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 매각설마저 불거지면서, 항공업계가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항공사 다운사이징(감량 경영),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항공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항공사가 자체 혁신을 지속하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항공업계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매각, 항공 시장 재편 ‘분수령’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항공 시장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에상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 후보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등 2곳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모두를 통으로 매각하고 있는 상황이라, 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적 대형항공사(FSC)와 국적 LCC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공하면,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현재 항공업계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인수 이후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도 적자를 감수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다운사이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인수 이후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에어부산 등 계열사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수자가 자금 확보를 위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일부를 떼어내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업 가운데 일부 겹치는 부분들을 정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추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항공 시장 재편 가시권…“내년 버티지 못하는 항공사 나올 것”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추진되는 가운데 최근 이스타항공 매각설까지 불거지면서, 항공 시장 재편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는 관측이 많다. 이스타항공 측은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항공업계의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스타항공뿐만 아니라 다른 국적 LCC들도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이스타항공 매각설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며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장기화로 인한 일본 노선 수익 악화마저 겹치면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이스타항공이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항공사 내부에서는 “올해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에도 적자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국적 LCC들이 내년을 버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증권업계는 국적 항공사들이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실적 악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내년이 진짜 위기'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내년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부 국적 LCC들의 경우 내년을 버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뿐 아니라 티웨이항공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안다”며 “티웨이항공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훈련센터를 건립하고 있는데, 투자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티웨이항공은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화물청사 내에 약 1600평 규모로 훈련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내년 3월 완공이 목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기점으로 항공 시장 재편이 시작됐다고 본다”며 “일부 LCC들이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찾는 등 항공사의 M&A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희영 교수는 “국적 항공사들이 시장 재편 등 대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도 “국적 항공사들이 기존의 방어적인 경영이 아니라, 노선 제휴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자체 혁신을 지속하는 가운데 정부 지원 정책도 뒷받침된다면, 이번 항공업계의 위기는 시장이 성숙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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