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은행 지점 27곳 폐쇄…농협은행 11곳 최다, 국민은행 7곳 뒤이어

은행 직원들 조 나눠 속속 재택근무…전산시스템 지키기 대체 사업장 마련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지허 1층에 출입문 임시폐쇄 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은 국민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금융 기간산업이다. 개인 및 가계 자산을 보호하는 기관이자,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실핏줄을 하는 곳이 은행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공기업적 특성도 갖고 있다. 수익 창출이 최고의 덕목인 일반 기업에 비해 은행은 수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공익적인 가치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 받는다.

특히, 은행은 소비자인 고객들의 금융 자산을 책임지고 있기에 좀 더 엄격한 도덕적 책무와 윤리를 지켜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은행은 여타 부문에 비해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좀 더 엄격한 '금융 규제'를 받고 있다.

데일리한국은 은행 출입기자의 시각을 통해 취재 중의 은행가 뒷얘기를 [은행가N] 코너를 통해 매주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전국 주요 은행 지점 27곳 폐쇄…농협은행 11곳 최다, 국민은행 7곳 뒤이어

코로나19 확산세가 그칠 줄 모르면서 그 여파가 은행권에 직격타를 미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업 특성 상 수많은 지점들이 모든 지역 요소요소에 퍼져 있고, 그만큼 은행 지점에 드나드는 사람의 수도 워낙 많습니다.

이로 인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확진지가 다녀갔거나 행원 등 지점에 근무하는 사람이 확진자로 판명돼 지점이 폐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처음 가는 곳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면 은행 지점을 찾으면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은행 지점은 위치적으로 교통과 물류, 사람이 모이는 핵심지에 들어서 있습니다.

지하철 역 근처나, 대로변, 사거리, 역전, 대기업이나 대학가 등등 은행 지점이 들어선 곳은 지리적으로 딱 봐도 ‘땅값’이 비싸보이면서 사람들이 찾기 쉽고 인파가 많이 몰리는 황금입지에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돈이 많이 돌 수밖에 없기에 은행 지점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노른자위 땅에 개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목 좋은 곳’에 들어선 은행 지점들이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의 직격타를 맞고 있습니다.

27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과 특수·국책은행 중 개인금융을 취급하는 농협·수협·기업은행 그리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거점 지방은행인 대구은행 등 주요은행 8곳의 전국 지점 가운데 누적 기준으로 36곳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됐습니다.

전국 폐쇄 지점 중에선 대구와 경북 지역에 위치한 지점이 29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인 만큼, 해당 지역에 위치한 은행 지점 역시 피해가 큽니다.

각 은행별로는 전국 각지에 가장 촘촘하게 영업망이 퍼져있는 농협은행의 타격이 가장 큽니다. 농협은행은 전국 11개 지점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라 폐쇄됐습니다.

다만, 이들 중 27일 오후 기준으로는 5곳이 다시 영업을 시작해 현재 폐쇄 중인 농협은행 지점은 6곳입니다.

특히 농협은행 폐쇄지점 11곳 중에선 9곳이 대구와 경북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역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은행 지점 8곳이 폐쇄됐습니다. 이어 국민은행도 전국에서 7개 지점이 폐쇄됐는데 이 역시 모두 대구에 위치한 지점들입니다.

또 하나은행 4곳, 우리은행 2곳, 기업은행 2곳, 신한은행 1곳, 수협은행 1곳 등 은행 지점들이 연이어 폐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은행 지점 폐쇄 현상이 당분간 더욱 도미노처럼 번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3일 전인 24일까지만 해도 10여곳에 그치던 폐쇄된 전국 은행 지점 수는 코로나19 확산세와 더불어 사흘 만에 세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만큼이나, 앞으로도 은행 지점 역시 추가 폐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은행권의 긴장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 은행 핵심 심장부인 서울 본점도 ‘뚫렸다’…본점 문 닫고 직원들 속속 재택근무 돌입

서울 본점도 위험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시중은행 메인 본점이 확진자 동선에 겹쳐 폐쇄에 들어간 곳이 있는가 하면, 본점 근무 직원들도 속속 재택 근무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지방에 퍼져 있는 은행 지점 뿐만 아니라 기업의 본사에 해당하는 서울 은행 본점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울 명동 소재 본점 지하 1층을 26일 잠정 폐쇄하고 긴급 방역을 실시했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명성교회 부목사가 이달 19일 우리은행 본점 지하 1층에 위치한 은행 소비조합 내 제과점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난데 따른 것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창구에서 행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고객들을 맞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신한은행도 26일부터 본부 부서 상황에 따라 4∼5개 조를 짜서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업여신심사부와 디지털금융센터, 기업마케팅부, 여신관리부 등이 먼저 시행에 들어갔고, 여건을 갖춰지는 대로 나머지 본사 전체 부서가 재택근무에 돌입합니다.

국민은행은 27일부터 본점 직원 15% 정도가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 근무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합니다.

사람만큼이나 금융거래의 핵심인 전산 시스템 또한 코로나19를 피해 비상조치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국민은행은 여의도 본점의 전산센터 외에도 김포IT센터를 따로 설치해 전산 시스템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ICT 부문을 중심으로 해당 분야 핵심 인력을 서울 강남과 영등포, 경기 죽전, 수원 광교 백년관, 부영 태평빌딩, 일산 스마트워킹 센터 등 전국 11곳에 분산시켜 대체 근무지를 마련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해 본점서 ICT 근무가 어려워 질 경우 명동 본점 인근에 위치한 우리금융 남산타워와 우리은행 서울연수원 등으로 시설을 분산 시킬 계획입니다.

하나은행도 본점 전산 시스템이 코로나19에 뚫릴 경우에 대비해 청라글로벌캠퍼스와 망우동, 서소문 지점 등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농협은행은 전산 센터가 위치한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의왕시의 대체 사업장으로 경기도에 안성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은행권 역시 국가적 위기 상황인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 하에서 돌파구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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