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선언과 정치불참여 원칙이 오히려 정치적 무게감을 높여 ‘與 우량주’로 거듭나

“정치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 출마 가능성은 매우 낮다…안하는 게 아닌 못하는 것”

“다만 노무현과 문재인의 평가와 관련될 땐, 불가피하게 출마를 선택할 가능성”

유시민(좌측)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치불참여 원칙을 고수해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정부 출범 뒤 오히려 정치적 무게감이 커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여권의 ‘우량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덕분에 20대 대선(2022년 3월9일)과 21대 총선(2020년 4월15일)에서 두 사람이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진보 진영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좌우할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시민 이사장과 조국 수석에 대한 출마 요구는 어느덧 정권 재창출의 견인차가 돼 달라는 대중의 절절한 호소로까지 번져가는 형국이다. 일단 유 이사장과 조 수석은 출마 요구에 ‘극구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분간 정치권의 흐름을 관망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진다. 하지만 이들의 부인(否認)은 선거가 임박할 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유시민 이사장과 조국 수석의 총선·대선 역할론 요구가 여권에서 전방위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데는, 우선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경기 악화 등으로 집권 2년 만에 정책적인 국정동력이 떨어졌고, 자연스레 민심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이를 반등시킬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재선 국회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유 이사장에게 ‘신선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각종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서 유 이사장이 수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보다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이 지난 2013년 정계은퇴 이후, 각종 방송 출연을 통해 야권의 각종 정치적 실책을 겨냥한 이른바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일침을 가해온 유 이사장의 화려한 언변이 다시 한번 정치권에서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유 이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여야 대결구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언론 및 여론조사 기관에서 그를 빼놓지 않는 이유로 언급되는 배경이다.

조 수석은 유 이사장과 달리 정치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원석’과도 같은 존재다.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출마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를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서 정권의 개혁성을 상징하는 스타급 인사로 거듭났다. 결국 진보 진영의 차기 총선 및 대선 출마 요구는 문재인정부 개혁성의 토대를 수립한 조 수석이 이어가야 한다는 요구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유 이사장과 조 수석은 자신들이 고수해온 정계은퇴와 출마거부로 인해 오히려 여권의 차기 잠룡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셈이다. 대구 지역 언론의 모 정치부장은 “정치인들과 일반 대중, 언론들이 끊임없이 유 이사장과 조 수석에게 출마 의지를 확인하며 출마 여부를 묻고 또 묻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돋보이는 능력에도 후한 점수를 주는 측면도 있지만,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진보 진영에서도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색채와 성향을 가진 유 이사장과 조 수석이 현재의 시대적 흐름과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에다 문재인정부 집권의 1등 공신 역할을 한 핵심 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유 이사장과 조 수석에게 차기 대선 출마를 요청하면서 이들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양 원장은 “두 사람이 가세를 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안심이 되겠느냐”면서 특히 유 이사장에게는 47살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이력을 언급하며 “벼슬을 했으면 그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 원장의 발언 배경에는 여권의 ‘대선 인물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잠룡들이 여러 불미스러운 사정으로 대선 가도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유시민과 조국이라는 새 인물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특히 조 수석에게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구체적인 지역도 거론되고 있다. 그의 고향인 부산이다. 전재수 부산시당위원장은 조 수석을 향해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는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역시 양 원장의 ‘유시민·조국 영입 행보’를 대선을 겨냥한 군불때기로 해석했다. 배 소장은 “여권에서는 대선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완전한 대선후보군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완전한 대선후보가 없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불안하며, 개혁과제의 미완성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분위기에서 계속 국정동력을 이어가려면 결국 ‘사람’이 답인데, 이런 측면에서 유 이사장과 조 수석을 불쏘시개로 활용해나가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배 소장은 유 이사장과 조 수석의 정치인 변신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 이름에 빗대 “(출마를) 안할래요 보다는 못할래요 가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우선 배 소장은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 이사장에 대해 “대통령이 되려면 이념기반·세대기반·지역기반이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 어떤 것도 탄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부산 출마설이 도는 조 수석에 대해서는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 결국 모든 책임은 본인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위험성을 감당하기에는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배 소장은 “두 사람이 낙선할 경우, 유 이사장의 대중적 자산과 조 수석의 개혁적 이미지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이라면서 “두 사람 모두 스스로 어차피 선거에 출마해도 당선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혹시 선거에 임박해 자신들에 대한 지지율이 더욱 높게 분출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라도 선거 출마 결심을 할 수 있지도 않을까? 이에 대해 배 소장은 “정치인들의 선택이 늦어지는 경우는 어떤 인물과의 관계가 흐트러지는 것을 제일 걱정스러워 하기 때문”이라면서 “노무현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조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와 관련될 때 불가피하게 출마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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