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산업2부 기자.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국적 항공사들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은 미중 무역 분쟁, 환율 상승 등의 악재뿐 아니라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따른 일본 노선 수익 악화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국적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축소와 대체 노선 확대 등의 조치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속내는 사뭇 다르다. 국적 항공사들 내부에서는 “과거에도 위기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자칫하다가는 국적 항공사들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항공기 취득세 감면 등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중·장기 대책을 내놓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진짜’ 목소리다.

국적 항공사는 사기업이면서도 정부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운수권 배분, 신규 항공기 등록, 신규 취항 등 수익 창출을 위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통 범주에 속하는 항공 산업의 공공성과 항공 안전 등의 특성 때문에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정부 정책으로 수익이 좌우되는 만큼, 국적 항공사들이 정부를 향해 업계 위기 상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의 눈 밖에 났다가 신규 운수권 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항공사들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국적 항공사들이 ‘앓는 소리’ 한 번 내뱉지 못하고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국내 항공 산업 보호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뒤뚱거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퇴직한 임원의 ‘갑질 논란’을 이유로 진에어를 상대로 1년 넘게 제재를 유지하는 등 국적 항공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부가 국내 항공산업 위기에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국토부가 국적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수익 악화와 관련해 내놓은 대책은 인천국제공항 운항 시각 조정을 통한 대체 노선 다변화 정도다.

반면 국토부는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자 △대체 노선 신설·증편 △중국 노선 운수권 의무 사용 기간 제한 완화 △지방공항 전세편 유치 지원금 확대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놨다. 이후에도 국토부는 △이용률 저조 지방공항 시설 이용료 감면 △중국 운수권 의무 사용 기간 면제 △해외 유치 마케팅 활성화 등의 추가 대책까지 마련하면서 국내 항공 산업 보호에 적극 나섰다.

국적 항공사 보호를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는 국민 세금으로 사기업인 항공사를 왜 보호해야 하느냐는 반문이 뒤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우문에 불과하다. 글로벌 항공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얘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전세계 각국은 앞 다퉈 자국 항공사 육성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공 산업의 공공성과 성장성 등을 고려해 자국 항공사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자국 항공사 보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글로벌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 산업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항공사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적 항공사 육성 정책은 커녕 국적 항공사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지원 정책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항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올해부터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대형항공사를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항공사 옥죄기 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국내 항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항공업계의 '공멸' 우려가 현실이 될수도 있다. 국토부가 항공업계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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