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 승부수…'최악의 차' 만들던 회사가 글로벌 5위까지

수소사회에 발빠른 투자, 수소전기차로 친환경차 업계 리드

현대차 수소연료 전기차 생산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지난달 7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이 결정됐다. 정 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1967년 헌액),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1969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1984년) 등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과 같은 반열에 서게 됐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 회장의 수 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6년 8월 슬로바키아 질리나시 기아차 유럽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품질 하나로 ‘저렴한 차’ 업체에서 글로벌 TOP5위 업체로 도약

현대차의 창업은 비공식적으로 1940년부터 시작됐다. 고 정주영 회장은 1940년 25세의 나이로 3500원에 아도서비스라는 자동차 정비소를 인수했다. 이 카센터는 현대자동차공업사(정비공장)으로 발전했고, 건설사인 현대토건를 합병해 1967년 12월 29일 현대모타주식회사(현대차 창립명)가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미국 포드와 합작해 소형세단 '코티나'를 조립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4년 한국 최초 고유 모델인 ‘포니’ 개발에 들어갔고 2년만인 1976년에 출시, 에콰도르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창립 9년 만에 세계시장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현대차는 1985년에는 엑셀과 쏘나타, 1986년에는 그랜저를 잇달아 내놓으며 도전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엑셀을 앞세워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도 처음 진출했다. 엑셀은 1988년 미국시장에 26만여대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현지 시장에 1500㏄급 차종이 없었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엑셀 돌풍은 현대차가 1990년대에 미국 시장에서 ‘싼 차’라는 평가를 받는 계기도 됐다. 엔진 성능과 내구성 부족으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만 저렴한 차’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1998년 12월 기존의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180도 탈바꿈할 모험을 실행했다. 정몽구 회장 주도 아래 미국에서 10년·10만 마일 보증제를 도입했다. 당시 미국 현지에선 2년·2만4000마일 보증이 관례였다. 이 전략이 실패한다면 현대차는 보증비용 부담 등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과감한 결단은 현대차 미국 법인을 기적적으로 회생시키게 됐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의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같이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품질경영’으로 세계에서 기틀을 잡기 시작했다. ‘최고의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는 철학으로 무장한 현대차는 해외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갔다. 실제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IMF 외환위기 당시 정몽구 회장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시키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2010년부터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TOP5 업체로 평가받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만 연간판매 442만5528대를 기록, 매출액 105조7904억 원 영업이익 3조684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기아차 판매대수를 더하면 지난해 약 720만대를 판매, 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 GM에 이어 5위에 올랐다. 특히 현대차가 처음 기술을 전수받으며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던 미국 포드는 현대차의 기세에 밀려 10년 가까이 글로벌 6위에 그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미국 자율주행차 제조업체 오로라의 크리스 엄슨 사장과 수소전기차‘넥쏘’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수소전기차 기술 NO.1 현대차, 친환경차시대 업계 선도 기업으로 '우뚝'

최근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엔 오랜 역사를 가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도전을 해왔다면, 최근엔 수소전기차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지속해서 글로벌 수소사회 조기 구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 공동회장으로 참석해 전체회의에서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3대 방향성이란 △기술 혁신을 위한 원가 저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가치사슬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이다. 미래 수소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없으며, 수소산업 각 분야별, 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수소에너지는 초기 시장 형성단계다. 추후 수소시장이 확대, 수소 공급가격이 하락된다면 수소전기차의 경제성은 무궁무진해진다. 특히 환경오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대에는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가 교통수단의 해답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2012년 9월 ‘파리 모터쇼’에서 전세계 완성차 업체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형 모델인 ‘ix35 Fuel Cell’을 선보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시대에 눈을 뜬 결과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전기 연료 개발을 시작해 2003년 수소전기차 연구에 돌입, 2006년에 수소전기차 독자 개발했다. 이어 2012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모델까지 생산하게 됐다.

2018년에는 미래형 수소전기차 SUV ‘넥쏘’를 공개, 수소전기차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했다. 넥쏘에는 차세대 동력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첨단 ADAS 기술 등이 적용됐다. 이 모델은 기존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시간도 줄였으며, 항속거리도 600㎞ 이상 확보했다. 그 결과 넥쏘는 지난해 전세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효과로 지난해 한국은 수소전기차 보급대수 5126대를 기록, 수소전기차 강국이 됐다. 이는 미국(7937대)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수소전기차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미국정부도 현대차를 주요 파트너사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04년부터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조기 상용화를 위해 2004~2009년 미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수소전기차 시범운행 및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달 10일 현대차는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청사에서 미국 에너지부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과 글로벌 저변확대를 위한 협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포드, 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라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다양한 산업 군에서 활용이 가능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에너지부의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에 협력하고 지원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전략’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미래차에 ‘올인’… 2025년까지 20조원 투자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6년간 약 61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전체 투자액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20조원을 전동화·모빌리티·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분야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등 2대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분야에서는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물론, PAV(Personal Air Vehicle·개인용 비행체), 로보틱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사업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우선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젊은 고객층 및 기업 고객 시장을 적극 공략,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를 총 67만대(배터리 전기차 56만대, 수소전기차 11만대)로 확대한다. 또 고객이 선호하는 글로벌 3대 전동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시장은 오는 2030년부터,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2035년부터 적극적으로 신차에 전동화 전략을 추진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파생 및 전용 전기차 모델을 2021년 처음 선보일 계획이며, 2024년 이후에는 전동화 라인업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2025 전략의 성공적 실행을 목표로 현대차는 전략주도 경영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 문화도 혁신할 예정이다. 우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 △성과관리 시스템 △업무 혁신 프로세스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을 도입하고, 이어 △유연한 조직 구조 △소통 및 협업 중심의 문화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 결합을 통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2025년 전략적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이에 맞춰 사업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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