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장관급을 마지막으로 조각해온 문 대통령, 靑 수석 및 정부 차관급은 마무리 수순

현안 산적한 외교안보 라인은 유임 쪽에 일단 무게 실려…대일 협상력 강화 요구가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7월3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저도 전망대에서 거가대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어느덧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오는 11월이면 반환점을 돌게 되는 문재인정부가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할 중요한 개각을 언제쯤 단행할지 주목된다. 때마침 국내외 산적한 현안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를 개각을 통해 일신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각료제청권을 국무총리가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인사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지난달 30일 청와대로 불러 현안에 대한 논의를 거친 것은 개각 규모에 대한 최종 점검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주례회동을 가지며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대응책 마련과 이 총리의 해외 순방 등으로 정규 만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회동에서는 시기적으로 개각의 시기와 교체 대상, 폭 등에 대한 전반적인 협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각 시기에 대해서는 이르면 8월 첫째 주에서, 늦어도 둘째 주에는 이뤄질 것이 유력해 보인다. 통상 정부 개각 과정에서 정치인을 포함하기 위해선 당과의 사전 협의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야당을 포함하는 협치내각이 아닌 이상 문 대통령은 이 총리를 만난 이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조율을 통해 인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이번 주말을 건너서 8월 중반 이전에는 내각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청와대 수석급이나 정부의 차관급에 이어 장관급 인사를 마지막으로 내각을 조각해온 문 대통령의 과거 사례에서 이번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개각을 앞두고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강기정 정무수석 등 주요 참모진들을 교체하며 내각 재편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 모양새를 취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강신욱 통계청장과 김종석 기상청장 등 6개 차관급 인사에 이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5명의 장관을 지명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외교부 1차관에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을 임명하는 등 9명의 차관급 인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25일에는 김조원 민정수석 등 3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그간 인사 법칙에 따르면 이제 장관급 인사만이 남은 모양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장관 임명에 앞서 또 한 번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한 달 넘게 공석인 기획재정부 1차관을 비롯해 산림청장 등이 교체 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각의 핵심인 장관급을 대상으로 한 개각 규모는 8개 부처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시 되는 장관들이 가장 먼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농림축산식품부 이개호·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혀온 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유임쪽으로 무게가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무부 박상기·보건복지부 박능후·금융위원장 최종구·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 등은 교체가 확정적이며, 공석 중인 공정거래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지명을 기다리고 있다.

각종 안보이슈 등이 겹겹이 쌓이며 현안 해결이 막중해진 외교안보 라인의 유임 가능성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데일리한국과의 만남을 통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정경두 국방부 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교체가 확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나, 이후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갈등을 포함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한반도 정세가 엄중히 전개되면서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존 인사들이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청와대 내에서 쏟아지며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5월 외교안보 3개 부처 차관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남북 대화의 분위기 반전을 꾀할 장관 교체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협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정치권에서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어 전격적인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흐름이다.

개각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외교안보 이슈가 부각됐을 뿐 아니라 후임자들의 장관직 거부 등이 겹치면서 유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재풀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얘기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개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거에 출마하셔야 할 분들은 선거 준비를 하도록 보내드리는 게 옳다”며 개각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면서도 “뜻밖에도 사양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구인난’을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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