 레벨3 자율주행 핵심 요소 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레벨4 기술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커넥티비티 분야는 인포테인먼트 통합제어기, 음성인식, 보안 등 핵심기술을 확보, 2021년까지 V2X, 5G 통신 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전동화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인 수소 연료전지, 배터리 등의 핵심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면서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자체 개발한 핵심기술들의 검증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 충남 서산시에 자율주행 전용 시험로를 갖춘 약 109만㎡(34만 평) 규모의 주행시험장을 2017년에 준공하기도 했다.

총3400여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서산주행시험장은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한 전초기지로서 총 14개의 최첨단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또 스웨덴, 중국,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도 신기술과 신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주행시험장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 중인 자율주행시험차 ‘엠빌리(M.Billy)’를 현재 10대에서 2020년 말까지 30대로 확대 운영해 자율주행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자체 개발한 운전자지원시스템(DAS) 기술과 이들을 융합한 자율주행 솔루션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증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면서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차 신기술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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