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방북 사전 포착 후 회담 제안…원포인트 만남 이뤄지나

김정은 위원장, 비핵화 로드맵이냐 북미대화 재개냐…친서의 ‘흥미로운 내용’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남측으로 향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등 한반도 비핵화 협상 당사국 간의 정상외교가 6월 달에 접어들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담판이 결렬된 이후 4개월여 만에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상호간 활발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그 결과에 주목된다.

먼저 20~21일 북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8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는 미중·한중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G20이 끝난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그런데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비핵화 외교 일정’에서 정작 중요한 퍼즐이 하나 빠져 있다. 바로 남북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9~16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29~30일) 전 남북정상회담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으로선 비핵화 방법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북미 간의 입장차 조절을 위해 G20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해법을 찾겠다는 전략을 마련해뒀다.

북미 양국 정상의 일정을 고려한 이른바 ‘6월 남북정상회담’ 방책이다. 하지만 6월이라는 한정된 시간의 물리적 한계와 북한 측의 전략적 시기 조정으로 ‘6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수면 아래에서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시 만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6월 남북정상회담의 불씨는 살아 있는 것일까.

일단 6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21일) 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북중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한국이나 미국 측과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북중정상회담의 경우, 문재인정부의 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바 있고, 김 위원장의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방중 이후에도 곧바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그 연계성은 이미 확인됐다.

이러한 ‘북중정상회담 이후 남북정상회담’ 연계 가능성을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일찌감치 파악해 정상외교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만난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유럽에서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6월 중 평양에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초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을 당시에는 김 위원장의 일정상 6월 남북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시 주석의 방북(20~21일)과 G20(28~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29~30일) 일정을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에 따라 외교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북중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진’ 김 위원장이 시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연계성이 높은 시기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의 결과물이 문 대통령의 ‘오슬로 남북정상회담 제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제안 당시 “남북 간 짧은 기간에 연락과 협의로 정상회담을 한 경험이 있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 “그 시기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의 문을 활짝 열어 놨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5월26일 판문점에서의 원포인트 정상회담 경험을 상기 시킨 것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5월25일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접촉한지 하루 만에 판문점에서 직접 마주한 바 있다.

결국 시 주석의 방북 일정과 이를 고려한 문 대통령의 회담 제안 과정을 되짚어보면 남북은 6월 정상회담 시기를 물밑 조율해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전달 여부 및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다며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만약 ‘흥미로운 내용’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로드맵’ 결심과 관련된 것이라면 6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서 중재 역할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인물은 역시 문 대통령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실천 가능성이 담보된 비핵화 로드맵을 짜고 시 주석과 만난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29~30일 이전에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전현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이 먼저 조율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은 북한을 우리가 먼저 설득하기 위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면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전현준 교수는 최근 故(고) 이희호 여사가 서거한 것과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했다.

전 교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으로 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지 않고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나 유족이 아닌 정의용 실장까지 오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서 “북한 측에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또 당국자 회담 등까지 염두에 두고 김 제1부부장을 보낸 게 아닌가 싶다”며 남북한 만남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이 아닌 북미대화 재개에 좀 더 무게감을 두고 있다면 남북정상회담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통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친서를 보낸 대목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시 주석과의 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단계적인 절차가 아닌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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