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기업, 2018~2019년 전자투표제 도입…주총장 인원 줄이기 총력

국민·우리·하나, 서면투표 독려…“인터넷 익숙치 않은 고연령층 고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 가진 비상장 농협금융 주총 ‘소수인원만 참석’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3월말 은행권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직원이 아닌 외부의 주주들이 대거 서울 본사 내부에 있는 주총장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내부 직원들은 매일 발열 체크나 건강 관리 확인 등을 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로 이뤄진 주주들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체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금융지주는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반면, 주주들을 상대로 서면투표나 대리투표를 적극 권장하는 곳도 있다.

◇ 기업은행, 주요 금융사 중 선제적으로 2018년 전자투표제 도입…신한금융, 지난해 전자투표제 도입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달 말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주총의 첫 포문을 여는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이다.

KB금융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가진다. 하나금융도 같은 날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강당에서 주총을 연다.

이어 우리금융이 이달 25일 오전 10시 명동 본점 시너지홀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엔 기업은행도 을지로 본점 강당에서 주총을 연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엔 신한금융이 중구 신한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주총을 갖고,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농협금융이 가장 늦은 이달 30일에 서대문 본사에서 주총을 연다.

이처럼 이달 말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총이 줄줄이 열리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예년과는 달리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오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통제가 쉽지않은 불특정 다수의 외부인 주주들이 주총장에 입장하면서 방역에 취약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주총장에 방역을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코로나19 방역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신한금융과 기업은행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총에서 활용하고 있고, 올해도 이를 독려해 주총장에 모이는 인원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약 200여명 정도의 주주분들이 주총에 참여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주 분들에게 최대한 전자투표제를 통한 참여를 독려해 실제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 분들의 수를 100명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금융사 중 가장 선제적으로 지난 2018년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올해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8년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15일 시작한 전자투표는 오는 24일까지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KB·우리·하나, 전자투표제 미도입 “인터넷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 고려”…농협금융, 주총장 ‘한산’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은 아직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이들 금융지주사는 주주들이 직접 주총장에 오지 않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서면을 통한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금융그룹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KB금융지주 제공
KB금융 관계자는 “고연령층 주주들은 인터넷을 사용한 전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전자투표 도입이 힘든 상황”이라며 “대신 주주들에게 우편물을 보내 서면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편물에 서면투표용지 회신용 봉투도 같이 동봉해 편리하게 서면 투표 회신이 가능하다”며 “특히 서면 투표는 인터넷 사용에 익숙치 않은 고연령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주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의 금융지주사들이 아직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그친 후 주총을 개최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시기상의 제약' 탓에 금융지주들은 원래대로 주총을 진행할 계획이다. 12월말 결산 법인들은 결산이 끝난 뒤 90일이내(3월30일)에 주총을 하도록 돼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주총장이 위험해 질 경우 주주들의 안전을 위해 을지로 본사에서 열리는 주총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며 “주주들의 이동 편의 부분은 당사 측에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지주사들은 주총장에 주주들이 많이 몰릴 경우에 대비해 현장 방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등은 주총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발열체크에 나선다.

만약 발열이 의심되는 주주가 주총장에서 발견될 경우 출입이 제한된다. 또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주총 참석 시 주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2019년 우리은행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제공
이와 달리 농협금융의 주총은 코로나19 방역에서 한결 여유로운 상황이다.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주식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사로 외부 주주들이 없는데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모두 농협중앙회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협금융 주총에 참여하는 인원은 농협 내 고위 임원과 이사 등 몇몇에 그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달 말 주총에 참여하는 인원은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중앙회 임원, 농협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내외 이사 등 10여명에 그칠 것”이라며 “이나마도 코로나19로 인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도록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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