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불모지 개척 53년…굴지의 정유사로 거듭나
종합 에너지사업으로 도약…'체질 개선' 잰걸음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GS칼텍스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와 이를 위한 혁신이 절실합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미래를 선도하는 '에너지 기업의 변화와 확장'으로의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올해 1월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며 "앞으로의 3년, 5년 그리고 10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 및 전략과 함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우선순위화해 수립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허 사장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와 정제마진의 약세로 사업 환경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GS칼텍스를 포함한 국내 정유4사는 최근 코로나19와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악재를 맞아 실적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7조7224억원, 2018년 4조6377억원, 2019년 3조908억원으로 수익성이 움츠러들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한 에쓰오일은 1조원대 영업손실을 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5600억원대 적자를, SK이노베이션도 분기사상 최대인 1조7000억원대 손실을 냈다. 곧 발표할 GS칼텍스 역시 같은 기간 70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 업계에서는 정유4사의 1분기 적자가 4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이한 허 사장은 신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올레핀 생산시설(MFC) 건설, 기존 주유소 개념에서 진화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생산시설에 대한 에너지효율화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경영 등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둔 선택과 집중이라는 허 사장의 판단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다.

  •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지난 1월17일 청평 인재개발원에서 올해 새로 임명된 팀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GS칼텍스 제공
◇ 위기를 기회로 '역발상' 전략…굴지의 정유사로 발돋움

GS칼텍스는 1967년 5월19일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와 미국 정유사 쉐브론 자회사인 칼텍스가 50대 50 합작으로 세운 호남정유가 전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정유사기도 하다. 호남정유는 1996년 LG칼텍스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 GS그룹이 출범하면서 현재의 사명을 유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경제 위기 때마다 과감한 '역발상' 전략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1981년 2차 석유파동 당시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휴 정제시설을 활용한 '임가공 수출' 방침을 택했다. 이를 통해 원유 확보와 제품 판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을 단번에 석유제품 수출국가로 뒤바꿔 놓은 획기적인 일화로 유명하다.

창립 이듬해인 1968년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GS칼텍스는 2018년 36조363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창립 초기 하루 6만배럴 수준이던 정제시절은 현재 80만배럴로 커졌다. 고도화율은 34.3%다. 전남 여수에 있는 GS칼텍스 정유공장은 단일 정유공장 기준 세계 4위로 우뚝 섰다.

GS칼텍스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1조원의 투자를 하는 등 꾸준히 시설을 확충해왔다. 특히 경질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경질유를 생산하는 중질유 분해시설을 계속 확충했다.

GS칼텍스는 1995년 제1 중질유 분해시설(RFCC, 유동성촉매분해시설)을 시작으로 2007년 제2 중질유 분해시설(HCR, 수첨탈황분해시설), 2010년 제3 중질유 분해시설(VRHCR, 감압잔사유 수첨탈황분해시설), 2013년 제4 중질유 분해시설(VGO FCC, 감압 경유 유동상촉매시설)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고도화 처리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 같은 시설 확충을 통해 GS칼텍스는 하루 27만4000배럴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 GS칼텍스 여수공장. 사진=GS칼텍스 제공
◇ 정유를 넘어 석유화학분야까지…종합에너지기업 도약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사업에도 일찌감치 뛰어들어 성장동력을 확보해 왔다. 1988년 연산 12만t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시작으로 1990년 국내 첫 파라자일렌 공장을 설립했다. 1990년 제1 BTX(방향족) 공장, 1995년 제2 파라자일렌 생산시설, 2000년 제2 BTX공장, 2003년 제3 파라자일렌 등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현재는 연산 135만t의 파라자일렌 공장과 연산 280만t의 방향족 생산능력을 갖췄다.

현재 GS칼텍스는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올레핀 사업에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허 사장이 직접 챙기는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또한 오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틴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 GS칼텍스 주유소, 전기차 서비스 도입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 개념에서 진화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주유소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주유·정비·세차 등 기존 서비스에 전기차 충전·공유·경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를 더한 차세대 주유소다.

지난해 5월 GS칼텍스는 서울 시내 7개 주유소에 100㎾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하며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 시내를 비롯해 부천, 고양, 의정부, 부산, 울산, 광주 등 주요 도시 내 37개 직영 주유소에서 41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100㎾급 충전기는 30분 만에 50㎾H를 충전할 수 있다. 이는 서울에서 대구 인근까지의 거리(약 250km)를 주행할 수 있는 용량이다. 기존 충전기(50㎾급 이하)와 비교해선 충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한 수소충전소를 착공했다.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소와 LPG충전소 유휴 부지에 100㎾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도 설치해 휘발유, 경유, LPG, 전기, 수소에 이르는 모든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토탈 에너지 스테이션'을 마련할 계획이다.

  • 서울 강동구 소재 GS칼텍스 '토탈 에너지 스테이션' 조감도. 자료=GS칼텍스 제공
◇에너지효율화 기반 친환경 경영 속도

허 사장의 친환경 경영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취임 직후 친환경 경영을 중심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그린본드를 발행하고 온실가스 및 대기 오염물질 저감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GS칼텍스는 여수공장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연료를 '저유황 중유(LSFO)'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량 대체를 완료했다. LNG는 저유황 중유와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중유는 테라줄(TJ)당 약 76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LNG는 56t에 불과하다.

GS칼텍스는 이번 연료 대체로 기존 저유황 중유 사용 시설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19% 줄여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LNG가 탄소와 수소로만 구성돼 있는 만큼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 유발물질 배출량도 기존 대비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NG를 생산시설 가동용으로 사용하면서 연료대체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따른 비용으로 연간 총 115억원의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생산시설 가동용으로 사용하던 저유황 중유는 수요처에 판매해 경제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공급 중심 정책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억제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에너지효율화는 에너지수급 안정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3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는 허 사장의 적극적인 친황경 경영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대기오염 저감, 수자원 리스크 관리 및 수질오염 저감, 유해물질·폐기물 관리, 토양오염 예방 등 환경오염물질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친환경 제품 매출액은 약 5000억원으로 지난해 총 매출액의 1.5%를 차지하며 폐기물 재활용률도 76%에 이른다.

허 사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도전과 실험에 따른 실패를 용인해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문화는 작은 성공을 쌓아 결국 큰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회사의 변화와 도전의 의지를 대내외에 적극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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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5/11 08:24:16 수정시간 : 2020/05/11 08: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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