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100세 둔턱'을 누구나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수명 혁명'의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준정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상을 '노(쇠)화'라 부른다. 나이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겪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운명적 현상으로 여겨져왔다. 노화는 수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노화 원인을 밝히면 장수 비결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로장생이 화두가 된 적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장수 유전자가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특정 장수지역에 초장수인들이 몰려 산다는 사실로 볼 때 부모로부터 장수 형질이 유전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FDA가 노화를 질병으로 구분하지 않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확인해도 '장수약'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가 필연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유전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동식물들 중에는 세포의 분열 횟수가 증가해도 노화를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바다거북 (~150년), 대합(~500년), 도룡용붙이(~100년), 바닷가재(~100년), 해삼, 히드라 등은 노화 증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들과 사람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이다.

후성유전정보는 세포의 특징 및 건강과 밀접하다

인체의 유전 정보 속엔 두 가지 종류의 정보가 존재한다. 그 하나는 A (아데닌), T (티민), G (구아닌), C (사이토카인) 등 4종의 염기 서열로 저장된 DNA, 즉 게놈(genome)이다. 4진법 디지털 정보이므로 담겨진 정보의 압축량이 매우 높고 복제가 아주 쉽다. 한 개의 수정란에서 유래된 게놈은 신생아 몸속의 260억 개 세포는 물론이고, 약 37조개로 이뤄진 성인 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인체는 근육, 피부, 뼈, 간, 심장 등 수천가지의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 세포들로 구성된다. 그것이 가능한 까닭은 세포조직마다 각기 다른 유전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핵 속에 담긴 염색질(chromatin)의 유전자 정보의 일부는 비활성 상태로 존재하므로 조직세포마다 생산할 수 있는 단백질 종류가 서로 다를수 밖에 없다. 세포마다 비활성화된 유전정보는 염색질 구조로 표현되는데 이를 후성유전자(epigenome)라 부른다. 이 후성 유전적 형질은 해당 세포의 분열과정에서 딸세포로 전달된다. 즉, 피부세포는 10~30일마다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지만 흉터는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이다. 후성유전을 표시하는 방법은 비활성화된 DNA가닥을 실패처럼 감아서 히스톤 단백질로 묶어둔다. RNA는 활성화된 영역의 유전자 정보들만을 복사하여 단백질 제조기준으로 삼는다.

후성유전 정보는 배반포 세포의 분열과정에서부터 시작해 탄생 후 성장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염색질에 축적된다. 식생활과 행동습관 나아가서는 생활환경에 따라서 후성유전정보가 달라진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그 형태나 정보의 양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게놈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고정된 유전 정보라면, 후성유전자는 일생동안 세포내에 축적한 가변적인 유전정보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후성유전인자들의 차이점으로 인해 인체 조직의 노쇠화가 달라지며 수명도 달라진다. 세포 내 후성유전인자의 축적은 세포의 특징 및 수명과 직결된다. 건강한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생활습관은 세포건강을 유지하는 장수의 비결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로 세포의 젊음이 유지된다

하버드 대학 유전학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는 세포노화의 원인이 후성유전자들의 축적에 기인한 것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냈다. 쌍둥이 쥐들 중 하나에 후성 유전적 변화를 유도했을 때 DNA가 파괴되고 노화속도가 50%나 빨라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믿으며 후성 유전으로 인해 원래 유전자 정보의 손실이 노화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DNA를 콤팩트디스크에 담긴 디지털 정보라고 비유하면 노화는 디스크 표면에 발생한 흠집들로 원판의 음질에 소음을 일으키고 결국 음악이 제대로 안 들리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흠집난 콤팩트디스크의 표면에 치약을 바르고 광택연마를 해주면 흠집이 사라지듯이, 노화세포 속에 축적된 후성유전 정보를 지우는 방법으로 DNA유전정보를 잠근 히스톤 단백질의 메틸기나 아세틸기를 떼어내는 치료를 한다면 세포의 젊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노화관련 질병이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미토콘드리아의 항상성을 유지하면 궁극적으로 건강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세포의 노화동안 무엇이 미토콘드리아의 건전성을 점진적으로 손실시키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쌍둥이 쥐 실험에서 미토콘드리아 NAD+ 수준이 세포회생에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줌을 확인했다. 그는 노화의 원인이 미토콘드리아의 NAD+부족이라고 판단했다.

NAD+ 수준이 왜 세포의 노화와 연관되는지는 알면 노화를 치료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알 수 있게 된다. 싱클레어 교수는 NAD+가 DNA에서 후성유전자들을 탈착시키는 서투인(Sirtuin) 단백질의 원료가 됨을 주목했다. DNA는 햇볕에 타거나 엑스레이를 받을 때처럼 많은 내외부환경 요인들에 의해 손상을 입는다.

서투인 단백질은 DNA손상을 복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는 SIR1~SIT7까지 7종의 서투인 단백질들이 있는데 탈 아세틸 및 탈 메틸작용을 통해 DNA 안정성, DNA 복구, 세포 생존율, 신진 대사 및 세포 간 소통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모두를 활성화 시키는 화합물이 바로 NAD+이다. NAD는 세포내의 500 가지가 넘는 효소들에 의해 사용되기 때문에 이 성분이 부족하면 염증성 피부, 설사, 치매, 피부 염증은 물론이고 이게 없으면 30 초안에 세포가 죽게 된다. NAD농도가 낮아지면 두뇌, 혈액, 근육, 면역세포, 콩팥, 피부, 심지어 미세혈관 내벽을 도포하는 내피세포까지 노화된다.

NAD을 만드는 전구체는 니코틴 아미드 리보사이드(NR)와 니코틴아미드 모노 뉴클레오티드(NMN)가 있다. 인체 내에선 NR이 NMN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NAD로 변한다. NMN은 아보카도, 브로콜리, 양배추에 함유된 성분이다. 싱클레어 연구팀의 동물실험에서 NMN을 탄 물을 먹이면 2시간 후에 NAD수준이 25% 증가했다.

NMN을 1주일 주입하면 늙은 쥐의 미토콘드리아가 젊은 쥐의 미토콘드리아처럼 작동했다. NMN을 주입한 늙은 쥐는 한번에 3킬로를 달리는 힘을 과시했다. NMN주입한 쥐는 균형감, 조화, 속도, 강인함, 기억도 상승했다. 콩팥 손상을 개선하고 뇌손상도 고쳤다. 쥐 실험에선 NR은 건강증진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NR보다 NMN이 더 안정적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쥐 실험에선 NMN복용은 확실히 노화방지 및 회복효과가 있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후성유전자의 변화를 유도하면 젊음을 회복하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인생은 100세부터’로 바뀐다

간헐적 단식이나 강도 높은 운동 등에 의해 인체가 역경이 겪게 되면 생존 메커니즘이 활성화된다. 알려진 주요 경로는 mTOR, AMPK 및 서투인 등 세 가지이다. 라파마이신, 메트포르민, 레스베라트롤 및 NAD 증진제들은 이러한 경로를 조절하는 분자들이다. 이들 장수보조 약물들은 단식이나 운동과 같은 효과로 NAD+를 증진시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종국적으로 노화에 미치는 질병들을 멈추거나 젊음을 되찾게 해준다.

싱클레어 연구팀은 NAD+증진제는 폐경기의 난자세포도 부활시키고 신경퇴행성 질환도 회복시키는 작용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장수약물들이 본격적으로 검증이 된다면 기존의 상식을 넘어서 건강수명이 100세 이후로도 연장되고 인간의 수명이 150세 이상까지도 장담할 수 있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2020년대에 다가올 수 있다. 넘기 힘들 것만 같았던 '인간 수명의 100세 둔턱'이 누구나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그야말로 새롭게 '수명 혁명'의 시대가 눈앞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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