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VLSFO 공정.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편집자주]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상생을 위해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친환경 및 재생에너지를 본격 육성하고 있다. 경영활동 전반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오염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국내 에너지업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녹색경영을 대표할 수 있는 신기술과 이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5월 현대케미칼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중질유 복합석유화학)’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올레핀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석유화학사업은 크게 올레핀과 방향족 분야로 나뉜다. 현대오일뱅크가 HPC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환경이슈와 원가경쟁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방향족 사업만 영위했었지만, 2조7000억원 규모의 HPC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폴리에틸렌 75만톤, 폴리프로필렌 40만톤을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키로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새로운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고도화비율은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은 40%대로 파악된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40%가량의 중질유를 대부분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의 HPC와 연계해 중질유를 고부가 석유제품으로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에 더해 석유화학제품으로까지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대한 사전준비로 2018년 8월부터 SDA(Solvent De-Asphalting) 공정을 가동중이다. SDA는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해 DAO(De-Asphalted Oil)를 생산하는 설비다. HPC가 가동되면 투입 원료의 60% 이상을 DAO로 충당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대부분 납사(NCC)를 투입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북미 지역 업체들은 셰일가스를 주로 이용한다.

NCC(나프타를 통해 물질 생산)는 에틸렌뿐만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ECC(천연가스로 물질 생산)보다 에틸렌 생산원가가 30%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셰일가스를 활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공장을 신설한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싼 납사 대신 정유공장 잔사유 기반의 DAO를 원료로 투입해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납사보다 저렴한 DAO를 사용해 생산 원가는 낮추는 동시에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생산 제품의 다양성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DAO는 벙커C와 경유 중간 정도의 성질을 갖춘 원료로 납사보다 20%가량 저렴하다.

지금은 고도화 공정에 투입돼 휘발유, 항공유와 같은 경질유로 전환되지만 HPC공장이 완공되면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된다. 국내 정유, 석유화학사 중 DAO를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하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최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스팔텐을 분리할 때 다른 정유사와 달리 펜탄을 사용한다. 펜탄을 사용하면 프로판을 사용할 때 보다 DAO가 2배 이상 추출된다. 경질한 성분인 DAO가 많이 추출되는 만큼 부산물인 아스팔텐은 품질이 낮아져 아스팔트로도 제조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정유사들이 펜탄을 용매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다.

현대오일뱅크는 HPC가 가동하면 장기적으로 DAO와 LPG, 부생가스 등 정유공장 부산물 투입비중을 최대 80%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슷한 생산능력을 가진 NCC 설비와 비교해 수익성 개선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공장이 동북아시아에 소재하는 110여 개의 올레핀 제조 공장 중 수위권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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