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대한민국 국군도 각종 무인장비들을
활용한 AI 전투력을 싹 틔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준정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미국 국방성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은 승무원 없이 몇 달 동안 바다를 누비며 적 잠수함의 위치를 추적하고 그 결과를 원격 조종자에게 보고하는 무인전함(ACTUV) 씨헌터(Sea Hunter)를 개발했다.

대형구축함 대신에 다수의 무인전함들과 결합된 소형 전함을 운영하면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전함에 무기를 탑재하고 사전에 입력된 특정 조건에 맞으면 자동공격도 할 수 있다. 쉽게 노출되는 대형 군함대신에 스텔스 기능을 갖는 로봇 함대무리는 잠행하기 쉽고 적에서 쉽게 제압되기 힘들다.

설령 수십 척을 잃어도 전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장기판에서 막강한 차(車), 포(包)를 떼고 말(馬)이나 코끼리(象)를 가지고 영리한 졸(卒)들을 거느리는 함대를 갖는 셈이다. 미 해군은 향후 해양 방위력 증강에 무인자율함정을 상당량 충당할 예정이다.

끊임없이 증강되는 무인전투무기의 자율성

오코(Oko)는 러시아 항공우주방위군이 운영하는 미사일방어 및 조기경보체계이다.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 101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구상에서 발사되는 모든 미사일의 동향을 파악한다. 1983년 9월 26일 자정이 넘은 시점에 갑자기 오코 시스템이 사이렌을 울리고 빨간 경보 등을 빤짝이면서 미국의 미사일 5기가 모스크바를 향해 공격해 온다는 신호를 나타냈다. 틀림없는 핵탄두미사일 공격인지라 수 분 내에 모스크바가 쑥대밭이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야간당직 근무 중이던 페트로프 중령은 미국의 미사일이 5기만 발진한 점에 의심을 품고 곧바로 지상레이더 기지에 이상 유무를 확인했고, 지상레이더엔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고 오코 시스템이 오작동 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구름에 반사된 태양빛을 인공위성이 오인했던 것이다. 만약 페트로프 중령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고 기계가 자율판단으로 대응했다면 곧바로 미-소간 핵전쟁이 발발했을 만큼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 사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금 첨단무인무기들은 극한적 대치 상황에서 인간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미래전쟁에선 기계가 인간의 생사 여부를 가르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의 군대들은 해군은 물론 지상군과 공군의 전력자산에 이르기까지 첨단 무인무기들을 잔뜩 도입하고 있다.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BIS 리서치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약 100여개 국가에서 최소 2만1,000대에서 3만대 이상의 무인항공기를 군사용으로 채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드론은 미군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무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58개국에 171종의 드론무기와 268개의 드론부대가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정찰용이지만 일부는 무기를 장착한 무인 스텔스폭격기로 직접 적진을 공격할 수 있다. 아직은 원격조종사가 공격여부를 판단해 무선으로 작전을 총괄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무인전투기가 직접 전쟁 상황을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작전을 완수하는 상황까지도 전개될 것이다.

공격용 드론은 미군이 일방적으로 활용했던 전쟁수단이었지만 2019년도 리비아 내전에서 양측 간에 드론전쟁이 처음 발생했다. 이집트, UAE 및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하프타르 정부군은 중국산 윙룽(Wing Loong) 드론으로 무장했고, 유엔이 리비아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한 국가협정정부(GNA)는 터키산 TB2드론으로 무장했다. 이들은 전쟁의 기선을 잡기 위해 드론을 먼저 투입해 적지를 공격했다.

무인기들에는 사람이 탐승하지 않지만 원격지에서 조종사들이 무선조종하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무인살상무기라고 할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자율공격형 무인드론으로는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하디(Hardy)를 꼽을 수 있다. 하디는 적지를 배회하다가 적 레이더를 발견하면 크루즈 미사일처럼 자폭하면서 레이더 기지를 없앤다.

배회형 미사일 하롭(Harop)도 무인 크루즈 폭탄이다. 적 탱크 등 목표물을 발견하면 16kg 탄두로 1m 미만의 정밀타격을 가한다. 하디나 하롭과 같은 무인폭격기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국, 인도, 아제르바이잔, 독일, 터키 등 여러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무인전장 플랫폼의 등장

미 육군이 구상중인 ‘쿼터백 프로젝트’는 전쟁터에서 입수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표시해주는 인공지능 보조 장치를 개발중이다. 이는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인공위성은 물론이고 드론, 레이더, 지상 로봇, 지상군의 고글에 장착된 카메라 정보까지 모든 관련 데이터를 가져 와서 분석한다. 전장의 지휘관은 이 장치에 표시된 각종 분석결과와 상황 자료에 근거해 신속한 작전 명령을 내리게 될 것이다. 가용전략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 준다.

미 육군의 미래 계획에는 무인자율로봇을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돼있다고 한다. 장병 한 명이 여러 대의 지상 로봇과 함께 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래의 지상 로봇은 시각 데이터를 수집 할뿐만 아니라 주변 물체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넓은 전쟁터에서 무선통신이 상호 원활하게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들 로봇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를 제외하곤 로봇의 자율이동 및 작전이 가능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카네기멜론대학 연구팀은 최근 인간의 명령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로봇이 자율적으로 동작하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로봇을 활용하려면 로봇의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많은 경우에 인간의 경우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판단들을 한다는 점에서 무인플랫폼을 통해 많은 실험을 거치게 되면 로봇의 판단에 병사들이 차츰 익숙해 질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전장에서의 디지털 전자작전은 AI가 관장한다.

미 해군이 2025년경에 도입할 예정인 차세대 전투기 FAA는 이착륙 시에 아날로그 항공교통관제 시스템을 벗어나 위성기반 디지털 시스템의 통제 하에서 실시한다. 이미 X-37B기종 실험에서 확립된 기술이다. 무인기는 기상악화로 인해 인간의 수신호나 전등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 위성 GPS와 초당 수백 번씩 위치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동 이착륙이 가능하다.

기존 전자전은 전자기 스펙트럼 (라디오, 적외선 또는 레이더와 같은 신호)을 사용해 감지, 보호 및 통신 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강력한 신호를 발생시켜 적에게 노출되기 쉽다. 미국 DARPA가 추진하는 모자이크 전쟁(Mosaic Warfare)은 피격되어도 상대적으로 손상이 적은 드론에서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나머지 자산들은 신호를 받아 조용하고 은밀하게 생존 하는 방식이다.

하늘, 지상, 해양, 우주, 사이버공간 등의 자산을 모아서 상황에 따라서 힘을 재구성하는 다중 도메인 명령 및 제어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어떤 장비가 임무수행에 가장 적합한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해서 임무를 분담한다. 이때 최적조건 도출은 인공지능이 맡는다.

‘AI국가전략’은 미래국방력의 초석을 다질 것이다.

국방부 산하 방위산업청은 2019년부터 자율·인공지능 기반 감시정찰, 초연결 지능형 지휘통제, 초고속·고위력 정밀타격, 미래형 추진 및 스텔스기반 플랫폼, 유·무인 복합전투수행, 첨단 기술기반 개인전투체계, 사이버 능동대응 및 미래형 방호, 미래형 첨단 신기술 등 8대 국방전략기술, 100대과제를 선정하여 개발해 오고 있다.

특히 미래디지털전투에 대비하여 해상도 0.3~0.5미터의 고성능 영상레이더를 탑재한 군사용 정찰위성 5기를 2023년까지 전력화 한다. ‘AI국가전략’에 발맞춰 2020년부터 전 사병이 AI 소양교육을 통해 AI기술인지 및 활용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전군 공통 AI 서비스를 개발·지원하는 지능형 플랫폼도 구축한다. 대한민국 국군도 각종 무인장비들을 활용한 AI 전투력을 싹 틔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 늦지는 않다. 하지만 느긋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서두른다고 해도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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