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부 주현태 기자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최근 퇴근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다가 자전거와 정면 충돌할뻔한 아찔했던 순간이 요즘도 가끔 악몽처럼 떠오른다. 자전거를 탄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도로 우측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차선을 이탈해 갑자기 2차선 도로로 넘어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날뻔 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운전하는 차량 속도가 조금만 빨랐어도, 브레이크를 조금만 늦게 밟았어도 곧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질뻔한 그야말로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6월은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날씨다. 올들어 국내 자전거 이용자 수는 13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쾌청한 날에는 강변이나 공원 주변 등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남녀노소를 흔히 볼 수 있다.

자전거는 그동안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보조수단이자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율적 교통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웰빙문화’가 정착된 근래에 들어서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 교통비를 월 10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을뿐 아니라 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자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 자전거 우선도로가 생기면서 자전거를 타기 좋은 환경이 점점 더 자리매김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자전거 타는 문화를 시민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서울시가 야심차게 시작한 ‘따릉이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따릉이' 자전거 사업은 서울시내 25곳의 지자체(구청)에 1,540개의 대여소를 설치해 접근이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소 간 상호 대여·반납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시민들이 꽉 막힌 차도를 우회해 건강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자전거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자동차 못지않게 자전거 사상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부근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고, 사고 원인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마다 자전거 사고가 평균 4000건에 육박하는 3,808건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행안부의 공식 집계다. 2013년 3250건이었던 자전거 사고는 2014년 4065건, 2015년 4062건으로 매년 늘어나다가 2016년 3503건, 2017년 2990건으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는 아니다.

접근성이 쉬워진 그만큼 자전거의 신호 위반과 정상적인 교차로 통행방법 등 기본적인 자전거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확실히 전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의할 점은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전거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13조의2 각항에 따라 자전거도로로 통행해야만 한다. 자전거도로가 없을 때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 연령대가 다양한 자전거의 경우 도로교통법을 전혀 모르는 채 자전거를 그저 이동수단의 하나로 이용한다는 데 문제의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안전 불감증’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예로 자전거 탄 유동인구가 많은 공원 및 한강 둔치에서 느린 속도로 자전거를 운행하더라도 어린아이가 갑자기 뛰어나와 사고가 났을 경우, 자전거는 ‘차에 포함’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전방주시 의무 태만으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제 한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열살 안팎의 어린 아이들이 차선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맘대로 자전거를 몰거나 한강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신뒤 태연스레 자전거 음주운전을 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이 경우 현재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만’의 보험이 따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전거 사고시 ‘차 사고’로 묶이기 때문에 더 큰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이 자전거 전용도로에 불법주차 돼 있는 차를 피해 2차선으로 들어와서 주행하고 있다. 사진=주현태 gun1313@hankooki.com
결국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관련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안전 의식 수준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과 각급 행정기관 차원에서도 ‘자전거 안전수칙’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25개 지자체에서는 행정력을 동원해 △자전거 도로에서 20km 속도 준수 △안전모 착용 △야간 운행 시 전조등 켜기 △후미등 달기 △음주 운전 금지 △휴대전화나 이어폰 사용 금지 등 안전수칙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보험사의 개인 자전거보험 재개도 주요 포인트의 하나다. 엄연히 차로 분류되는 자전거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재는 몇 지자체의 조례에 따른 ‘주민 개인 자전거보험’만 존재할 뿐이다. 이 보험으로는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

개인 자전거보험이 없어진 이유는 미세먼지가 이슈화되면서 자전거 이용자 수가 줄고, 여러 이유로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판매를 일제히 중단시켰다는 것이 보험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즉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는 국민만이 자전거 사고에 대한 보험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자전거가 차선을 넘어서 차량과 충돌하거나 사람을 칠 경우 자전거 운전자가 금전적으로 감당하기 힘겨운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따라서 사전 대비 차원에서라도 자전거 이용자는 자전거보험의 재탄생을 응원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이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불법영업하는 차를 피해 인도에서 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주현태 gun1313@hankooki.com

서대문구 북가좌 초교사거리에 가면 요즘도 상인들이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을 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서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영업을 한다면 자전거는 도대체 어디로 달리라는 말인지 그저 행정관청에 묻고 싶을 따름이다.

지자체는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무인 불법 주정차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 트렁크를 열어두거나 상자로 차량 번호를 가리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주차하는 몰상식한 행위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행정력 부재'때문이라고 의심이 갈만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서울시와 많은 자치구는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새로 설치해왔다. 하지만 설치에만 급급해 정작 유지와 관리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월이 한 해 중 자전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의 대처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남길 뿐이다. 문화·수칙·관리 등 자전거에 대한 모든 안전 정보를 포괄하는 실전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기대한다. 그래야만 '1300만 자전거 시대'가 안전 속에서 활짝 꽃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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