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농협은행 등 역대 최대 실적 ‘갱신’…동남아 진출도 ‘활발’

은행간 벽 허문 오픈뱅킹 ‘개막’…‘토스뱅크’ 허가로 소비자 편의 ‘강화’

‘DLF’ 불완전 판매로 손실 ‘막대’-소비자 신뢰 ‘상실’…채용비리 ‘불씨’ 여전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 현지 창구에서 금융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올 한해 은행권은 다사다난 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고, 동남아 등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오픈뱅킹이 출범하면서 은행 간 문턱이 사실상 사라졌고,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밝은 이면엔 어두운 측면도 존재했다. 특히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일으키며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터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로 인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은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으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채용비리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올 한해 은행권의 부침과 명암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 신한·하나·농협은행 등 최대 실적…동남아 진출도 ‘활발’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우선 신한은행은 이 기간 순이익 1조9753억원을 거두며 3분기만에 ‘2조원 클럽’ 가입을 눈 앞에 뒀다. 여기에 더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순이익 1조조9165억원에서 실적이 3.1% 상승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은행도 순이익 1조791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조7576억원) 대비 실적을 1.9%(337억원) 신장시키며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무엇보다 올해는 농협은행의 선전이 돋보인 한 해였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익 1조1922억원을 거두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9339억원에 그던 순익을 무려 27.6%(+2582억원) 끌어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경우 예년부터 이미 3분기에 이르면 순이익이 1조원을 넘겼지만 농협은행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3분기만에 최초로 ‘실적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주요 4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반면,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실적이 3.5% 감소했고, 우리은행도 지난해 대비 순익이 32.1%(-6109억원) 급감한 1조2924억원에 그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올해 은행권은 국내 영업만이 아닌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았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최대 은행으로 거듭났다.

지난 8월 15일 베트남 힐튼 다낭호텔에서 열린 신한베트남은행 다낭지점 개점식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 가운데)과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왼쪽 첫 번째), 김범구 주 베트남 대사관 국세관(왼쪽 일곱 번째) 등 관계자들이 테잎 컷팅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의 베트남 내 점포 수는 총 36곳으로, 베트남 현지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대다수 한국계 은행이 베트남 남부의 호치민 시와 북부의 하노이 시에 영업망이 치중돼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신한은행은 올해 8월 국내 은행 최초로 베트남 중부 지역인 다낭에 지점을 개설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국내 대부분 은행이 베트남 남부와 북부에 양분된 채로 지점을 개설한 것과 달리 베트남 남부와 중부, 북부를 한 번에 아우르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형성하게 됐다.

캄보디아에선 JB금융의 선전이 돋보인다.

JB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전북은행이 지난 2016년 인수한 프놈펜상업은행은 올해 3분기 국내 은행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을 거뒀다.

이 기간 프놈펜상업은행은 순이익 140억5700만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109억8700만원) 대비 27.9%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은 캄보디아에서 4대 시중은행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캄보디아에 가장 먼저 진출한 국내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2007년 국내은행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현지법인인 신한캄보디아은행을 개설하며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그러나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64억84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전북은행이 캄보디아에서 거둔 실적의 절반에도 채 못 미쳤다.

캄보디아 시엠립에 설치된 JB금융그룹 손자회사인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옥외광고. 사진=JB금융그룹 제공
국민은행이 2013년 설립한 KB캄보디아은행은 같은 기간 29억7600만원의 순이익을 냈고, 우리은행이 2014년 세운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의 순이익도 37억6600만원에 그치는 등 전북은행은 지방은행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4대 시중은행을 앞지르며 선전했다.

◇ 은행 간 벽 허문 오픈뱅킹 시대 ‘개막’…‘토스뱅크’ 합류로 소비자 편의 ‘강화’

한편, 올 한해는 금융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더욱 강화된 해로 기억될 만 하다.

우선 소비자가 개설한 모든 은행 계좌를 전산으로 연결해 하나의 휴대폰 앱을 통해 잔액조회와 이체, 거래명세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인 ‘오픈뱅킹’이 이달 1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10월 최초로 시작된 시범운영 당시엔 은행권 10곳만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정식 서비스 오픈에는 은행 16곳이 참여해 사실상 국내 은행 대부분이 오픈뱅킹을 통해 하나의 앱에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더해 이번엔 지난번 시범 서비스 오픈 당시 참여하지 않았던 토스와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 31곳이 참여해 오픈뱅킹에 함께 하는 금융 서비스 업체가 47곳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나의 앱으로 모든 금융 계좌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0월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두 달 여만에 오픈뱅킹 서비스엔 315만 명이 가입했고, 773만개 계좌가 등록됐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이 오픈뱅킹 활용 서비스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기존 은행권 판도를 뒤흔드는 ‘메기 효과’ 역할을 기대하고 출범시킨 인터넷은행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2017년 4월 제1호 인터넷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에 이어 같은 해 7월엔 두 번째 인타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터넷은행은 아직까지 대형 시중은행들에 비해 덩치에서 밀리는데다 케이뱅크의 경우 자본금 확보가 늦어지면서 실적 신장세가 더디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대 SNS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문자 송금 서비스의 편의성과 ATM 입·출금 수수료 무료 서비스와 같은 범용성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를 통과하지 못했다가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통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로 인해 올해 11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이로써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였던 과거의 어색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완전하게 카카오의 우산 속으로 편입하게 됐다.

모바일 송금 플랫폼인 ‘토스’도 세 번째 인터넷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 첫 번째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 심사에서 키움뱅크와 함께 도전장을 낸 토스뱅크는 당시 키움뱅크와 함께 인가 심사에 탈락했다.

상반기 심사 당시 토스뱅크는 ‘혁신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 있어서 외국계 벤처캐피탈사들이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는 등 ‘자본 안전성’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심사에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토스뱅크는 하반기 재도전에선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사에 지분 10%를 배분해 2대 주주로 참여시켰고, SC제일은행(6.67%)과 웰컴저축은행(5%) 등 다수의 금융사들을 주주로 끌어들여 자본력을 강화한 덕분에 ‘재수’에 성공했다.

올해 5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인터넷은행 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상반기 예비인가 신청을 냈다 탈락한 키움뱅크는 하반기 심사에 참여를 철회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인터넷은행 업계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라는 3개 업체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전망이다.

◇ ‘DLF’ 불완전 판매로 천문학적 ‘손실’-소비자 신뢰 ‘상실’…채용비리 ‘불씨’ 여전히 남아

명(明)이 있다면 암(暗)도 있는 법, 올 한해 은행권은 DLF 불완전판매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집중적으로 판매한 DLF의 경우 우리은행의 독일의 10년채 국채금리 상품과 하나은행의 영국/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된 파생 상품에서 손실이 컸다.

전체 판매액은 8224억원으로 이중 우리은행이 4012억원, 하나은행 3876억원으로 두 개 은행에서 대부분의 상품이 판매됐다.

손실 예상액은 전체 판매익의 55%인 4558억원으로 특히 올해 9월 만기된 우리은행의 독일 금리 연계 상품은 이자만 남고 원금 100% 손실이 확정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하나은행도 영국과 미국의 CMS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상품에서 46%가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특히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게 DLF를 판매한 건에 대해선 역대 최대 배상 비율인 80%의 보상비율이 결정됐다.

그러나 은행권의 대처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피해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즉각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작 내부에선 사건 은폐를 시도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불완전판매를 부인하는 111문항의 문답(Q&A) 자료까지 만들어 교육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답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 PB들은 금감원이 증거를 제시하기까지 '그런 적 없다' 또는 '기억 없다'고 답변하도록 나타나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금감원의 DLF 현장 실태 조사 직전 손해배상 검토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정상적인 자료폐기 절차에 따른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태 은폐 시도에 사회적인 시선은 결코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난해 은행권을 뒤흔든 채용비리 여파의 여진 또한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채용비리가 벌어진 2015년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하나은행장이었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
이 중에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이달 13일 임기 3년의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재선임 됐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최종 판단이 나지 않은 만큼,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운신의 폭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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