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80세 이상에 투자 상품 판매 안해…하나은행, 투자상품 한도 제한
우리은행, 위험 등급 높은 펀드 판매 전면 금지…신한은행, 지점별 판매 점검
사모형 펀드 가입 제한뒀지만 공모형 펀드나 주식·채권 상품은 고령자 투자 가능
  • 한 시중은행 창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은 국민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금융 기간산업이다. 개인 및 가계 자산을 보호하는 기관이자,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실핏줄을 하는 곳이 은행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공기업적 특성도 갖고 있다. 수익 창출이 최고의 덕목인 일반 기업에 비해 은행은 수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공익적인 가치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 받는다.

특히, 은행은 소비자인 고객들의 금융 자산을 책임지고 있기에 좀 더 엄격한 도덕적 책무와 윤리를 지켜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은행은 여타 부문에 비해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좀 더 엄격한 '금융 규제'를 받고 있다.

데일리한국은 은행 출입기자의 시각을 통해 취재 중의 은행가 뒷얘기를 [은행가N] 코너를 통해 매주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 기업은행, 80세 이상 고령층에 고위험 금융 상품 판매 금지…70세 이상에게도 판매 제한

해외금리연계 파생펀드(DLF) 손실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은행권이 부랴부랴 고위험 상품에 대해 판매 금지에 나섰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대신 그만큼 손실 가능성도 큰 일부 펀드와 금융 상품에 대해 판매 금지를 내린 겁니다.

이에 더해서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는 고령층에 대한 금융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은행도 있습니다.

20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전국 모든 영업점에서 만 80세 이상 고객에게는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가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가입 제한 금융 상품은 최근 문제가 된 DLF를 비롯해 주가연계펀드(ELF)와 파생결합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 등이 포함됩니다.

이 상품들은 수익이 발생하면 가입한 고객이 큰 이득을 얻어 갈 수 있는 상품이지만 반대로 그만큼 손실 시엔 투자자 입장에선 금전적으로 큰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품입니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80세가 넘은 고객에겐 파생금융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 것은 최근 문제가 된 DLF 사태에서 손실을 본 사람 가운데 그만큼 고령층의 피해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실제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DLF에 가입한 고객 상당수가 고령층이었습니다.

우리은행(1605명)과 하나은행(1518명)의 DLF 가입 고객 가운데 법인 고객을 제외한 개인 고객은 2893명인데, 이 중에서 70~80대 고객 비중이 15.2%를 차지했습니다.

80대를 넘어서 90대 이상 초고령자도 13명이나 가입했고, 개인 가입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 DLF 가입자 수는 총 655명으로 전체 개인 가입자의 22.6%를 차지했습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개인 고객 다섯 명중 한 명 이상이 노령층인 셈입니다.

기업은행은 70대의 경우 파생상품 가입 자체는 금지하지 않았지만, 70세가 넘은 고객이 파생상품에 가입할 경우, 그 판매 실적을 판매한 해당 직원의 핵심평가지표(KPI)에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은행원들이 고령자에게 파생상품 가입을 권유할 만한 이유 자체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기업은행이 이와 같이 80세 이상 투자자에게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한 것은 고령자에게 금융 상품 판매 시 불완전 판매 위험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상황 판단 능력이 흐려질 수 있는 고령층에게는 원금 보장 가능성이 큰 안전한 금융 상품만 팔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만큼 최근 은행권을 뒤흔들고 있는 DLF 여파가 크다는 반증입니다.

자신의 자산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은행들이 반대로 자신의 자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으니 은행권에 대한 전국민적인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우리은행, 위험 등급 높은 펀드 판매 전면 금지…하나은행, 투자상품 판매시 한도 제한

DLF 사태의 ‘원죄’를 짊어지고 있는 우리은행도 사실상의 ‘극약 처방’에 나섰습니다.

우리은행은 투자 시 손실 가능성이 높은 펀드 등 고객들이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 판매를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중단한 상태입니다.

  •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에 더해서 우리은행은 만 80세 이상의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금융 상품 판매 시 모든 과정을 녹취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발생 할 수 있는 불완전 판매 요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만 65세 이상의 모든 고령자에게 투자 상품 판매하고 나서, 판매한 당일에 곧바로 해피콜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직원이 다시 한 번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상품에 대한 손실 고지나 판매 확인, 가입 철회 등의 선택지를 고객에게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또 다른 DLF 불완전 판매 은행인 하나은행은 빠르면 오는 3월부터 원금 손실이 20% 이상 발생 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상품을 일부 고객에게 팔지 않을 계획입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안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 상품에 대해 고객별로 투자 한도를 설정할 방침입니다.

각 고객의 개인별 투자 성향 등을 감안해 고객 등급을 설정한 후 일정 금액 이상을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또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상품 가입 고객의 성향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해피콜도 기존의 만 70세 이상 고객에서 65세 이상 고객으로 더욱 범위를 넓히기로 했습니다.

암행어사가 출두하는 은행도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현장 영업점을 대상으로 본점에서 고객을 가장해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매 실태를 점검한 후 점수가 저조한 지점은 투자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합니다.

판매 정지 영업점으로 지정된 지점은 1개월간 펀드를 비롯한 모든 투자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극약 처방이 내려집니다.

또 신한은행은 70세 이상은 고령자, 80세 이상은 초고령자로 분류하고 초고령자 고객에게는 투자상품을 먼저 권유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만약, 초고령자와 고령자가 투자상품 가입을 희망할 경우 조력자 등록과 녹취 추가확인서 작성, 영업점장 확인 등 이중, 삼중의 보호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번 DLF 손실 사태에서 한 발 떨어져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국민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80세 이상 고객이 국민은행의 고위험 투자 상품 가입을 원할 경우 가족이 함께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고, 가족 참여가 어렵다면 관리직 직원이 동석해야 합니다.

또 고령 투자자에겐 ‘판매과정 녹취의무제도’와 ‘투자자 숙려제도’, ‘적합성 보고서 설명 및 교부’, ‘고령투자자 보호확인’, ‘시니어 투자자 추가확인 제도’, ‘초고령투자자 가족조력제도’, ‘고령투자자 지정인 알림 서비스’ 등을 안전망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DLF 여파에서 비껴가 있는 농협은행도 만 70세 이상 고객이 파생상품에 가입할 경우 이틀 간 숙려 기간을 준 후 정식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 투자자에게 충분한 선택의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파생상품 전반을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투자 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과잉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DLF 사태로 호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위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최우선 순위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은행들이 고령자라고 해서 무작정 금융투자 상품을 제한한 것도 아닙니다.

사모형 펀드의 경우 제한을 뒀지만 공모형 펀드나 일반적인 주식·채권 상품은 여전히 고령자 투자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이번 DLF 사태로 은행의 안전장치가 한결 촘촘해진 가운데 고객들 역시 ‘한탕’이 아닌 더욱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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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2/20 15:32:36 수정시간 : 2020/02/20 15: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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