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미일 중심의 동북아 안보축이 북중러로 재편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 보일 듯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일 관계의 냉각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조치에 대응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이후 양국 간 갈등 국면이 극에 달하게 된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일 양국의 패권 경쟁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철학인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도 연관이 된다는 점에서 한일 냉각기의 장기화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지소미아 종료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본궤도 진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소지도 없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핵심 안보 고리인 한미일 협력 체계가 한일 갈등으로 헐거워지게 된 데 따른 후유증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국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철회한다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겠다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보복’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자신들 나름의 합리성과 타당성만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은 연일 “한일 양국에 매우 실망했다”며 유감을 나타내고 있어, 한일 갈등이 엉뚱하게 불똥이 튀어 북미 비핵화 협상 '표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한일 갈등의 심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유력해 보인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미일 동맹을 흔들어 대북 억지력을 감소시킬 것”이라면서 “이는 북중러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석은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의 핵인 한미일 3각 축이 벌어지는 것을 틈타 역내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전면에 내세워 한미일 견제 전략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큰 틀에서의 한반도 역학관계에서 한미일 3국의 동맹관계는 느슨한 관계에 처해지고, 북중러 3국의 혈맹관계는 더욱 더 끈끈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북한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틀 만인 지난 24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극에 달한 한일 갈등 국면에서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 체계를 시험해보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또 지지부진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고강도의 대남·대미 압박 전술로도 읽힌다.

미국이 한일 갈등 과정에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한미일 동맹이 북한의 군사 도발과 역내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핵심 안보 틀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의 또 다른 미사일 도발과 북중러의 군사 공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지난 7월23일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 한국방공식별구역, 일본방공식별구역을 무단으로 넘나든 것 역시 북중러가 한미일 관계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 경우 강제징용 문제 등과 관련한 한일 관계에 대해 비교적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던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일 갈등이 외교안보 및 군사적인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을 적극 중재하는 쪽으로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안보축의 움직임이 북중러로 재편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좀더 능동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 대선을 1년 앞둔 내년 11월까지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와 역진이 불가능한 북미관계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을 비롯해 △미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 개시 △모든 핵프로그램 동결과 영변 폐기 △비핵화 진행상황과 이에 따른 제재 유예·예외 조치 진행 등의 과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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