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및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추진

향후 전월세 상한제 도입까지 거론…부동산 시장 혼란 가속화 우려

시장에 대한 정부의 돌려막기식 정책 개입은 부작용과 악영향 초래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그동안 공공택지에만 적용돼 왔던 분양가상한제가 지난 8월 국토부의 발표를 시작으로 10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민간택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주택건설 원가를 감소시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주택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이득이 감소하는 것이므로 아파트 공급량 자체를 줄일 수 있어 향후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을 예측하는 국민 즉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빨리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고 실제로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불 난 곳에 기름을 붓는 듯한 모습이 감지되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여당과 법무무가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계약갱신 청구권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계약갱신 청구권’이란 세입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확대해 세입자의 의사에 따라 전월세 계약 갱신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즉 현재 2년인 전월세 계약이 최대 4년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당이 이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매 2년마다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면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여주려는 데 있다. 하지만 그같은 선의의 정책 의도와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1989년에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통해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서울과 전국에서 각각 약 23%와 17%의 전세가격이 인상되는 예상치 않은 상황이 불거진 것이다. 이는 임대인들이 계약기간 연장에 대비해 미리 전세가격을 올려버리는 등 사전에 움직였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만약 앞으로 계약갱신 청구권 제도에 의해 계약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증가한다면 당연히 임대인들은 미리 임대료를 높이려 할 공산이 크다. 또한 1989년 당시와 유사한 단기 급등사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여당은 이러한 문제에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월세 상한제까지 함께 패키지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만 주택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이득이 감소하는 것이므로 전월세 공급 물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급등하게 될 뿐 아니라 전월세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수요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과거 뉴욕에서 월세 상한제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뉴욕의 슬럼화'라는 전혀 예기치 않은 부산물로 귀결됐다. 공급자의 경우 월세 상한제에 의해 임대료를 올릴 수가 없고 그에 따라 이익이 줄어들자 아파트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뉴욕의 아파트의 수준이 낮아지게 되면서 결국 슬럼화라는 전혀 원치 않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정책과 관련, '뉴욕 월세 상한제'는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요즘도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일부 장점도 있겠지만 의외로 부작용이 더욱 큰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를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부른다. 즉 시장 실패를 막으려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은 이같은 점을 고려하지 못한 헛점이 눈에 띌뿐 아니라 오히려 '돌려막기식 정책'으로 인해 정책 부작용을 확대할 가능성 마저 우려된다.

원래 월세 또는 월세 계약기간은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합의해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이같은 메커니즘을 도외시한 채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정책 A의 부작용을 막으려고 정책 B를 쓰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계약갱신 청구권 제도로 인한 전월세 가격 급등이 우려되자 전월세 상한제도를 추가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오류를 경제학에서는‘풍선효과’라고 부른다.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미 부풀어져 있는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반대 쪽이 튀어 나오는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방식의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빈번하게 나타났으며 최근에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의해 2017~2018년의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시키자 영세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정부는 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정책으로 그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기업의 수수료 증가로 인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에 따라 카드사는 결국 일반 국민들의 카드사용 시 혜택을 줄이게 됐다. 이로 인해 모든 국민이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경제적 비용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특히 최근 몇가지 악재로 국정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일각에서는 존재하는듯 싶다. 내년 총선 대비 전략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상승추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 일정부분 정부가 개입해 규제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도 적절한 시기가 요망되며 최근과 같은 시기에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은 논란을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했든 안 했든 이미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기 시작했고, 시행을 앞두고 관련인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양을 앞두고 있던 아파트들은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예정보다 분양을 앞당기기 시작했다. 또한 가격 상승을 예상한 수요자들이 몰려 들어 청약률이 급등하는 사태도 이미 빚어졌다.

이번 부동산 규제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뿐 아니라 계약갱신 청구권을 도입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최대 4년까지 보장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주로 세입자들이 서민층에 속한다는 점에서 임대인의 횡포나 일방적인 전월세 계약 해지를 방지하고자 만든 것이다. 물론 그 취지는 옳으며 공감이 간다.

하지만 세입자들 중에는 오히려 월세를 내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버티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임대인이 여러 사유로 기존의 세입자와의 계약해지를 원하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법적으로 전월세 계약 연장 권리를 강제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순히 전월세 계약을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해서 정부의 의도대로 세입자들의 주거가 안정화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반대급부로 임대인의 경우,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에 전세금이나 월세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을 연장하고 싶어도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 세입자를 도와주려는 계약갱신 청구권의 취지가 오히려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결국 하나의 규제를 확립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가 만들어지고 그 규제로 인해 다른 규제가 다시 파생되는 연쇄효과가 이어지면서 결국 부동산 시장은 규제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규제가 시장 및 경기에 미칠 여러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내몰리듯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규제정책을 살펴보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방어하고 '조국 사태'를 무마하고자 부동산 정책을 선심성 정책이자 지지율 상승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기선택과 속도조절이 필수적이다. 다만 정책의 효과가 아닌 지지율 상승을 위해 정책을 놓고 속도 조절을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때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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