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한은행 601억원-우리은행 501억원 대학·병원·지자체에 출연금 내

하나은행 169억원-국민은행 116억원 출연금 지출 등 금고 유치 경쟁 ‘치열’

농협은행 출연금 398억원 지출…대구·경남은행 출연금 74억원·53억원 지출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들이 지자체와 대학, 병원 등 각 기관들의 금고 유치를 위해 올해에도 천문학적인 재원을 출연금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 금고 유치를 위해 진검승부를 벌였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도 가장 많은 출연금을 지출했다.

지방에선 각 지역농협을 통해 금고 관리를 활발히 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출연금을 많이 냈고, 대구은행과 경남은행도 실적 대비 큰 비중으로 출연금을 사용하는 등 금고 유치 경쟁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서울시 1금고 유치 신한은행 출연금 601억원 vs 서울 구금고 독식 우리은행 501억원

16일 전국은행연합회 정회원사인 18개 은행들의 2019년 상반기 현황 보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출연금(이하 대학·병원·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한 출연금 기준)을 지출한 은행은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 601억원을 출연금으로 지출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거둔 당기 순이익 규모는 1조1419억원으로, 순익 대비 5.3%를 출연금으로 사용했다.

신한은행의 순익 대비 출연금 비중 5.3%는 18개 은행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신한은행이 출연금 절대 액수는 물론이고, 실적 대비 출연금 지출 규모도 가장 높음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두 번째로 많은 출연금을 지출한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올 상반기 501억원을 출연금으로 대학·병원·지방자치단체 등에 제공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1189억원을 기록해 순익 대비 4.5%를 출연금으로 지출했다.

우리은행은 실적 대비 출연금 규모가 신한은행(5.3%)와 농협은행(4.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처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천문학적으로 출연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은 이들 은행들이 지자체와 대학, 병원 등 주요 기관의 금고 유치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들은 통상적으로 3~5년 단위로 금고 관리권을 놓고 주요 은행들에 경쟁입찰을 발주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총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 유치권을 놓고 격돌했다.

우리은행은 1915년 이래 지난해까지 104년간 지켜온 서울시 금고 유치권 수성을 자신했지만, 연간 예산 30조원 규모의 서울시 1금고 관리자의 주인은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2조원 예산의 서울시 2금고 유치권을 지킨데 만족해야 했다.

또한 시금고 뿐만 아니라 지난해 일제히 시작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각 금고 입찰 경쟁에서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경쟁을 벌였다.

우리은행은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18개 자치구의 서울 구금고 유치권을 따냈지만, 기존에 관리하던 24개 자치구 중 6개를 타 은행에 내줬다.

신한은행은 5개 서울 자치구의 금고 자치권을 따내면서 종전 7296억원이던 서울 구금고 운영 예산 규모가 2조3580억으로 세 배 이상 뛰어올랐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굴리는 주요 기관의 금고 관리를 따내기 위한 경쟁입찰 과정에선 각 은행들이 해당 기관에 지원하는 출연금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기관에 많은 출연금을 내는 은행일수록, 그 기관의 금고를 관리하는 금고지기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처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주요 기관의 금고 유치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출연금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요 기관의 금고 유치를 위해 꾸준히 출연금을 지출하고 있고, 이는 투자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지출되고 있다”며 “출연금 지출은 사업성을 감안해 매 건마다 이사회 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출연금 지출은 기관 영업을 위해 불가피 한 측면이 있다”며 “기관 고객은 개인 고객보다 신용등급이나 소득 수준, 자산 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금고 유치를 통해 거두는 효과와 비교해서 당행이 지출하는 출연금 규모는 높은 편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농협은행, 389억원 출연금 지출…지방 금고 유치 놓고 지방은행들과 경쟁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올 상반기 세 번째로 많은 출연금을 지출한 은행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398억원을 출연금으로 대학·병원·지방자치단체에 냈다.

순익 대비 출연금 비중은 4.7%로 신한은행(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절대 액수에선 두 번째로 출연금을 많이 지출한 우리은행(501억원·4.5%)보다 오히려 순익 대비 출연금 규모는 농협은행이 더 컸다.

또한 같은 기간 169억원을 출연금으로 지출한 하나은행이나 116억원의 출연금을 낸 국민은행보다도 농협은행이 출연금을 더욱 많이 지출했다.

농협은행이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보다 출연금을 많이 지출한 것은 각 지방에 지역농협이 퍼져 있는데다, 이들 지역농협이 지방 기관들의 금고 유치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점포의 70%가 수도권에 몰려있지만, 반대로 농협은 점포의 70%가 지방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손길이 닿지 않는 금융 소외 지역인 지방에도 농협이 들어가 있는 만큼, 단순히 지방 기관 금고 유치 뿐만 아니라 낙후 지방을 지원하는 측면에서도 농협은 시중은행들이 지원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출연금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출연금 규모가 적은 편에 속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169억원을 출연금으로 냈다. 절대 액수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같은 기간 거둔 순이익 1조90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1.7%에 그쳤다.

이는 실적 대비 출연금 비중이 4%~5%대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서울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 전경. 사진=NH농협은행 제공
국민은행도 다섯 번째로 많은 116억원의 출연금을 상반기에 지출했지만, 순익 대비 출연금 비중은 0.9%로, 실적의 4%~5% 가량을 출연금으로 지출한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에 비하면 출연금 지출이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원구와 광진구, 단 두 개 자치구의 제1구금고를 관리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1금고와 2금고를 모두 통털어 서울 자치구 금고를 유치하고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 대구은행·경남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규모 대비 출연금 규모 커

이에 대비해 실적 대비 출연금 지출 규모는 4대 시중은행에 속하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보다 지방은행들이 더 높았다.

상반기 여섯 번째로 많은 출연금을 낸 대구은행은 74억원의 출연금을 각 기관 등에 지원했다.

특히 같은 기간 대구은행이 거둔 순익 1692억원 대비 출연금 규모가 4.4%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경남은행도 상반기 출연금 액수는 53억원이지만, 순익(1692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4.4%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에 견줄만 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금고 유치 측면에서 출연금을 지출하기 보다는 지방 지원 측면에서 지역 공헌활동 및 불경기에 시름하고 있는 지방 지역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출연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경남은행 본점 전경. 사진=BNK경남은행 제공
여덟 번째로 지원금 액수가 높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52억원을 출연금으로 지출했다. 순익(8662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0.6%에 그쳤다. 이어 광주은행이 30억원을 출연금으로 냈다. 순익(919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3.3%다.

전북은행은 28억원을 출연금으로 냈다. 절대금액 순위에선 열 번 째였지만, 순익(707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4.0%로 높은 편에 속했다.

부산은행은 출연금 12억원을 지출했다. 순익(2224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0.6%다. 제주은행의 출연금은 6억원이다. 다만. 순익(150억원) 대비 출연금 비중은 4.0%로 전북은행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실적 대비 출연금 지출이 많았다.

올 상반기 가장 출연금 지출이 적은 은행은 SC제일은행으로 1억7000만원을 출연금으로 지출했다.

이 기간 SC제일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1479억원으로 순익 대비 출연금 비중이 0.1%에 불과, 실적 대비로도 출연금 지출 규모가 가장 낮았다.

한편, 18개 은행 가운데 씨티은행과 산업은행, 수협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5개 은행은 출연금을 지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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