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일방적으로 참여 통보" vs 사측 "노조가 대화 자체 거부"
노사 대화 테이블 한번도 없어…"제도 도입 사실상 물건너갔다"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근로자 참관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노사 간 제대로 된 협의 한번 못한 채 제도 도입 여부가 답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자 참관제 도입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사장 사퇴 서명운동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이재광 HUG 사장과 노조와의 관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해 7월말 공공기관 최초 '노동이사제 도입'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단계로 근로자 참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노조측에 참여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후 노사 간 대화 테이블은 단 한 번도 마련되지 않았다.

노사 양측은 근로자 참관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노조 측은 "불통(不通)으로 일관한 이재광 사장이 낳은 결과"라면서 "근로자 참관제는 이 사장이 취임 초기에 뒤로는 노조를 탄압하면서 앞에서는 친 노조 이미지를 형성하면서 이번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언론플레이였을 뿐, 제도 추진 의지나 진정성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노사협의회 파행 등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측과 어떤 사안도 얘기할 수 없었다"면서 "노조 측에서 근로자 참관제를 하겠다고 한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근로자 참관제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평가받는 제도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순 있지만 발언권과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발언권과 의결권까지 부여되는 노동이사제와는 차이가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기관 의사결정 과정에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같은 차이 때문에 노동계에서 근로자 참관제에 대해 실효성과 역효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HUG 노조 역시 지난해 사측의 근로자 참관제 참여 요청에 유보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최보승 금융노조 산하 HUG지부 부위원장은 "의결권이나 발언권도 없이 이사회에서 구경만하는 근로자 참관제는 노동권을 더 약화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이사회 결정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있지만 참여할 권리가 없어 '알지만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특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사측이 '노조 측도 알고 있지 않았느냐'면서 오히려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부위원장은 특히 "당시 HUG 노조가 소속된 금융노조 내부에서 노동이사제를 놓고 선별 중앙교섭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완곡하게 유보 입장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금융노조 산하 35개 지부는 노동이사제에 대한 입장 정리를 위해 내부 논의를 진행했지만 노동이사제 시행에는 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는 등의 이유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된바 있다.

다만 금융노조가 소속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는 노조가 이사회 구성원 중 일부를 추천하는 '노조추천 이사제'를 공식 입장으로 정한 만큼, 사측이 대화를 요청한다면 협의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 HUG 노조 측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사측은 '왜 대화에 나서지 않았느냐'며 노조측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상황이다.

HUG 관계자는 "노사협의회를 전혀 할 수 없는 등 노조가 대화 자체를 아예 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참관제를 비롯한 여타 문제를 아예 논의할 수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HUG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근로자 참관제를 단 한 번도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한 적도 없었고, 제도 도입 제안 당시에도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근로자 참관제 참여를 통보하면서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었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근로자 참관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와중에 이 사장의 노조 탄압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이었기에 노조 입장에서는 이 사장의 이미지 개선용이 될 수 있는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먼저 나서서 대화할 상황은 아니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취임한 이재광 사장은 노조와 잇달아 충돌하는 등 강경 기류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직후 HUG 일부 부서의 사무실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이 불거진 것을 비롯해 △전원 노조 탈퇴 요구 의혹 △노조 전임간부 노조 합의없이 전보 조치 △HUG 감사실을 압박해 노조간부 파면 시도 의혹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특혜 채용 의혹과 황제 의전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노조 측은 지난달 11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황소상광장에서 '이재광 사장 규탄 및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이 사장의 전격 퇴진을 요구한 상태다.

공공기관 최초로 노동이사제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HUG지만, 근로자 참관제 시행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HUG의 한 관계자는 "사장 사퇴 서명운동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근로자 참관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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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8/01 17:12:42 수정시간 : 2019/08/23 11: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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