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지성규 하나은행장, 임기 반환점 마쳐…호실적에 연임 ‘파란불’

허인 국민은행장-이대훈 농협은행장, 실적 ‘훈풍’에 연임 성공…행장 임기 마지막 해

우여곡절 끝 어렵게 행장 된 권광석 우리은행장-윤종원 기업은행장 '동병상련' 우려도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 왼쪽)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주요 6대 은행 수장들의 진용이 2020년을 맞아 새롭게 갖춰진 가운데 이들 6명의 은행장들이 각 두 명씩 ‘임기 반환점’과 ‘연임 성공’, ‘새로운 얼굴’이라는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관심을 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임기 반환점을 돌았고, 허인 국민은행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해 한숨을 돌렸다.

이에 대비해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행장을 맡게 되면서 이들 은행장 간 연결고리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지성규 하나은행장, 지난해 초 나란히 임기 시작해 임기 절반 마쳐…연임 ‘파란불’

29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진 행장과 지 행장은 지난해 3월 같은 시기에 나란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새로운 조타수를 맡았다.

공교롭게도 둘의 임기도 2년으로 같아 내달이면 정확히 임기 절반을 마치게 된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2곳의 은행장이 나란히 같은 시기에 새로 선임된 것도 흥미를 끌었지만, ‘해외통’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의 이력 또한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 행장은 1997년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 차장을 거쳐 오사카 지점장과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인 SBJ은행장을 지내는 등 입행 이래 일본에서만 17년을 보낸 ‘일본통’으로 평가받는다.

지 행장은 2001년 하나은행 홍콩지점장을 거쳐 하나은행의 중국 진출을 진두지휘 하는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설립단 팀장을 역임했고, 하나은행 중국 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맡는 등 역시 16년간 중국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처럼 닮은 듯 하면서도 분명한 대비를 이루는 진 행장과 지 행장은 임기 절반을 보냈다.

우선 실적 면에서는 두 명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진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조3292억을 거두면서 2018년보다 실적을 2.2%(+510억원) 끌어올렸다.

지 행장의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조1565억원을 시현해 신한은행에 절대치로는 뒤졌지만, 2018년과 비교하면 2018년보다 실적을 3.4%(706억원) 끌어올리면서 신한은행보다 신장세 측면에서 앞서나갔다.

일단 진 행장과 지 행장 모두 올해 연말 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1년간 임기 연임이 가능한 기초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다만, 급작스레 터진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경기 한파 우려,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 마진 차 감소 등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 지면서 올해 실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진 행장에 비해 불리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최근 문제가 된 DLF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에 중징계를 내리는 한편, 지성규 행장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어 ‘주의적 경고’를 부과한 점이다.

물론 지 행장이 받은 주의정 경고는 연임이 불가능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받은 개인 징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징계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올해 말 연임 여부가 판가름되는 지 행장으로써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개인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은 연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허인 국민은행장-이대훈 농협은행장, 실적 ‘훈풍’에 연임 성공…행장 임기 마지막 해 보낼 듯

한편, 허인 국민은행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도 나란히 2017년 말 행장으로 선임됐다는 공통점을 지녔고, 지난해 말 당초 2년의 임기를 지난해 마쳤다.

허인 국민은행장(사진 왼쪽)과 이대훈 농협은행장.
그리고 허 행장과 이 행장은 지난 2년간의 호실적을 인정 받아 똑같이 1년의 임기를 더 연장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허 행장과 이 행장으로써는 2020년 올 한해가 사실상 행장 임기의 마지막 한 해가 되는 셈이다.

물론 허 행장이나 이 행장 모두 2020년 더 우수한 성과를 거둘 경우 3년의 임기를 더 뛰어넘어 재차 연임에 도전해 볼 수도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국민은행의 경우 2001년 주택은행과 통합 이래 지난 20여 년간 행장을 맡았던 이는 총 6명이다.

이들 6명의 은행장 중에서 3년 임기를 넘긴 사람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2대와 3대 국민은행장을 지닌 강정원 전 행장이 유일한 경우고, 그나마 이도 십 수년 전의 일로 너무 과거 얘기다.

특히 2010년 이후 최근 10년간을 살펴보면, 네 명의 행장이 바뀌는 동안 임기를 3년 이상 수행한 국민은행장은 단 한명도 없었다.

따라서 허인 행장이 올해 아무리 국민은행을 훌륭하게 이끌어도 ‘행장 임기는 최대 3년’이 사실상 ‘불문율’로 정착된 전통을 깨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경우는 올해 이후 임기 3년을 뛰어넘어 행장직을 더 길게 수행할 확률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2년 NH농협금융지주 산하 은행 법인으로 독립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총 4명의 행장이 탄생했지만, 임기 3년째까지 행장직을 맡는 사람은 현 이대훈 행장이 유일한 케이스다.

이 행장 이전 역대 3명의 전임 농협은행장은 모두 행장 임기를 2년에서 끝마쳤다.

당초 농협은행은 2년 임기가 최대 행장 임기였지만 이 행장은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 한 해 더 행장 임기를 부여받고 3년째 행장직을 수행하는 유일한 농협은행장이 됐다.

그러나 아무리 이 행장이 올 한해 우수한 경영 성적표를 받는다고 해도 당초 2년 임기를 뛰어넘어서 3년 임기까지 보장받은 상태에서 이를 넘어 4년까지 행장 임기가 추가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허 행장과 이 행장은 2020년 올 한해, 행장 임기 연임에 대한 부담 없이 행장으로서 마지막 해를 비교적 ‘홀가분’하게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여곡절 끝 어렵게 행장 오른 권광석 우리은행장-윤종원 기업은행장, 앞날은…

이에 반해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최근 새롭게 행장이 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권 행장과 윤 행장 모두 올해 초 행장으로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이는 등 진통이 컸다.

우선 권 행장은 당초 차기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에서 살짝 빗겨나 있던 인물로, 사실상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윤종원 기업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관련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으면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불투명해 진 상황에서 조직 안정을 위해 손 회장의 최측근인 김정기 우리금융 부사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손 회장과 사외이사들로 이뤄진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친정을 떠나 있던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를 차기 행장으로 선택했다.

다만, 권 행장이 행장으로 선임되면서도 또 다시 1년이라는 단임 임기를 보장받은데 대해선 여전히 회장 연임을 노리는 손 회장이 당국과 최대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권 행장을 ‘장기판 위의 대항마’로 써먹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 DLF 사태는 물론이고 직원의 고객 비밀 번호 도용 사태, 라임펀드 사태까지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산적해 있는 우리은행을 4계절 짧은 기간 동안 맡으면서 그간 고객으로부터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난제가 권 행장을 기다리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행장 자리에 올랐다.

1월초 문재인 대통령의 재청을 받아 기업은행장에 선임된 윤 행장은 선임이 결정되자마자 기업은행 노조로부터 현장 은행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로 규정돼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지난달 3일 행장 선임 이후 첫 출근부터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본점 집무실에 들어서지 못한 윤 행장은 올해 1월 한 달여간 총 세 차례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모두 노조가 출근길을 막아섰다.

결국 청와대가 설날 연휴 기간 노조가 요구해 온 ‘유감 표명’을 하면서 노사 대립이 잦아들었고 윤 행장은 선임 한달 만인 지난 1월 29일 취임식을 갖고 본점에 정상 출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여간 노조와 대립을 하면서 금융기관 수장 취임 역사 상 ‘선임 이후 역대 최장 기간 정상 출근 무산’이라는 오명을 임기 시작부터 뒤집어쓰게 된 윤 행장이 입은 상처가 만만치 않다.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 철회 조건으로 요구한 희망퇴직제, 공공기관 직무급제 관련 임금 체계 개편, 노조 추천 이사제 등의 조건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윤 행장으로서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집안 싸움의 분란이 일 수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하게 터진 코로나19 악재로 기업은행의 주 고객인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은행 역시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된다.

윤 행장으로선 대내외에 산적한 악재를 극복하고 자신에게 씌워진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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