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 자연은 활용하기에 따라서 문제
해결과 사회혁신을 위한 새롭고 참신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 대한민국과 사회발전 전략

대한민국은 정말로 독특한 기적의 나라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세계의 빈곤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다. 스마트한 인재, 디지털강국, 한류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선진국이다. 무엇이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었을까? 많은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국가발전전략을 잘 만들었다는 것을 들고 싶다.

지난 역사를 한번 되돌아보자. 우선 교육입국이다. 부존자원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오직 교육으로 인적 자원을 육성해서 국가경쟁력을 높였다. 교육을 받아야 미래가 더 나아진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어 온 국민이 동참했다. 결국 교육을 통한 사람의 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새마을운동과 같은 범국가적 캠페인도 성공적인 경제사회 발전전략의 대표적인 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전국의 지자체와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새마을운동에 동참했다. 주민이 힘을 합쳐 마을환경을 개선하고, 새마을공장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농촌에서 시작되어 도시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잘 살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회발전 전략이었다. 지금도 지구상의 수많은 개도국들이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출 5개년 계획과 같은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도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의 하나다. 국가차원의 중장기적인 비전과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 계획을 달성해왔다. 초기의 경공업 발전전략, 그 뒤를 이은 중화학공업 육성전략, 수출입국 전략 등 미래를 내다본 통찰력있는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 1960년에 겨우 60달러 남짓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은 그 500배인 3만달러도 넘어섰다.

디지털 국가전략도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전 국민 정보화교육을 위한 중장기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서 디지털 인프라 강국이 됐다. 1996년부터 5년 단위의 국가정보화촉진계획을 수립해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이 되었고, 대다수의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스마트한 시민이 되었다.

#. 자연을 활용한 21세기형 사회발전 전략

이렇게 교육, 잘살기 운동, 경제발전, 디지털사회 등의 영역에서 우리 사회가 괄목한 성장을 이룬 것은, 그 배후에 잘 설계되고 꾸준히 실행된 국가차원의 사회발전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사회발전 전략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강점 기반 발전전략이었던 점을 들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적인 강점은 한결같이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고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는 점이다. 교육입국 전략, 새마을운동, 경제개발계획과 수출전략, 디지털 국가전략에 이르는 과거의 사회발전 전략은 모두 우리 국민이 가진 강점을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에 더욱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잘 유도했다는 점도 이들 사회발전 전략이 성공했던 이유 중 하나다. 교육, 새마을, 수출,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서, 그 파급효과도 훨씬 크고 지속적이었다.

앞으로도 사회발전 전략은 대한민국이 가진 강점을 잘 활용하고 전 국민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경우, 우리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이미 성공경험과 성공유전자를 뼛속깊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AI를 비롯한 신기술기반 지능혁명의 급속한 확산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하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다소 엉뚱한 듯 보이지만 필자는 전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 바로 '자연을 활용한 21세기형 사회발전 전략'이 그것이다.

자연은 대한민국이 가진 또 다른 강점 중의 하나다. 우리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 스스로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강점의 하나다. 대한민국은 전 국토의 70%가 산이다. 최고의 자연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을 둘러싼 공간이 실은 온통 자연 그 자체라는 얘기다. 우리가 가진 이 자연이라는 공간, 자연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산은 주로 발전의 장애물로 느껴졌지만, 21세기에는 정반대다. 이제 자연은 사회발전을 위한 최고의 자원이자 환경이 될 수 있다.

자연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은 전적으로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있다. 지금까지는 자연과 산이 중장년의 건강을 위한 등산코스로만 주로 활용되었다. 이것도 좋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연을 활용해서 사회적 파급효과가 좀 더 크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발전 전략을 함께 고안할 시점이다.

예를 들면, 자연을 활용해서 전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스포츠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 자연을 활용해서 전 국민의 감성과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전국적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자연을 활용해서 21세기의 사회 구성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인 자기알기, 명상, 회복탄력성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수도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도 자연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아동, 우울증, 가정파괴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수단으로서 자연을 활용할 수 있다. 고령화문제, 노인고독, 노인복지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자연을 활용할 수도 있다. 언 듯 생각하기에는 사회문제 해결, 사회혁신과 자연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자연은 활용하기에 따라서 문제해결과 사회혁신을 위한 새롭고 참신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눈으로 우리가 가진 자연을 다시 보자. 자연친화에서 자연활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우리가 이미 사방 천지에 가지고 있는 천혜의 공간인 자연을 최대한 활용해서 21세기형 사회발전 전략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 자연은 우리에게 엄청난 파워로 회답해줄 것으로 믿는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회발전 전략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연을 창의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돈은 거의 들지 않고도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한 사회발전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오랫동안 숨겨져있던 자연활용 국가발전전략을 만들 시점이다. 이렇게 자연을 잘 활용한다면, 지능기반 AI혁명의 시대에 대응하는 인간중심의 창의적인 사회발전 전략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입국, 새마을운동, 경제개발, 수출전략, 디지털을 넘어 21세기형 대한민국 국가전략의 무기는 자연이 될 수 있다. 노동, 자본, 기술을 넘어 자연을 활용한 사회발전 전략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 김현곤 LX공간정보연구원장 :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뒤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미래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지난 30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해왔고, 고령사회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2019년 1월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LX) 공간정보연구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 <미래 만들기>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로 통한다> 등의 저서를 출간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부지런하고 발이 넓은데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 '미래 디자이너'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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