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현대 모습, 다양한 연령대 상인이 어우러진 신흥시장

젠트리피케이션도 걱정없는 기적의 전통시장…건물주와 소통

신흥시장 모습. 사진='동백꽃 필 무렵' 캡처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젊음이 넘치는 청년들과 함께하니 우리 시장에도 기적이 일어났어요”

청년에게 인기가 많은 서울시 용산구 해방촌에는 숨겨진 보물처럼 빛나는 '신흥시장'이 있다.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용산2가 동주민센터 앞 오거리에서 해방촌 교회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다소 으스스해 보이는 골목길이 보인다. 이 골목이 신흥시장 1층 정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음산한 분위기에 더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울하고 황폐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었냐는듯 이곳이 확 바뀌었다.

요즘은 월요일 평일 오후에도 신흥시장 주변에 청년, 어르신, 외국인 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또한 시장 안 가게들의 밝은 불빛과 시끌벅적한 소리는 영락없이 번창한 시장통을 떠올리게 한다.

‘신흥시장(新興市場)’은 이름 그대로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이다. 특히 최근 완결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면서 서울시민 외에도 지방이나 외국인들의 방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신흥시장의 기적은 서울시가 신흥시장을 포함한 해방촌 일대의 환경을 새로 꾸미고, 경제·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도시재생 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면서 신흥시장은 노후화된 전통시장에서 벗어나 예술지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되면서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지역으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시장에 자연스레 새로운 활력이 넘쳐나게 됐음은 물론이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제공되면서 경제와 고용창출이 늘어나게돼 시장 자체의 자립기반이 마련된 점도 눈에 띈다.

경제력과 도시미관을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주변 지역과 연계해 관광지로서서 ‘신흥시장’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방촌 신흥시장 입구. 사진=주현태 기자
-옛 모습·현대 모습, 다양한 연령대 상인이 어우러진 신흥시장

시장 안에는 옛 건물, 간판과 함께 청년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예술거리가 어우러져 조성돼 현재와 옛것이 서로 아우르는 모습이 연출됐다.

최근 전국에서 현대식 전통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의 모습은 옛 모습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의미가 있으며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장소로, 과거 상인들의 정겨운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특히 용산구는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철학에 따라 옛것을 지키며 새것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흥시장회 박일성 회장은 “신흥시장 점포 64개 가운데 청년상인 비중이 50%를 넘어섰다”며 “청년들의 열정으로 신흥시장은 드라마 촬영지는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에도 방송되면서 많은 이들이 시장에 발걸음을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신흥시장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에는 청년상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에는 기존상인들과 청년상인들이 ‘텃세’, ‘규정’ 등으로 자주 마찰이 일어나 상인회가 두 개, 세 개 등으로 찢어져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신흥시장은 기존상인과 청년상인과의 협력과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존상인은 청년상인들에게 전통상인의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고. 청년상인은 기존상인들이 처리하기 어려웠던, 지자체 지원·행사에 관련된 문서작업을 처리해주며 상부상조하고 있다. 또한 신흥시장의 부회장으로 올해 서른네살의 청년상인 이세원씨가 활동하면서 기존상인과 청년상인의 역할분담 등에도 점차 탄력이 생기는 모양새다.

이세원 신흥시장회 부회장은 “기존 상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분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청년상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소통이 이어지면서 기존 상인회 분들도 적극적으로 청년 상인들을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처음 신흥시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청년·해방촌 작가 등 5명과 의기투합해 협동조합 ‘이거해방’을 창업하면서 신흥시장 VR콘텐츠를 제작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확대 간부회의를 거쳐 ‘이거해방’ 조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싹수있는 떡잎을 알아보는 안목과 어려움을 겪는 청년상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성장현 구청장의 평소 소신이 그대로 정책에 투영된 사례이기도 하다.

용산구는 신흥시장이 전통시장이 아닌 무등록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즉시 상인회에 통보하고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또한 관내 포스터 및 보도자료를 통해 신흥시장의 홍보를 돕기도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전통문화의 맥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큰 관심을 두고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용산구가 직접 소상공인을 위해 추천서 날인을 지원하거나 관내 자원들을 연결해 상인회 사업의 확장을 도운 것 등등은 모두 성 구청장의 작품인 셈이다.

신흥시장 내부 모습. 사진=주현태 기자
-상권이 활성화한 지역에는 젠트리피케이션…방지는?

신흥시장은 청년상인이 한마음으로 합심해 지난해 6월 전통시장 인증을 받았다. 신흥시장은 그동안 무등록 시장으로 운영됐기에 지자체가 전통시장에 지원하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통시장 인증을 받게 됨에 따라 △시장내 바닥 △소방시설 △지붕 개선 등 기반 시설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인이 땀흘리며 공들여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키웠지만 신흥시장 역시 갑작스런 성장 때문에 리스크도 안고 있다. 상권이 일어나 경제가 활성화된 지역에는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리스크가 언제든지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지역에는 상승한 임대료나 개발로 건물이 신축되면서 기존에 장사하던 자영업자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사례를 자주 접하기도 한다.

많은 지자체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해결 방안을 찾고자 했지만, 건물주의 사유물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흥상인회 측은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일성 신흥시장 회장은 “상인회가 똘똘 뭉쳐, 건물주들에게 설명했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을 만나 시장이 살아야 지금과 같은 활기 넘치는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건물주들과 공인중개사들도 상인회의 말에 동의하고 있어 (젠트리키케이션에 대한)걱정이 없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청년상인인 이세원 부회장도 “기존 상인들의 고생 덕분인지, 신흥시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2016년에 상인회와 건물주·토지주는 6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협약을 체결했다”며 “협약이 마무리되는 2021년에도 시장 건물주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높은 임대료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흥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발로 뛴 손충도 용산2가 동장은 “해방촌과 신흥시장의 발전은 용산구 전체의 발전과 마찬가지”라며 “상인들과 용산 주민들에게 귀감이되는 안전하고 행복한 동네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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