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WHO 게임 과몰입(게임장애) 질병코드 11차 개정판 등재
게임업계 및 관련 학계에서 '반대'…보건 의료계에서는 도입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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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황대영·김진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등재를 확정지은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와 의료보건 업계의 입장이 상반돼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은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의료계는 게임 과몰입을 하나의 병리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며 보건 의료체계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게임업계는 셧다운제에 이은 추가적인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등재로 국내 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련한 질문에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ICD-11을 국내 도입시 게임업계는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에 이은 보건복지부의 게임장애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와 학회 등은 오는 29일부터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 각 게임업체들의 대표 및 학계에서도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 보건 의료계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후 치료할 수 있는 근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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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미국·영국·캐나다에서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사례를 살펴보면 약 0.3%~1% 가량이 게임중독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소수이지만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고 진단을 내려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과장은 이어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등재된다고 해서 당장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보다 먼저 게임중독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현재 과도한 게임 사용에 대해 게임중독, 게임이용·사용장애·게임과몰입 등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 중인데 사실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KCD 등재에 앞서 의료계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용어를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정석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게임중독으로 인해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재되지 않는다면 ‘병’이라고 보기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치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WHO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여기에는 한국의 사례도 포함돼 있다"면서 "학술적으로도 인터넷중독, 게임중독 관련 연구를 비롯해 학술지와 논문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일반적인 상담을 통해서도 게임중독 문제 해결이 가능하지만 좀 더 전문적인 치료와 접근을 위해서는 질병 등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상담사를 통해 게임중독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재되고 의사를 통한다면 중독질환에 좀 더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상담과는 다른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게임중독의 ICD-11 도입 찬성 뜻을 밝혔다.

◇ 게임 산업·학계 '부글부글'…도입 반대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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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보건 의료계의 입장에 게임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내 게임 학계부터 산업계까지 도입 반대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최근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형 게임사들의 오너들은 이번 질병코드 도입이 보건복지부와 관련되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남궁 대표는 소신을 밝혔다.

남궁 대표는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어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녀를 정신병 환자로 규정하고 정신과 의사에게 넘겨 상처를 더욱 키울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궁 대표는 "원인을 찾아야 치료할 수 있다. 게임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정신과 의사들이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할 리 없고, 제대로 치료될리 만무하다"라며 "원인 분석이 치료의 핵심이다. 일진들은 돈 내놓으라고 괜한 손목 비틀지 말아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게임학회장을 맡으면서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대위 발족에 힘을 싣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위정현 교수는 WHO의 질병코드 지정 추진과 관련해 의문부터 제기했다. 위 교수는 "과거 WHO는 '동성애'를 질병코드로 지정했다가 28년 만에 철회한 사례가 있다"라며 "당시 정신과 의사들은 동성애자를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전기고문을 자행하기까지 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위 교수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전 세계적인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라며 "WHO 이상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도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 교수는 보건 의료계에서 연구 발표한 게임중독의 원인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찬성론자들은 게임중독자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유사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고 있지만, 게임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이미 변화가 된 것인지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산업은 게임장애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으로 산업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낙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산업은 진흥에 관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달리 도입에 찬성의 뜻을 밝힌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제2의 규제기관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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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5/26 10:16:25 수정시간 : 2019/05/26 11: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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