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내 일을 만드는 비밀열쇠는 철저한
자기 알기, 자신에게 맞는 일 찾기, 끊임없는 배움과 학습 세가지다"

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 일의 미래

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지금처럼 관심을 많이 가진 적도 없다.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사회변화, 특히 일과 직업의 변화가 워낙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첫째, 사람들이 해오던 노동의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과 지능형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동시에 전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둘째, 한번 배운 기술로 하나의 평생직장에서 일하던 시대는 끝나고, 쉼없이 새롭게 배우면서 직장과 직업을 이동하는 프리랜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셋째,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30여년 일하고 퇴직하던 시대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적어도 30~40년은 더 일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내 일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내 일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일자리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AI혁명이 진전되면 될수록 상황은 더욱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뿐 아니다. 고령화혁명으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한 고령자들의 대다수도 더 일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저성장 추세, AI혁명, 고령화혁명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일자리 문제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 일이 없으면 내일(來日)이 없다’는 사실이다. 평균 수명이 예상외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생명과학과 유전공학, 의학의 발전으로 현재의 50대는 100세를 훨씬 넘어 12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이 있어야 일상생활을 지탱해줄 소득도 생긴다. 일을 해야 성취감도 느끼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일이 있어야 여가도 의미가 있다. 건강도 관계도 일을 통해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내 일이 없이 행복한 인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생이라는 건축물의 뼈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이 없으면 인생이라는 건물이 통째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내 인생이라는 건축물이 튼튼하게 오래가려면 반드시 오래가는 내 일이 있어야 한다.

# 오래가는 내 일을 만드는 비밀열쇠

그렇다면 내 일을 만드는 비밀열쇠는 뭘까? 비밀열쇠의 단초가 될 만한 몇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본다.

첫째, 내 일을 만들기 위해 아무 일이나 찾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인내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루이틀 일하고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0~80년 이상 일을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내 일이 곧 내 삶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철저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과 깊이 대화하면서 자신의 성격, 재능, 장점, 습관, 자신이 행복할 때, 자신이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을 적어보면서 자기자신을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라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된다. 일을 찾는 것이 지피(知彼)라면, 자신을 아는 것은 지기(知己)다. 내 일을 만드는 싸움터에서 나 자신을 철저히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 전쟁터에 나가도 위태롭지 않다.

자기자신을 철저히 이해하는 방법으로 필자는 자기제품명세서를 써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A4 용지 한 장이면 된다. 나의 장점, 내가 행복할 때, 나의 좋은 습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각각 25개씩 써본다. 100개의 텍스트로 정리해서 자기라는 제품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명세서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여년간 1만여명의 사람들에게 자기제품명세서를 만들어보게 했다. 의외로 자신을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는 것이 대부분 수강자들의 반응이었다.

셋째, 자신 알기와 자기에게 맞는 일 찾기가 끝났으면 다된 걸까? 아니다. 그 일에 적합한 역량쌓기가 필요하다. 나에게 맞는 일이 있다고, 그 일이 내 일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그 일에 맞는 역량이 충분히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역량쌓기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5~10년은 걸리는 것 같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치밀히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 쉼없는 배움과 학습이 필요하다. 배움과 학습이 없이 일만 하면 금방 밑천이 바닥나버린다. 그렇게 되면 오래오래 제대로 일하기가 힘들어진다.

내 일을 만드는 비밀열쇠는 지금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철저한 자기 알기, 자신에게 맞는 일 찾기, 끊임없는 배움과 학습이라는 세 가지 작업은 오래가는 내 일을 만드는 비밀열쇠를 찾아가는 보물지도와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 김현곤 LX공간정보연구원장 :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뒤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미래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지난 30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해왔고, 고령사회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2019년 1월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LX) 공간정보연구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 <미래 만들기>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로 통한다> 등의 저서를 출간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부지런하고 발이 넓은데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 '미래 디자이너'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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