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회는 법적으로 자동 개의…여야의 진정한 국회정상화 합의는 ‘5월 국회’

민주당·한국당 중재 나선 바른미래당 “황교안 투쟁 마무리되는 다음 주 초 적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한 '호프 타임' 회동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국회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되겠다고 공언해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짜장면을 사주고 술을 얻어먹었다. 그렇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정국에서 미미한 변화조차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야의 원내대표가 국회정상화를 위해 만났지만 이들의 논의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양측 다 강경론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회정상화 시기에 대한 궁금증만 일으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정상화에 대한 전제 조건은 분명하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에 대해 사과하고 철회하라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비공식 ‘짜장면 타임’에 이러한 방침을 유지한 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식사 비용은 나 원내대표가 계산했다고 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로서는 ‘빚’지는 느낌을 가졌던 걸까. 이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정상화를 위해 가진 나경원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의 공식 ‘호프타임’에서는 자신이 결제했다. 여당의 ‘책임 있는 조치’를 원하며 밥값을 계산한 나 원내대표에게 이 원내대표는 그보다 더 비싼 술값으로 화답하며 ‘사과나 유감을 전제로 한 국회정상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만난 이후 오히려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국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했다. 이러한 방침은 22일 당 의총에서 힘을 받으며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됐다. 여야 원내대표의 만남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립각이 되레 더욱 또렷해진 셈이다.

한국당의 원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밥 잘 사주는 나 원내대표가 술값도 내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며 웃은 뒤 “1년도 채 안 남은 내년 총선과 올해 국회 일정 등을 보면 시간에 쫓기는 건 집권여당일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을 과시했다.

실제 당정청은 당장 5월 국회 소집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제출 한 달째가 넘어가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당 지도부는 연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와 만나 “패스트트랙 사과·철회는 민주당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 아니냐”면서 “패스트트랙 처리를 잘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는데, 시간에 쫓겨 그런 결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배수진을 친 상황을 강조했다.

이러한 민주당 내부의 강경론 배경에는 정국 주도권 잡기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일방적 역지사지, 과도한 요구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단호한 어조를 밝힌 것은, 최근 지지층 결집에 매진하며 존재감 부각에 힘쓰고 있는 한국당에 패스트트랙 철회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정국 주도권을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간 국회 운영 기본일정을 명시하고 있는 국회법 제5조2항에 따르면 ‘2월·4월·6월·8월’에는 임시회를 열어야 한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는 자동으로 열리게 된다. 다만 ‘국회정상화’라는 취지에 맞추기 위해서는 5월 임시국회 개의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만 바람직한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 5월 임시국회 개의 실패는 물론이고, 6월 임시국회 문이 열려도 국회 마비 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25일 한국당의 주말 서울집회를 국회정상화의 분기점으로 내다봤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도 이날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바른미래당 원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주말 집회가 끝나면 다음 주 초가 국회정상화 적기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끝장토론이라도 하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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