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확진자 수 급증

한국인 입국 제한하는 국가 및 지역도 80곳 넘어서 대외신인도에 타격 불가피

섣부른 예단이 초기 진화 실패 부른 꼴, 철저한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확진자 수는 매일 가파르게 증가하여 어느새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사망자 수도 늘어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속도로 퍼진 코로나19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며 소비심리와 투자 자체를 크게 위축시켰고 그로 인해 내수경기는 망가지고 코스피 역시 2000선이 무너지면서 한국경제는 살얼음판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뒤늦게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경안 카드를 꺼내 들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날아간 1분기 경제성장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좋은 대책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즉, 코로나19의 조기 진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계속해서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떤 경기부양대책이 나와도 이미 얼어버린 경제와 국민들의 불안감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많은 국가들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심사를 크게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적 위상은 크게 추락되었고 외국을 방문한 국민들이 망신당하고 있으며 재외 국민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가장 아이러니컬한 점은 중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반대하던 중국이 이제와서는 몇몇 지방정부를 통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자국민 보호가 우선이다’는 주장의 당위성 앞에서 우리 정부는 과연 무엇이 우선이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객관적인 수치가 확인되기까지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고립은 더욱 심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 및 국격(國格) 수준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적 위기에 놓인 한국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향후 대책뿐만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몇 년 후에 비슷한 바이러스가 한국에 상륙할 수도 있는 만큼 지난 2002년 사스 사태 및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더불어 이번 코로나19사태를 교훈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국가적인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바이러스와 관련되어서는 방역상황을 실시간 점검하되, 섣부른 예단이나 예측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는 안 된다.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코로나19는 진원지인 중국에 국한된 일인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고 확진자들 역시 대부분 중국을 방문했거나 중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정부 역시 방역이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19가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하면서 상황을 오판하였고 후베이 성 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라는 의료 전문가들의 주장을 묵살하였다. 그렇게 무지하고 경솔한 판단이 지금 우리나라 경제와 국가 위상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급속히 확산하게된 것은 신천지 교단의 집회와 비협조적인 태도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그 점에 있어서는 향후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신천지의 책임보다는 정부당국의 판단착오 및 대응실패 문제가 더 막중하다. 책임 전가의 대상으로 신천지를 논하기에 앞서 정부의 반성과 대책 방안 강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성급한 판단으로 마스크 생산 업체의 상황도 확인하지 않고 마스크 공급정책을 발표하여 정부를 믿었던 국민들이 헛걸음을 하게 되고, 물자의 효율적인 배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탓으로 국민들은 또 길게 줄을 서서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조기에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한 점과 병실부족 및 마스크 수급과 관련하여 극심한 혼란을 주었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및 신천지 교회문제는 현 정부의 정보수집 및 대처능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일시정지(pause)상태이다. 상가가 문을 닫고 대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시행하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있다. 또한 사상 최초로 초·중·고의 개학이 3주일이나 연기되었다. 그에 따라 전국의 학사 일정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이고 대부분의 대학교 역시 개강을 늦춘 상태로 한국 사회 자체가 말 그대로 일시정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바이러스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이번 코로나19 역시 사태가 잠잠해진 후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회에서 조용히 잊혀 간다면 제2의 코로나 사태가 나타나 또다시 한국 사회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여 단기적으로는 철저한 원인조사와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책임자 처벌 및 방역 관련 정책들을 제도화해야 한다.

대개 사람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래서는 안된다. 정부가 무능하고 무력해서 다수의 코로나 확진자들이 입원실을 구하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며칠씩 고생하는 등 많은 국민들이 생고생을 하고 있다는 시중의 비판을 겸허히 새겨듣고 정부 당국자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맘편히 생업에 종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여부보다 국민들에게 훨씬 더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임을 주지하기 바란다.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이 먼저’인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먼저’인 나라에서 살고싶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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