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은행 가운데 외부 출신 준법감시인 둔 곳 5곳 불과…나머지 12곳 내부 출신

“사정 잘 아는 내부 출신이 맡아야” VS “전문성 측면에서 외부 출신이 타당”

17명 중 여성 4명, 평균 연령 55세·법학 전공 8명 ‘최다’…출신 학교 서울대·고대 순

이순우 신한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보). 사진=신한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권이 해외금리연계 파생펀드(DLF) 손실 사태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은행 내부 통제를 관리하고 감시 시스템과 법규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인의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부행장급이나, 전무·상무 직급의 준법감시인을 두고, 이들로 하여금 은행 내부 통제 체제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 준법감시인들은 대부분이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입행해 내부에서 승진을 통해 준법감시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변호사 등 외부에서 채용한 전문 인력을 준법감시인으로 채용한 은행은 소수에 그쳤다.

◇ 17개 은행 가운데 외부 출신 준법감시인 둔 곳 5곳 불과…나머지 12곳은 행원 입행한 내부 출신

9일 주요 은행 17곳의 사업보고서와 영업보고서, 주요 공시 사항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준법 감시인 17명 중 무려 13명이 해당 은행에 입행해 승진을 통해 준법 감시인에 오른 내부 출신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17개 은행은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과 국책·특수은행 가운데 개인금융을 취급하는 기업·산업·농협은행 등 세 곳, 외국계 은행 두 곳(SC제일·한국씨티)과 인터넷은행 2곳(케이뱅크·카카오뱅크), 지방은행 6곳(전북·광주·부산·경남·대구·제주) 등이다.

준법감시인은 은행 내부의 법규준수 이행실태 점검과 내부 통제 체계 및 운영 실태 점검, 자금세탁 방지 규정 준수여부 이행실태 점검, 내부거래 현황 등을 점검 등을 총괄하는 임원을 말한다. 준법감시인은 ‘은행법’ 제23조의 3(내부통제기준 등)에 의거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명된다.

준범감시인 임명 요건은 한국은행 또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따라 검사대상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5조(임원의 자격요건)를 충족하며,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주의·경고의 요구 등에 해당하는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준법감시인에 해당되는 전문 인력으로 여겨지는 변호사 등 외부 인사를 준법감시인으로 채용한 은행은 시중은행 중엔 단 한 곳도 없었다.

외부의 전문 인력을 준법감시인으로 둔 곳은 특수은행인 농협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지방은행인 대구은행 등 다섯 곳에 그쳤다.

반면, 4대 주요 시중은행인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은 모두 대학 졸업 후 해당 은행에 입행해 임원까지 올랐다.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씨티은행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지방은행 5곳 등 나머지 12곳의 은행 준법감시인도 모두 해당 은행에 행원으로 입행하면서 사회 경력을 시작해 고위 임원까지 오른 인사들이었다.

◇ “은행업 특성상 내부 사정 잘 아는 행원 출신이 맡아야” VS “전문성 측면에서 변호사 등 외부 출신이 타당”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업은 금융기관 특유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기에 오랜 기간 내부에서 은행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준법감시인을 맡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조순옥 국민은행 준법감시인(상무).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준법감시인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경우가 많고, 오랜 기간 동안 감사·내부 통제·법규 점검 등 해당 업무에서 경력을 쌓아온 만큼, 변호사 등 전문 인력 보다 오히려 준법감시인을 맡기에 하기에 더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변호사라고 해도 준법감시인이 되기 전에 은행 현장 업무를 경험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준법감시인은 법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은행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내부 통제 문제들을 점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더 요구되는데 외부에서 온 변호사들이 이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외부의 전문 인력을 준법감시인으로 둔 은행은 정반대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준법감시인이야말로 다양한 법적인 문제점들을 판단내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런 전문성 측면에선 변호사가 일반 은행원보다 더 뛰어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준법감시인을 법적인 전문성이 뛰어난 변호사 등 외부 출신이 아닌 내부 출신으로 채우는 데 대해선 고위 임원 자리를 외부 인사에게 내주지 않으려는 견제 심리가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고위 임원은 “시중은행들의 경우 아무래도 많은 인력에 비해 고위 임원 자리는 한정돼 있는 만큼, 준법감시인이라는 요직을 ‘우리 식구’가 아닌 변호사 등 외부 출신에게 내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준법감시인과 같은 고위직 자리는 행원으로 입행해 승진한 사람이 맡고, 준법감시인 밑에서 실무를 맡는 직원들에 한해서 다수의 변호사를 전문 계약직 형태로 외부에서 채용해 일을 맡기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변호사 13명을 준법감시인 산하 지원조직인 준범감시실에 전문계약직 형태로 두고 있고, 하나은행도 변호사 8명을 준법감시인 산하 지원조직인 준법지원부에 역시 전문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홍명종 농협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제공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준법감시인으로 두고 있고, 케이뱅크는 변호사 출신이 준법감시인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이제 막 출범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만큼, 내부에서 승진해 임원을 맡을 만한 인력 풀 자체가 없다”며 “따라서 일반 은행들보다 외부 전문 인력을 고위 임원으로 채용하는데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 17명 준법감시인 가운데 여성은 4명, 평균 연령 55세·법학 전공 8명 ‘최다’…출신 학교는 서울대·고려대 순

17명 준법감시인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준법감시인의 평균 나이는 55세(1965년생)였다. 여성은 4명(23.5%)에 그쳐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은행 측에서 밝힌 대로 준법감시인의 출신 전공은 법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17명 가운데 8명(4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학과와 통계학과, 회계학과, 정치외교학과, 독어독문학과, 교육학과 출신이 각 1명씩(5.9%)이었다.

김윤기 기업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출신 학교 별로는 서울대 출신이 4명(23.5%)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준법감시인이 3명(17.6%)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이순우 신한은행 부행장(고려대 법학과), 조순옥 국민은행 상무(고려대 독문과), 강동훈 하나은행 전무(고려대 법학과) 등 3대 시중은행 준법감시인이 모두 고대 출신이었다.

이어 경희대, 국민대, 강원대, 연세대, 이화여대, 동아대, 창원대 등은 각 1명씩(5.9%)이었다.

지방은행의 경우 고졸 출신으로 고위 임원인 준법감시인에 오른 경우가 많았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의 준법감시인들이 고졸로 은행에 입행해 준법감시인 자리까지 오른 ‘고졸 신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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