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이터로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 임기 3년차 3大 영향 변수는 검찰, 북한, 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눈치를 보아야 하는 대상은 여당도 야당도 그렇다고 핵심 지지층도 아닌 그냥 우리 국민"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대통령 지지율이 출렁거리고 있다. 임기 1년차와 2년차 70%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임기 3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임기 3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은 11월 중순이면 5년 임기의 반을 넘기고 집권 후반기에 진입하게 된다. 최근에는 문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결과가 50%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여론은 추석을 지나면서 문 대통령이 더욱 분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 민심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 조차 임기 3년차 징크스는 못 벗어난 셈이다.

왜 5년 임기의 대통령은 거의 예외없이 3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것일까.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에 대해 기대감이 많이 반영됐다고 하면 임기 반환점을 도는 후반부에는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경우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같은 재임시기만 살펴보면 국정 수행관련 긍정 평가는 양호한 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여명조사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15~25%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각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일을 잘하는지 잘 못하는지’ 물어보았다.

임기 3년차 2분기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긍정 평가 결과가 더 높다. 임기 3년차 1분기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분기 평균 45%로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김 대통령은 임기 2년차와 3년차에 걸쳐 아주 안정적인 대통령 지지율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 3분기에는 꽤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임기 3년차 들어 지지율이 34%로 하락했다(그림1).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가 급락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국정 마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임기 4년차에 탄핵까지 당하게 되는 배경에는 2015년 임기 3년차 징크스가 빌미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3년차 징크스를 조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부터 기대감을 덜어내고 성과라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밀며 사안을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임기 초반 야심차게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은 아직 성과를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오히려 국제적인 경기 하강 추세에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갈등까지 번지면서 한국 경제의 주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다.

북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유엔 정상 회의에 참석해 ‘DMZ(비무장지대) 영구평화론’을 역설했다.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미국과 이웃 나라인 일본의 핵심 대북정책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다. 아무리 DMZ 영구평화론을 들고 나오더라도 북한이 호응해 주지 않거나 미국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을 늦추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경제와 북한에 대한 성과없이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리 만무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바로 공약이다. 문 대통령의 간판 개혁은 검찰 개혁이다. 조국 장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집권 전반기 70%대 고공지지율 행진곡이 귀에 익숙하다고 해도 지지율을 반등시킬 재간은 없어 보인다.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선거일 때문에 지난 5월에야 본격적인 임기 3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운명은 검찰, 북한, 경제라는 3대 변수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첫 번째 문 대통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첫번째 변수는 공약이다. 문 대통령의 간판 공약은 단언컨대 검찰 개혁이라 할수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추구해왔기에 문 대통령은 무리수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인 검찰 개혁의 복병으로 개혁 대상인 검사 조직이 아니라 개혁 주체인 조국 장관이 떠오르면서 상황이 꼬여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 장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조국 장관으로부터 비롯된 여러 의혹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7%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조국 장관이 적절한 인물인지 그렇지 않으면 적절하지 않은 인물인지’ 물어본 결과 ‘적절하다’는 의견이 36%,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 54%로 적절하다는 긍정 여론보다 잘못된 임명이라는 부정 여론이 훨씬 우세했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 평가는 40%대로 주저앉았다. 부정 평가는 54%로 나타났다. 조국 장관에 대한 부정 여론이 53%이므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와 거의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그림2).

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과 동일시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고 있는 검찰 개혁과 조국 장관의 운명이 하나가 수렴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조국 장관의 거취에 따라 문 대통령이 너무 많은 부담 즉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 조국 장관은 자신과 가족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 검찰과 대결하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조국 장관을 응원하는 지지자층은 검찰 수사가 지나치게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조국 장관을 위해 앞장서서 검찰에 대한 독설을 쏟아내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만약 검찰이 조국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구속 영장을 제출했다 기각당하면 반드시 그 책임을 지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 여론은 진보 진영 유력 인사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코리아리서치가 MBC의 의뢰를 받아 추석 연휴 마지막 시점인 14~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7%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을 수사하고 부인을 기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원칙에 따른 적절한 수사’라는 의견이 66.3%로 압도적이다. 국민 3명 중 2명은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의 부적절한 정치개입’이라는 응답은 30%였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비판적인 서울, 인천경기, 20대, 무당층, 중도층 모두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내년 총선 투표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과 중도층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70%를 넘었다(그림3).

임기 반환점을 곧 돌게 되는 문 대통령에게 검찰 개혁 없이 정권의 성공은 없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향후 국정에 검찰 개혁 성공 여부가 주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런데 논란에 휩싸인 조국 장관 이슈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성공 여부도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일 실시한 조사(전국1026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1%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앞으로 검찰 개혁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물어본 결과 ‘잘 될 것이다’는 낙관론이 39.5%, ‘잘 안될 것이다’는 비판론이 55.8%로 비판적 시각이 15%포인트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 될 것이다’는 낙관적 전망은 주로 ‘조국 장관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여서’,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가 강해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에 비판적 시각은 ‘가족 기소 등 조국 장관에게 흠결이 많아 잘 안될 것으로’, ‘국회 입법사안이라 야당 반발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그림4).

결과적으로 대통령 임기 3년차 운명을 좌우할 지지율은 단기적으로 조국 장관의 운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검찰 수사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그리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국 장관은 어떤 거취를 표명할까. 임기 3년차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은 검찰 개혁의 향배, 그리고 조국 장관의 거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두 번째로 임기 3년차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변수는 북한이다. 임기 2년차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장 긍정적인 변수는 북한이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4월말 판문점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 극적인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 직후 있었던 지방 선거는 여당, 즉 문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여당의 승리라는 표현보다 대통령의 압승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이유는 경향 각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 소식이 들려오는 곳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절대 반지’처럼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문 대통령의 절대 반지는 남북관계였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당장이라도 북한이 개방의 문을 활짝 열 것으로 확신에 차있었다. 그런데 한반도 정세는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지금까지 큰 성과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답보 상태이고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 또한 내리막길이다.

한국리서치가 자체조사로 지난 6~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패널웹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2.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잘했다’는 긍정 평가는 41%에 머물렀다. ‘잘 못했다’는 부정 평가가 53%로 절반을 웃돌았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으로 비교적 휴전선과 거리가 가까운 수도권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대북정책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달랐다. 서울지역 응답자들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긍정 의견이 40%, 부정 의견이 54%였다. 인천경기 지역은 긍정 43%, 부정 51%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도층은 현 정부가 대북정책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응답자 10명 중 6명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통령 지지로부터 급격히 이탈하고 있는 20대의 경우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60%가 ‘잘 못하고 있다’로 조사됐다.(그림5)

문재인 대통령 임기 3년차를 좌지우지할 세 번째 변수는 경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기존 경제 질서를 대체할 정책 수단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보편적 복지를 통해 소득을 늘림으로써 경제 성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취지였다. 새로운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성과없는 기대감'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되고 말았다. 지난 6~9일 실시한 한국리서치 자체조사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응답자 3명 중 1명이 채 되지 못한다.

서울 지역 응답자들은 10명 중 7명 가까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최우선 과제인 20대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8%로 나타났다. 청년 일자리 확대 그리고 공공 일자리 확충을 공약으로 내 건 정권이지만 정작 20대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특히 내년 총선의 투표 기준으로 경제 문제를 내걸 공산이 커진 중도층에서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정이 66%로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그림6).

임기 3년차에 진입하면서 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경제 성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경제팀은 오락가락하는 내부 상황으로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초래했다. 오죽했으면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의 갈등을 ‘김앤장 갈등’으로 비꼬았을까.

경제 관련 이슈는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대통령은 일자리 관련 정책을 설명하며 통계 자료를 잘못 읽어 호된 지적질을 당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사업으로 노년층의 임시직 일자리와 노동 시간이 늘어난 것을 보고 전례 없는 고용 안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낯 뜨거운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민생은 먹고 사는 문제다. 일자리가 먹는 문제의 해결이라면 사는 문제의 해결은 거주 및 부동산 정책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6~9일 실시한 조사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2%, 부정 평가는 긍정 보다 두 배 가량 많은 63%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서울 지역은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불만 여론이 70%를 웃돈다.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20대는 70% 가까이 정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다(그림7).

먹고 사는 문제인 일자리와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에 대한 호감도는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경제 정책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성과를 임기 3년차에 내놓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온전한 평가를 받기 힘들어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은 너나 가릴 것 없이 지독한 임기 3년차 징크스를 겪어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3년차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 국회의원 총선 결과는 야당의 승리였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이벤트를 만들어냈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경기 호황을 이끌어냈더라면 지금 이런 취급을 당하며 속죄양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기 3년차 위기를 핵심 지지층의 열성적 결집으로 인해 현실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징크스 재앙을 피해가기는 더욱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현 시점에서 실시된 여론 조사결과는 대통령과 현 정부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자체조사로 지난 6~9일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긍정 인식은 40%였다.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48%나 되었다.

하지만 연령별로 지역별로는 전혀 다른 인식을 하고 있음이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20대는 현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무려 56%나 된다. 반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긍정 인식은 26%에 불과했다. 만약 문 대통령과 정부가 핵심 지지층인 30대의 목소리 또는 호남 지역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다면 상당수 국민들의 우려와 불만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특히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중도층에서 문재인 정부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이 50%로 나타난 점은 현 정부가 귀담아 새겨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그림8).

여당의 대표적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은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여론조사나 여론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결단력’이라는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명언을 강조하곤 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대통령은 외로운 선택의 순간을 자주 겪게 된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 결단 하나하나를 여론 조사나 여론의 흐름에 의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여론을 존중하고 여론 조사의 결과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여론 조사를 국정 운영에 참고할 생각이 아예 없다면 청와대가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수십억원대의 예산을 들여가며 여론 조사를 실시할 까닭이 없다.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여론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삼척동자로 아는 일이다.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선거 공약이나 다름없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관련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보좌진이 넘겨준 통계자료는 협정 반대가 찬성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클린턴 대통령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들의 반대를 찬성으로 돌리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을 설득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에게 자유무역협정의 장점을 설명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국 북미자유협정은 다수 국민들의 동의를 얻고 통과됐다. 비유를 할 때는 그 대상의 무게에 있어 비슷한 균형이 갖추어져야 한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여론조사를 했더라면 애급 탈출에 큰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는 비유와 예수와 마틴 루터의 여론조사를 빗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던 트루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금 상황에 들이댄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치적이다.

한편으론 임기 3년차 대통령 징크스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와 여당의 인식이 분열되어 있는 야당 때문일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떠한 악재가 있더라도 보수 야당은 결코 통합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여당 대 다수의 야당 후보 사이의 대결이 내년 총선에 펼쳐지면 여당이 궁극적으로 유리하다는 진단 말이다.

실제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3~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이 38%, 자유한국당 26%, 바른미래당 6%, 민주평화당 1%, 정의당 12%, 우리공화당 1층, 무당층 16%였다. 정당 지지율을 후보의 경쟁력으로 대입하면 정당 지지율이 높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가 더 유리한 환경이 된다.

특히 범진보진영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율을 합하면 50%나 된다. 반면에 범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지지율을 다 합해도 고작 39%에 그친다. 범진보진영에 미치지 못한다. 이쯤되면 ‘야당 복’을 누리는 여당의 안도의 한숨을 내쉴만해 보인다.

다만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의 속내를 분석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서 무당층이란 같은 조사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층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4%, 자유한국당 16%, 바른미래당 7%, 정의당 6% 등이다. 현 시점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무당층 응답자들은 내년 총선 투표 정당에 대해서 절반 이상인 56%가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그림9).

선거는 부동층의 향방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향한 표심이 여당에 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은 자칫 객관적인 판단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중요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가치가 있다. 임기 3년차 문 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검찰 개혁의 분수령이 될 조국 장관 문제,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경제 회생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그렇다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임기 3년차 징크스’는 몇 배 더 심각한 ‘증후군’으로 확산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트루먼 전 대통령을 여당 위기 상황에 소환했지만 더 적절한 소환 대상은 트루먼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밀어붙여도 될 오바마케어 통과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 모임 문지방을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설득과 소통의 정치다.

문 대통령이 귀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핵심 지지층이 아니라 쓴소리를 내뱉는 국민들이다. ‘어법조(어차피 법무장관은 조국)’에서 ‘조국조(조국의 적은 조국)’으로 내몰린 조국 장관의 처지를 보면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극복해야 하는 라이벌은 바로 문 대통령 자신이다. 문 대통령이 눈치를 보아야 하는 대상은 여당도 야당도 그렇다고 핵심 지지층도 아닌 그냥 우리 국민일 뿐이다. 그것이 임기 3년차 징크스를 단번에 해결하는 신이 내린 처방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동서고금 변하지 않는 진리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갖춰 정치 판세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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