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게임 2년째 판호 무소식에 중국산 게임은 시장 교란

화웨이로 번진 미·중 무역분쟁, 결국 국내 게임업계 '직격탄'

국내 게임협회 블록버스터급 이슈에 속수무책… 무용론까지

지난해 최다 관람객을 모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8.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해외발 외풍에 시달리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는 미국 정부의 대(對)화웨이 제재로 화웨이가 신형 운영체제(OS)를 발표한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까지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게임업계는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에 비관세 장벽인 판호에 가로막혀 2년 이상 진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 게임 규제로 역으로 한국으로 쏟아지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에 산업의 생태계마저 교란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는 이 같은 블록버스터급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문제점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뜻을 하나로 모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구심점이 미약했다. 여타 산업에서는 각종 협회를 비롯한 통합 창구에서 출구전략을 세우기 마련이지만, 게임업계는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의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내 게임업계, 판호 2년째 무소식…중국산 게임 시장 교란

사진=픽사베이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글로벌 최대 게임 시장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38조8700억원으로 전세계 게임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글로벌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산 게임은 철저히 배척받고 있다. 한국산 게임은 상용화 게임 출시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중앙선전부 산하 국가신문출판서의 판호가 승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는 2017년 4월부터 단 한건도 승인되지 않았다.

반대로 중국산 게임은 한국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을 세우자 더욱 심화됐다. 웹 게임 시장은 저가의 중국산 게임이 99% 이상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웹 게임 시장은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도 포기하며 사실상 종속됐다.

이는 비단 웹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국내 오픈 마켓에 침투 중이다. 전형적인 양산형을 띠고 있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CS부터 자율규제 미준수까지 서비스의 기초적인 토대도 마련하지 않아 국내 게임 시장 전반적인 품질 저하 및 신뢰도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소셜 광고부터 게임물 등급까지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별도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위원회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센터 인력을 충원하면서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에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위원회는 등급분류 수수료 감면 또는 창작료 면제 등 중소게임사·인디게임사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라며 "중국 게임물에 대한 부분은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간 긴밀한 협조로 범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화웨이로 번진 미·중 무역분쟁…국내 게임업계 '불똥'

화웨이 로고
관세폭탄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화웨이에 미치면서 국내 게임업계도 조마조마한 분위기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구글이 안드로이드OS 라이선스를 철회함에 따라 리눅스 기반의 자체적인 OS를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은 구글 안드로이드OS와 애플 iOS로 양분돼 있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 출시를 보더라도 안드로이드OS 버전과 iOS 버전으로 각각 나뉘어 출시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에서는 안드로이드OS와 iOS가 지원되지 않아 별도의 OS 버전에 맞춰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

화웨이가 개발하는 OS가 출시되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3.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또는 중화권에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는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OS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OS들은 호환성이 낮아 언리얼, 유니티 등 베이스 엔진 업체들의 기술적인 부분으로 상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비관세 장벽인 판호로 한국산 게임을 막고 있지만, 2017년 4월 이전에 모바일 게임 판호를 받은 국내 업체는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니티, 언리얼 등 모바일 게임 엔진 업체들은 최대 주주는 텐센트, 아워팜 등 중국 자본에 종속됐지만, 본사 소재지 및 경영진 국적이 모두 미국이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될 때까지 엔진 업체들의 기술적인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 엔진 업계 국내 지사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라며 "새로운 OS에 대한 대응을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국가 간 외교적인 부분까지 얽혀있어 기업 입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털어놨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게임산업 부정적인 낙인 효과 우려

사진=픽사베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게임업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까지 악재로 다가왔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총회 B위원회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국내에서는 빠르면 2025년, 늦으면 2030년께 도입될 예정이다. 보건의료계에서는 게임이용장애를 하나의 병리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며 의료체계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업계는 셧다운제에 이은 추가적인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국내 게임 산학 협단체에서는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게임산업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으로 산업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낙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도입까지 시간이 꽤 남았지만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WHO의 결정으로) 게임산업은 중독물질을 만드는 산업"이라고 토로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 회장)는 WHO의 질병코드 지정 추진과 관련해 의문부터 제기했다. 위 교수는 "과거 WHO는 '동성애'를 질병코드로 지정했다가 28년 만에 철회한 사례가 있다"라며 "당시 정신과 의사들은 동성애자를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전기고문을 자행하기까지 했다"라고 언급했다.

위정현 교수는 이어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전 세계적인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라며 "WHO 이상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도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 교수는 보건 의료계에서 연구 발표한 게임중독의 원인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찬성론자들은 게임중독자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유사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지만, 게임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이미 변화가 된 것인지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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