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불확실성 커져 실적 '먹구름' 우려…"인수 후보군 매각가 낮추기 시간끌기 전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르면 이달 말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2분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잔뜩 낀데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마저 불거지면서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와 함께 통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유력한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사실상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금호산업은 이르면 이달 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산은과 금호산업 측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통매각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항공업계 불확실성 ‘고조’…아시아나항공 인수자 ‘깜깜’

산은과 금호산업은 계획대로 연내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연내 매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심화되면서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FSC)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항공 화물 수요 감소로 인해 2분기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2분기 실적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LCC는 지방공항 노선 비중이 높아,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에 실적이 부진하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도 우호적이지 않아, 국적 LCC들이 올해 2분기 지난해 2분기보다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적 항공사들은 성수기인 올해 3분기에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최근 한국과 일본간 외교 갈등이 이어지면서 항공업계 3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 LCC의 전체 매출 가운데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라며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인해 일본 노선 수요가 감소할 경우, 3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 찾기도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피력한 그룹은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을 제외하면 전무한 실정이다. 애경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2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쉽사리 인수자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SK그룹, GS그룹 등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이들 기업이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무리하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른바 ‘시간 끌기’ 전략을 펴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로 먼저 나설 만한 기업을 상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에어부산 항공기. 사진=에어부산 제공
◇산은, 아시아나 ‘통매각 원칙’ 고수…“아시아나항공 매각 장기화될 듯”

여기에 산은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계열사와 함께 '통매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 검토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지분율은 에어부산 44.17%, 아시아나IDT 76.30%, 아시아나에어포트 100%, 아시아나세이버 80%, 아시아나개발 100%, 에어서울 100% 등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자회사(지주사 증손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 체제의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지분을 100%까지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지주사의 자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된다. 지주사 체제의 대기업 집단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세이버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항공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통으로 매각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해 보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 한일 외교 갈등 등 국적 항공사를 둘러싼 대외적인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는 기업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허 교수는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한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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