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상반기 이어 3위 자리 지켜…비은행 계열사 지원 사격도 '한몫'

우리금융 "우리카드가 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회계상 손익 반영됐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 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제공
[편집자 주]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3분기 경영 성적표가 나왔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가운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3위 금융그룹 경쟁도 치열하다. 농협금융과 기업은행도 실적 진검승부를 벌이는 등 올해 가을, 주요 금융그룹 간 경영 성적표를 살펴본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1등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신한금융과 KB금융에 이어 국내 3위 금융그룹 지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특히 이들 금융지주사 내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 논란을 빚는 등 최근 동병상련의 아픔을 같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같이 ‘3위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올 가을 성적표를 살펴보면 상반기에 이어 여전히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에 앞서 3등 지위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와 상반기까지만해도 금융그룹 산하 메인 계열사인 은행권 실적에서는 우리은행에 뒤졌던 하나은행이 3분기 들어서는 ‘역전’에 성공하면서 은행 실적 순위에서도 대변동이 일어났다.

◇ 3분기 하나금융, 신한-KB이어 순익 ‘2조’ 클럽 가입…우리금융, 실적 하락에 격차 벌어져

31일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공시 자료 분석 결과 하나금융이 순이익 2조404억원을 거둬 같은 기간 1조6657억원의 순이익을 낸 우리금융을 3747억원 차로 앞섰다.

1등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신한금융(2조8690억원)과 KB금융(2조7781억원)이 1179억원 차이로 1등과 2등 위치가 갈린 것을 감안하면, 3등 금융그룹 실적 경쟁은 비교적 큰 격차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선 셈이다.

1년전 까지만 해도 우리금융의 2018년 누적 순이익이 1조9033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8921억원의 실적을 거둔 하나금융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엔 하나금융이 순이익 1조2045억원을 기록하며 이 기간 1조1790억원의 순익을 낸 우리금융을 255억원 차이로 앞선 데 이어 3분기엔 격차를 3747억원까지 벌린 것이다.

또한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익(1조8921억원) 대비 7.8%(1483억원) 증가하는 등 실적 신장세를 이뤘다.

이에 반해 우리금융은 지난해 실적 1조9033억원에서 순이익이 12.5%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 하나금융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순이익 결산 결과 신한금융과 KB금융에 이어 ‘실적 2조 클럽’ 에 가입했다. 3분기 누적 순익이 2조원을 넘긴 금융그룹은 신한금융(2조8690억원)과 KB금융(2조7781억원), 하나금융(2조404억원) 등 세 곳 뿐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 1조9000억원대 순익을 올리면서 ‘2조원 클럽’에 거의 근접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순익이 1조6000억원대로 쪼그러 들면서 ‘2조원 클럽’ 벽에서 더욱 멀어졌다.

◇ 하나은행, 은행 순위도 3위로 ‘역전’…우리은행, 경상기준 선방'·카드는 '선전'

이처럼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압도적으로 제치며 3등 순위를 굳히고 4등 우리금융과 격차를 벌린 것은 그간 실적에서 우리은행에 뒤쳐졌던 하나은행이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사진 왼쪽)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각 사 제공
사실상 금융지주 순이익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에서 실적이 갈리는 만큼, 그룹사 내 계열사 실적에서 은행의 경영 성적표는 성과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된다.

올 3분기 하나은행은 누적 순이익 1조791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1조7576억원) 대비 1.9%(337억원) 오른 호조를 보였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비 순익이 32.1%(-6109억원) 급감한 1조2924억원의 실적을 올리면서 하나은행과 순이익 격차가 5000억원 가까이 나고 말았다.

1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순익 1조9033억원을 올리면서 같은 기간 1조7576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익을 올린 하나은행을 1457억원 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은 순익 1조338억원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1조1523억원의 실적을 거둔 우리은행을 바짝 뒤쫓았고, 3분기 들어서는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이는 우리은행의 자회사였던 우리카드가 우리금융지주 산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회계상 손익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이 순자산 1조7000억원 규모의 우리카드를 우리금융지주에 넘기면서 가격을 1조1000억원 정도로 낮춰 팔았고, 그 차액이 이번에 중단영업손실 6035억원으로 계산되면서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다만 이를 지주 회계로 합산한 경상 기준으로 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비 비슷한 실적을 내면서 선방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옛 명동 사옥을 부영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32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면서 실적 신장을 이루고 은행권 실적에서도 우리은행을 앞서는데 성공했다.

이와 같이 하나금융은 지주사 내 핵심 계열사인 은행권 실적에서 우리금융을 앞선데다 하나금융 산하 비은행 계열사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카드사 간 실적에서는 우리카드가 ‘카드의 정석’ 시리즈의 성공으로 전년 대비 7.0% 성장한 948억원의 순익을 올리면서 지난해보다 실적이 37.8% 급락한 하나카드(498억원)을 두 배 가까이 앞서는 등 선전했다.

정원채 우리카드 사장(사진 왼쪽)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사진=각 사 제공
그러나 하나금융 증권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지난해 대비 실적이 48.9% 뛰어오른 2114억원의 순익을 올렸고, 하나생명도 순이익 17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실적을 38.4% 끌어올리면서 지주사 전체 실적 향상에 힘을 보탰다.

반면, 우리금융은 우리카드의 실적 호조와 우리종합금융의 실적 향상(358억원·25.1%)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에서 날아간 5000억원의 순익을 메꾸지 못하면서 3등 금융그룹 자리를 하나금융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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