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제4차 산업혁명은 '지능경제혁명'으로,
이제는 누구나 'AI문맹' 소리를 들어서는 안되는 시대가 됐다"

이준정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제4차 산업혁명은 '지능경제혁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AI(인공지능)가 핵심기술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기술이 모든 작업을 설계하고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AI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인간이 가설을 설정해 주고,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처리할 일의 내용, 학습범위 그리고 결과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일을 맡겨줘야만 한다. AI가 제 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사람이 제공하는 환경내에서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I가 시대의 총아이자 대세로 떠오른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전문 AI 개발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대용량 데이터가 있을 때 그 데이터를 AI로 처리해 낼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AI문해력(또는 이해력) 만큼은 누구에게나 요구된다는 점이야 말로 정말로 중요하다. 이제는 누구나 'AI문맹' 소리를 들어서는 안되는 시대가 됐다.

AI문해력(文解力)은 용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정의하는데서 출발한다. 사실 인공지능은 기술 발전에 따라 그 기준과 대상이 계속 진화해 오고 있다. 다만 현재의 기준이나 평가가 미래에도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2050년 이후가 되면 AI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처리해 낼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현재 기술수준에서 정의한다면 AI는 데이터가 풍부한 특정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수준, 즉 특수용도의 인공지능(좁은 AI)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계가 특수 분야를 처리함에 있어 탁월성을 일단 획득하게 되면 이를 다른 기계에 복제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인간들이 이 같은 일처리에 필요한 훈련에 드는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반면 인간이 경험을 확장해 일상생활에서 처음 마주치는 일들을 처리해 내듯이 기계가 예전에 처리한 경험이 없는 일 조차도 인간 수준으로 처리해 내는 범용성을 갖게 되는 일반 인공지능(넓은 AI)는 아직은 개념이나 기술적으로 요원한 상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는 특수용도의 AI일지라도 AI가 감당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공존한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만 있다면 뭐든지 처리해 낼 수 있다는 AI에 대한 과장된 신뢰와 현실적인 기술 적용의 어려움을 구분하는 능력은 AI에 매몰되는 함정을 피하고 현실적인 AI이득을 취할 수 있는 힘이다. 더 중요한 점은 AI문해력은 역동적인 변화를 겪게 될 미래 사회에서 올바른 사회적, 개인적 또는 직업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사실이다.

AI는 이론적 근거가 희박한 현상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하고 진단한다. 예측의 정확도는 학습한 데이터 양에 비례하며, 알려지지 않은 사례나 빈도가 낮은 현상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상적으론 AI 판단 범위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세가지가 있다. 우선 희귀한 사례에 대해서는 정성적인 또는 사전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 두번째는 가설과 문제의 설정을 통한 이론 모델을 생성해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세번째는 인과관계의 개념을 차별화해서 분류하는 방법 등이 도입되고 있다.

AI기법이 성공하려면 우선 사용 가능한 데이터의 품질과 양을 늘리고 정보를 측정, 수집 그리고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품이라면 IoT (사물인터넷)를 기반으로 한 센서 및 데이터 수집 기능을 활용해 생산자, 서비스 제공 업체 및 소비자로부터 대량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할수 있어야 한다. 이때 수집된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해 데이터 품질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보안을 유지하는 점이 중요하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선 데이터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수집된 데이터가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학습을 함에 있어서도 빅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통계적 의미와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이 필요하다. 데이터 수집과 기계학습이 AI기술의 핵심이란 사실에서 데이터 이해력과 통계처리에 대한 이해력이 바로 AI문해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AI 문맹을 퇴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인들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만들거나 수정하는 능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AI문해력이란 대용량 데이터를 표준화된 또는 형식화 된 작업(분류, 반복, 탐색, 계통화, 최적화)으로 처리하기엔 과도한 노동력, 비용, 그리고 시간 등이 필요하므로 이를 AI기법을 작동시켜 일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힘이다.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지나치는 작은 현상일지라도 이 일에 AI기술을 적용 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AI는 인간이 데이터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이상의 많은 사실들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정보가 모두 AI처리에 필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정형화된 형식도 필요 없고 모든 문장, 음향 및 이미지를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어머니의 독특한 요리법을 디지털화된 문장으로 기록할 수만 있다면 미래 어느 시점에 조리 로봇이 현실화되면 어머니 손맛을 로봇이 상업적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무심코 처리하는 정보가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지, 그리고 AI가 우리 대신에 이 일을 잘 수행 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바로 AI 문해력이다. AI문해력은 앞으로 AI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인공지능이 결코 해내지 못할 인간의 강점 작업이 무엇인지를 구별해내고 이를 인간이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할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능력도 된다.

AI 문해력은 컴퓨터 코딩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새로운 컴퓨터 이해력이다. AI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선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먼저 배워야 한다. 이 같은 교육은 인공지능 문맹 퇴치를 위한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AI는 아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므로 어릴 적부터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면 자신에게 다가 올 미래를 대비하고 개척하는 강력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AI교육은 필수교양과목이란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초등학교 교육과정부터 AI과목을 도입했으며, 학생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AI교양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주변 중국이나 일본의 잠재력을 뛰어넘는 미래기술강국이 되기 위해선 전 국민의 AI문해력을 높여야만 한다. 교과서 내용도 고정하지 않고 인터넷통신망을 통해 매 학기 새로운 AI교과내용이 첨삭돼 교실에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는 누구나 최신의 AI기술력을 가질 수 있도록 AI소양교육을 초등학교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해야 한다. 당연히 AI기술력은 수학이나 외국어 구사 능력처럼 입시 평가과목은 물론이고 인재의 사회진출 평가기준으로 자연스레 자리잡게 될 것이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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