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들어 공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강조했던 생산성이나 수익성보다는‘사회적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공공성 중심으로 공기업 경영평가가 전환되는 분위기다. 아무리 사업적인 성과가 좋아도 사회적 가치창출 노력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 평가등급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삶의질 개선, 상생노력 등 사회적 가치실현을 높이고 있는 공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도로공사 임직원이 코로나로 인한 혈액수급난에 동참해 헌혈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한국도로공사는 건설인력 일자리 창출, 고속도로 교통사고 유자녀를 위한 장학사업, 생명나눔 활동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유자녀를 위한 장학사업은 도로공사만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이다. 공사는 1996년 자체 출연, ‘고속도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고 유자녀 5842명에게 약 87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지원 대상을 초.중.고.대학생에서 미취학아동까지 넓히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도 증액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신생아와 영유아에게까지 생계보조비를 지원했다. 태어난지 2개월 만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홀로 양육을 하고 있는 7세 여자 아이가 첫 수혜자가 됐다. 이 아이는 대학교까지 단계별로 매년 장학금을 받게 된다.

고속도로 장학생들의 경제적 자립 지원을 위한 “Stand up”프로그램과 비전 형성과 견문 확대를 위한 “글로벌 비전 힐링캠프”도 지난해 신규 도입·운영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장학생들의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작성, 모의 면접 등 취업컨설팅을 지원했으며, 창업을 희망하는 장학생에게는 사업계획서 작성과 창업 자금을 지원했다. 글로벌 비전 힐링캠프에선는 장학생과 함께 지난해 7월 싱가폴에서 혁신기업 방문, 현지 대학생(싱가포르국립대)과 함께 미션수행 등 팀 단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사는 2018년부터 ‘고속도로 의인상’도 제정해 운영 중이다. 이 상은 고속도로 사고현장에서 남다른 시민의식을 발휘해 인명구조나 2차사고 예방과 같이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드는데 이바지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명의 의인을 선정해 총 6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정기 포상(9월)과 함께 상시 포상 제도를 도입해 의인 활동에 대한 적기 포상이 가능해졌다.

고속도로 장학생 글로벌 비전 힐링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제공
공사는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를 위해 취업공공재 ‘도공JOB마켓’을 기획했다. 어떻게 하면 ‘공공의 일자리 정책을 민간에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일자리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온라인 취업포털과 연계해 공공의 일자리정책을 민간 영역에서 실현시킨 것이다.

도공JOB마켓은 인맥 중심 채용의 고착화 등 도로건설 분야의 문제를 직시하고, 구인구직 관행을 온라인 포털 시스템으로 해결하고자 출발했다. 건설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 플랫폼을 구축, 건설현장의 공정한 일자리를 확충하고 청년들의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공사는 ‘원도급사 직접시공제’를 통해 건설업자가 시공에 필요한 인력을 직접 채용할 수 있게 지원했다. 이를 통해 건설기능인들의 안정적 급여, 높은 보험가입률 등 근로여건이 향상됐다. 또한 시공단계의 각종 기술검토와 안정성 검토를 수행하는 새로운 용역, 일자리를 창출했다. 고졸자 대상 취업연계형 인턴제도 시행, 청년에게 건설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했다.

공사 측은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와 동시에 접근이 쉬운 오픈 플랫폼으로 기존의 구인구직 관행을 바꾸고자 했다”면서 “작업반장의 휴대폰 속 전화번호 하나에 의지하던 ‘깜깜이 구인구직’ 대신 직접 일자리를 개발, 정보를 보급하는 취업공공재 ‘도공JOB마켓’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이후 도공JOB마켓은 수수료 없이 구인구직 취업 정보를 PC와 App에서 손쉽게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공사는 공공의 일자리 정책을 민간에 확산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기획재정부 주관 2019년도 공공기관 혁신 우수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사는 이밖에도 헌혈뱅크 운영, 해외 심장병어린이 치료 등 생명나눔 활동을 주요 사회공헌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8년 10월 공기업 가운데 처음 도입한 헌혈뱅크는 지금까지 2만3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해 헌혈증서를 모았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용객을 대상으로 ‘헌혈증 기부 캠페인’을 진행, 지금까지 5만2000여장의 헌혈증서를 받았다. 이렇게 모은 헌혈증은 백혈병 및 희귀난치병 어린이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말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구세군과 함께 모금활동을 벌여 저개발 국가의 해외 심장병어린이를 선발해 치료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7개국 352명의 심장병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찾아줬다.

한국도로공사 임직원이 코로나로 인한 혈액수급난에 동참해 헌혈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제공
공사는 지역과 상생협력을 위한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실제 2014년 경북 김천으로 본사를 이전한 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지역 사회에 활력이 되고 있다.

2018년에는 보행자와 차량 통행량이 많아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율곡초 등 김천시 5개 초등학교 앞에 옐로카펫 설치를 지원했다. ‘옐로카펫’은 어린이가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노란색 안전지대로, 쉽게 눈에 띄어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식하고 감속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사고 예방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기존의 검은색보다 눈에 잘 보이는 노란색 커버로 교체한 ‘노란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공사의 업역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투명우산과 옐로카드 등 교통안전 물품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공사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을 활용해 연고지 시민들의 응원에도 보답하는 색다른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배구단 정규리그 경기 결과와 득점에 따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적립한 ‘EX-사랑기금’으로 희귀난치병 어린이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사는 태양광 발전사업 수익을 활용, 에너지 빈곤층에게 전기료와 태양광 시설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겨울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과 연탄, 난방용 기름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공사는 코로나19 사태가 국가적 위기로 다가온 올해에는 혈액 수급난 해소를 위해 2월 한달간 직원 릴레이 헌혈 캠페인을 벌여 883명이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주민에게 마스크 등 위생용품을 전달하기 위해 1억원을 기부하고, 김천 지역 취약계층에게 김천사랑상품권 1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따뜻한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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