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호 서울시 중구청장·조영훈 중구의회 의장간 인사권 갈등…피해는 공무원과 주민 몫

서울시의회에서 거론되며 확산 기미 …전국 시군구의회 의장협의회에서도 움직임 감지돼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중구청 제공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서울시 중구청과 중구의회가 최근 서로 기자회견을 열고 열띤 공방을 펼치며 정면 충돌한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양 기관의 갈등은 서양호 중구청장이 중구 전체 공무원의 80%에 이르는 인원에 대해 대대적인 물갈이성 인사이동을 단행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조영훈 중구의회 의장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면서 중구청과 중구 의회가 정면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지게 됐다. 조영훈 의장은 최근 모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중구청장이) 터무니없는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으로 공무원들에게 혼란을 줬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더 나아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구청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서양호 중구청장 입장에서는 중구의회 조의장이 이 정도로 맞받아치고 나오자 심기가 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 구청장이 의회사무국 사무과장에 대한 인사와 관련, 중구 구의원들이 추천한 인물이 아닌 다른 직원을 사무과장으로 발령내면서 또한번 갈등의 불을 지폈다.

이에 반발한 구의회는 발령을 받은 신임 사무과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사무실 자리를 빼는 등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사무과장 발령이후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해당 사무관은 20일 만에 서 구청장에게 전보 발령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타부서로 발령을 내면서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서 구청장은 임시회 개회를 목전에 두고 구의회 사무국 직원을 전원 교체하는 초강수로 맞받아쳤다. 속기사를 제외하고 완전히 물갈이하는 초강경 인사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에서 대기 발령 상태였던 공무원이 중구청 국장급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조영훈 구의회 의장은 “지방자치법 제91조에 따르면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상호견제와 균형·국민주권·민주주의 원리를 위해 지방의회 의장 추천을 통해 사무직원을 데려오는 추천권에 대한 권한을 조례의 제정을 통해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구의회의 의장 추천에 관한 조례를 무시한 중구청 집행부가 어이없고 어린애 투정같이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타 지자체장들이 의회 사무과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를 하는 경우, 구의회 의장의 추천을 받아 인사 발령을 내는 것이 보편적 관행이다. 하지만 중구청 집행부는 ‘의장 추천에 관한 조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업무처리 방식에 불만을 이유로 중구청장의 의지대로 인사를 결정하고 밀어붙인 형국이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24일 “지난 1월 중구청 공무원의 인사를 단행했고, 이어 2월에 구의회 사무국 직원을 인사이동 시킨 것”이라며 “중구의회에서 지적하는 것 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는 인사라기 보다는 그냥 밀어붙인 측면이 강한 듯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구는 중구의회가 의회 사무과 직원 인사에 대해 ‘의장 추천’을 의무화시킨 ‘중구의회 사무과 직원 추천 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의장 추천권’에 대해 문제삼는 이번 재의는 서양호 구청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서 구청장은 중구의회 조의장이 부당한 인사 사례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환경미화원의 부당 채용을 강요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있었던 조 의장이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 부당한 청탁 압력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구청장은 자신이 조 의장의 인사 청착을 단호히 거절했고, 오히려 이러한 부당 청탁 문제를 문제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에 조 의장은 “이루어지지 않은 부탁은 부당 청탁이 아니며, 단 한 번 말했을 뿐 강조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지금 과거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은 ‘중구의회’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언론을 활용한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관련, 경찰 관계자는 “청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부당 청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강요를 받게 돼 협박처럼 느껴졌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면서도 "단 한 번만 제의했다는 조 의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협박죄를 적용해 입증하는 것 자체도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경쟁을 통해 뽑아야 하는 환경미화원을 절차를 밟지 않고 뽑으려 했던 것 자체만 놓고 봐도 공무원으로서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훈 중구의회 의장(오른쪽 네번째) 및 중구의원들이 지난 20일 기자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구의회 자료

특히 지난 1월 불거진 중구청 직원 인사 발령으로 비롯된 중구청과 중구의회간 갈등이 앞으로 고소, 고발 등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회의 첫 정례회 개회 날, 서양호 중구청장은 이날 오전 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의회를 겨냥, “부당한 실체와 맞서 싸우겠다”고 결전 의지를 다진바 있다.

이어 중구의회측은 그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적반하장"이라며 " 구청장은 정의롭고 구의회는 비리의 온상이라도 되는양 엉뚱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중구의회가 예산을 볼모로 인사청탁과 각종 갑질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사법당국의 수사 의뢰까지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중구의회 의원들은 "서양호 구청장의 독재와 폭거로 임시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오히려 의회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러한 양 기관 갈등은 이미 지난 1월부터 예견돼 있었다. 중구청을비롯해 어느 지자체든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은 늘 있어왔지만 중구처럼 150여일간 마치 전쟁처럼 이어져온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시급한 민생 예산을 볼모로 구청 직원 인사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도를 넘어선 낡은 정치 행태를 비판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 구청장은 중구 직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채용 청탁 및 부정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각종 위법 사항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겠다며 벼르고 있다. 중구 측은 결과에 따라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소·고발 등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서 구청장은 “(구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거나, 불법 건축물에서 이행 강제금을 부과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제보 등이 접수됐다”며 “중구 구의원 가운데 일부는 노래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구청 직원에게 술값을 대납시키는 일도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서 구청장은 또한 “구는 지난 3월에 49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구의회 임시회에 제출했으나 구의회는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달 정기회에도 301개 사업에 걸쳐 223억원의 추경예산 심의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1월29일 정상적으로 진행된 248회 임시회.사진=주현태 기자 gun1313@hankooki.com
서 구청장은 “무엇보다 동주민센터 직원들과 주민들이 2개월간 고심하며 마련한 동 일자리 사업과 숙원사업 등 일자리 예산 73억원에 대해서도 심의를 거부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추경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미리 확보한 국·시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구의회 측은 서양호 구청장 탓을 하며 오히려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구의회 관계자는 "예산안을 처리하고 싶어도 구청장이 구의회를 고의로 무력화시켜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라며 "순조롭게 의사진행을 할 수 있는 인력이나 여건이 되지 않아 임시회가 열리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훈 중구의회 의장은 “구의회가 추경예산이나 관련 조례를 심사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청측에서 법을 위반하고 제출을 거부했다"면서 "이에따라 아무런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민의 소중한 혈세를 함부로 통과해 달라는 것은 구민을 무시하는 억지 아닌가”라면서 서구청장을 성토했다.

조 의장은 이어 “구의회는 구민을 대표해 구청장이 구정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과 권한을 구민께서 부여해 준것"이라며 "따라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구의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중구의회 의원들은 "법과 규정에 따라 예산이나 조례안의 안건심의를 위해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필요한 서류를 수차례 구청측에 요구했음에도 집행부에서 서류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 의장은 또한 “구의원이 직원에게 술값을 대납시켰다고 확인되지 않는 주장을 구청장이 직접 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구청과 구의회가 소통하고 협치하기 위해 해당 부서 과장과 팀장이 허심탄회한 자리를 마련한 것을 구의원이 직원에게 갑질을 행사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조 의장은 "현재 의회가 열려 있으니 당장에라도 직원들을 보내 의사일정을 성실히 수행한다면 바로 임시회를 열어 추경을 논의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에는 서울시의회 본과 1층 회의실에서 조영훈 중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박기재 서울시 시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양호 중구청장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양호 구청장에 대해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중구의회 의정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조 의장은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에 중구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낱낱이 전하겠다며 서구청장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중구 지역내 갈등이 자칫 서울시를 뛰어 넘어 전국으로 확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갈등은 중구 주민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되는 분위기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구 시민 윤모씨는 “소통과 협력으로 구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전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의회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구청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중구의 또다른 구민 오씨는 “구청장의 권한에 트집을 걸고 감정을 상하게 만든 구의원들이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정(市政)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구의 '이전투구'식 다툼에 대해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서 타협과 협상이 실종된 탓인지 일부 지차체들이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의회가 없는 지자체에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으니 두 기관은 서로가 오로지 주민들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양보와 소통을 통해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결국 결자해지의 정신을 살려 서양호 구청장과 조영훈 중구의회 의장 등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할 경우 두 사람을 포함해 중구 전체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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