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데일리한국 산업2부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해킹 위험과 요기요 정보 악용에 대한 우려를 지금 논하는 것은 상상 속의 일일 뿐이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

최근 배달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자영업자 매출 관리서비스인 '배민장부' 논란에 대한 우아한형제들의 답변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와 제휴를 맺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와는 소통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이며 스스로 논란을 키워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배민장부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1월 음식점주들의 매출관리를 돕고자 선보인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지난 4일 음식점주들이 배달의민족을 통한 매출뿐 아니라 요기요를 통한 매출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음식점주들의 요기요 매출정보를 배민장부에 가져오기 위해 음식점주에게 '요기요 사장님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딜러버리히어로 코리아가 반발하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요기요를 통한 사장님들의 음식점 매출액 정보는 요기요의 것이 아니라 사장님들의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와 별도 논의 없이도 사장님들만 동의하면 요기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집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이같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은 "토스, 뱅크샐러드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통합관리앱 업계에서는 배민장부와 서비스 방식이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통합관리앱인 토스,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동의를 받는다는 점은 배민장부의 방식과 같지만, 은행 및 증권사와 제휴를 맺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두 앱은 제휴관계에 있는 금융사에서 협약을 맺은 고객정보만 가져온다.

배민장부와 금융통합관리앱의 사업방식이 이같이 다소 다른데다 우아한형제들의 주장처럼 음식점주들이 동의만 한다면 다른 배달앱과 논의없이 매출정보를 가져와도 문제가 없다는 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법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가 배달앱 시장 1,2위를 다투는 경쟁관계인 만큼 정보수집이 배달의민족 사업에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측은 “해킹 위험이나 요기요 정보 악용 우려를 지금 논하는 것은 일어나지 않은 상상 속의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입장에서는 자사의 정보를 언제나 들여다볼 수 있는 ‘뒷문 열쇠’를 경쟁사가 손에 쥐게 되는 상황인데도 경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그럴 일 없으니 그냥 믿어달라’는 식이다.

11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요기요 사장님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갖고 어떻게 매출정보만 가져갈 것인지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에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안하무인격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 악용 우려 연장선상에서 우아한형제들의 이중적 모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5월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의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곳 음식점 명단과 매출 정보를 확보해 영업 활동에 활용했다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도 자사 정보는 매우 중요했던 모양이다.

금융 통합관리앱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와 제휴를 맺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할 걸 묻느냐"며 "금융사와 우리가 맺는 최소한의 안전 고리이자 신뢰의 표시"라고 답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과의 제휴가 해결책으로 남아 있음에도 우아한형제들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사와 '불통'의 자세로 논란을 키운 만큼 음식점주들의 매출관리를 돕겠다는 배민장부의 취지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듯 싶다. 배민장부, 취지는 좋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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