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배출해온 종로, ‘이낙연 vs 황교안’ 조기대선 가능성

박수현·김의겸·고민정 대변인, ‘문 대통령의 입’ 선거 전면에

장관 불출마 지역, ‘용산·구로을’…‘文 최측근’ 권혁기·윤건영 나서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른바 ‘문재인 키즈’들의 청와대·정부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4·15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와 정부에서 근무를 한 전·현직 참모 및 내각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정권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줄곧 대선 득표율(41.1%)을 상회하고 있는 까닭에 ‘친문 간판’을 활용할 만하다는 판단이 출마 결심과 배경에 깔려있는 듯 하다. 최대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문재인정부 청와대·내각 출신 출마자들을 둘러싸고 유권자의 눈길을 끌만한 주요 흥미 포인트를 찾아 출마 예상 후보자들을 곁들여 예측해봤다.

◇‘조기 대선 치러질까’…서울 종로구

종로는 항상 거물급 인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지역구다. 현 지역구 의원도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세균 후보자가 재선을 이뤄낸 종로구를 국무총리를 지내며 차기 대선주자로 정치적 무게감이 급상승한 이낙연 총리에게 맡겨 수성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 역시 당에 자신의 거취와 행보를 백지위임하겠다는 생각이어서 종로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대대로 잠룡들이 거쳐간 ‘정치1번지’ 종로구는 이번 총선에서 ‘조기 대선’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제1야당 수장이자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이 총리와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마 여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낙연 vs 황교안’ 대결이 현실화 될 경우, 이들 대결의 승자는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종로구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김민우(남·39)씨는 “종로는 다른 지역구와 정치적 분위기가 다르다. 주민들 스스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면서 “국회의장을 지낸 정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여전히 있는 것과 별도로 새로운 사람이 오면 초반 민심을 어떻게 잘 잡아나가느냐가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면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

문재인 청와대의 대변인은 12일 현재 박수현·김의겸 두 사람이 거쳐 갔다. 이들 모두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현직인 고민정 대변인도 당의 요청에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전·현직 대변인들이 모두 금배지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먼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대변인은 자신이 오랫동안 터전을 닦아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 출마할 계획이다. 박 전 대변인은 20대 총선에서 자신에게 낙선의 아픔을 안겨준 정진석 한국당 의원과 재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지역 언론의 한 기자는 “공주·부여·청양은 김종필-심대평-이완구로 이어지는 보수 강세 지역이었지만,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여권(진보) 지지층이 크게 늘었다”면서 “특히 6·13지방선거에서 공주시장·부여군수·청양군수를 민주당 소속이 휩쓸면서 보수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기자는 “여기에 4선 현역인 정진석 의원에 대한 피로감을 감안할 때, 박 전 대변인이 지난 총선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면서 “지난 총선 득표율도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자신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 전 대변인은 28년간 한겨레신문에서 국제·정치·문화·사회 등 각 분야를 두루 거치며 기사를 쓴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덕분에 여론 청취에 능하고, 1년 2개월간의 청와대 대변인 근무를 거치며 정무적 감각도 익힌 예비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김 전 대변인을 청와대에서 물러나게 한 부동산 문제는 총선 과정에서도 그를 끝까지 발목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여러 대중 미디어 출연하며, 선거 출마 여부를 타진한 뒤에야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지역구 구민들에게 반감을 살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는 비판적 여론이 지역에서 흘러나온다. 통상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은 짧게는 1년 전부터 부지런하게 지역구민들을 만나며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등 바닥 민심부터 다지는 것이 일반적인 행보이기 때문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불출마를 선언한 김현미(고양정)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은혜(고양병)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지역구를 포함한 경기 일산 지역 출마가 당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미 고 대변인을 포함한 여론조사도 해당 지역구에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고 대변인이 최종 결심을 못하고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며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 최측근, 장관 지역구 ‘용산·구로을’ 수성 나선다

민주당은 ‘포스트 유은혜·김현미 찾기’ 못지않게 진영(서울 용산)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서울 구로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후임 찾기에도 열중이다. 이들 지역구는 선거 전체 판도의 풍향계 역할을 할 수도권 총선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여당 우호 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용산과 구로을 지역의 수성을 위해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용산에는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춘추관장을 지낸 권혁기 전 관장이 이미 1년 전부터 표밭을 갈고 있으며, 구로을에는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내기도 한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이 출마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장관들의 불출마 지역구는 험지로 점찍은 야당 중진들의 출마가 예측된다”면서 “정책적 준비 못지않게 현 시점에서 인지도 높은 후보자들의 전략적 배치가 필요하다”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전략공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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