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찰개혁 첫 작품 ‘인사’ 될 듯

전방위 칼날 휘두르는 ‘윤석열 체제’ 檢, 운신 폭 좁아질까

연고 엮이지 않는 추미애와 윤석열…‘법무부 vs 검찰’ 양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구국의 영웅인 잔다르크에 빗대 추다르크라고 불리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 한파에도 개혁의 깃발을 곧추세우고 자신들을 향해 진군하는 기세에 눌린 표정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추미애 의원은 검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으로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까지 역임한 검찰이 그동안 상대해본 적이 없는 ‘역대급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고 칭할 만한 인물이다.

추미애 의원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 받은 뒤 현재 정국의 중심인 법무부에 입성하기 전 후보자 신분으로 개혁의 칼날을 연신 가다듬고 있다. 묵묵하지만 그가 다듬고 있는 칼날의 방향은 분명하다. 검찰 개혁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을 정점으로 한 검찰의 입시비리·사모펀드·선거개입 수사와 국회에 제출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 추진 과정을 추 후보자는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추 후보자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부 장관 임명장을 받아드는 순간 ‘청와대·민주당 vs 검찰’ 대결 양상은 ‘법무부 vs 검찰’ 전면 대결 양상으로 바뀔 전망이다.

여권의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검찰’은 그야말로 ‘칼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조국 서울대 교수는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전락하며 끝내 사정라인 핵심 자리에서의 퇴임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도 자신들의 내밀한 공간으로 진입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눈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여권은 격앙된 목소리로 “정치 검찰”이라고 분개했다.

이런 검찰의 행태를 눈앞에서 목도한 추 후보자는 일단 칼춤을 효율적으로 견제할 카드를 고심 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법무부 장관 권한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은 ‘인사’(人事)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실제로 현재 검찰 고위직 가운데 검사장 6자리가 공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 특수통 일색인 ‘윤석열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여성인 추 후보자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여성 검사를 요직에 앉히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4차장에 여성 검사(이노공 검사)가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검사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남성 중심적인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거부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검찰 정기 인사는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추 후보자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치르고 나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늦어도 내년 1월 10일에는 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검찰 정기 인사를 앞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개혁 첫 작품은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검사장 6자리를 비롯해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을 포함한 대폭적인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대검과 중앙지검은 윤석열 총장과 밀착돼 있는 간부들이 모여 있는 만큼,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을 제외한 그의 핵심 참모들인 특수통 인사들을 흩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 후보자 특유의 ‘강골’ 스타일이 법무부 장관직에도 유지된다면 ‘윤석열 체제’ 검찰은 운신의 폭이 지금보다 확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 5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윤 총장과의 호흡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며 최우선 순위는 검찰개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바도 있다. 추 후보자는 윤 총장에 비해 사법연수원(추미애 14기, 윤석열 23기) 9기수 선배인데다 나이(추미애 62, 윤석열 60)는 2살이 많고 학교 선·후배(추미애 한양대, 윤석열 서울대)로도 인연이 엮이지 않는 등 연고주의적 카르텔 문화를 떠나 검찰개혁을 거리낌 없이 추진할 원동력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의 한 법사위원은 “추 후보자는 ‘고집스럽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소신이 뚜렷하고 뚝심이 있다”면서 “젠틀맨인 조국 전 장관보다 개혁성이 더 강하고 센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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