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與 원내대표의 화두는 ‘국회 정상화·21대 총선’…협치와 투쟁 사이에 선 리더십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사진은 지난 1987년 11월 15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서 지역감정 해소를 호소하고 있는 이인영 전대협의장.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1대 총선(2019년 4월15일)을 1년여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의 길을 선택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자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수장으로서 운동권 특유의 강력한 개혁성이 강점으로 꼽혀온 이인영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한 얘기다.

이 의원은 8일 민주당의 20대 국회 마지막 1년을 책임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아직 승리의 단꿈에 취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민주당 앞에 놓여진 국회와 전반적인 정치적 상황은 이 신임 원내대표에게도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인다.

먼저 국회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으로 제1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1년도 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거듭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민주당 잠룡들을 위협하고 있다.

임기 내에 이러한 위기 상황들을 타개해야 할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소감으로 전임자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향해 “조금 야속하다. 너무나 강력한 과제를 남겨놓고 가셨다”고 우스갯소리로 푸념한 배경이다.

이 원내대표는 우선 경색된 정국을 푸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민주당의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제1야당의 국회 외면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한국당 내에서도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사실상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당이 이 상태로 계속 협치가 아닌 투쟁의 정치를 하다간 총선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무릎 꿇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당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천막당사’ 생활을 하며 무릎을 꿇었던 전신 한나라당 시절까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사례로 직전 선거인 2016년 20대 총선과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거듭 무릎을 꿇으며 ‘도와달라’, ‘잘못했다’ 등의 사과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교체됐지만, 이 원내대표가 야당 지도부와 이어갈 협상 과정이 여전히 순탄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을 제외하곤 상황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회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여야 간 차이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협상 카운터파트너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복귀 전제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이 원내대표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이 원내대표 사이에선 상호 협상이 아니라 현재의 ‘투쟁’이 증폭될 공산도 있다. 지난 1월29일에 벌어진 일을 복기해보면 향후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황 대표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날이자,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한 날이기도 한 이날은 두 사람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날로 해석된다.

황 대표가 출마선언문을 통해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색깔론을 내세우자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 원내대표는 그날부로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의 이날 결심에는 ‘투쟁’의 결의가 가득 찬 것으로 읽힌다. 그로부터 불과 4개여월 뒤 각각 당론의 방향성을 좌우할 권한을 가진 지도부에 입성한 두 사람이다. 황교안 호(號)의 우향우를 운동권 출신으로 ‘까칠한’ 성격의 이 원내대표가 협상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는 대목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설령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설득해 협상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패스트트랙을 포함해 각종 법안 처리와 추가경정(추경)예산안 심사를 놓고 한국당과 야3당의 간극을 줄이며 합의를 도출하는 것 또한 ‘고차방정식’에 가까워 보이는 현실이기에 이 원내대표의 난제는 겹겹이 쌓인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의 과제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한 정국 정상화 문제뿐만 아니다. 무엇보다 이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당의 막중한 임무는 바로 ‘21대 총선 승리’다.

‘100년 집권론’과 ‘총선 260석’ 등 원대한 꿈을 밝힌 이해찬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이끌 내년 총선을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완승을 거둬야 재집권 기반을 단단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으로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막지 못하며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지난해 6·13지선에서는 TK(대구 경북)·PK(부산 경남)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당 푸른 승리의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패배의 쓴 잔을 들이킨 만큼, 내년 총선에서는 무조건적인 승리를 통해 정권 탈환의 초석을 놓겠다는 간절함이 매우 강하다.

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선진화법을 어겨가며 7년 만에 ‘동물 국회’를 만든 이유이자 황 대표가 민심을 듣겠다며 19일간의 전국 민생투쟁 대장정을 떠난 까닭은 다가올 선거의 승리 밑바탕을 다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관측된다.

한국당 지도부가 행동과 실천으로 정국 주도권 쥐기에 나선 만큼, 이 원내대표에게는 20대 국회의 성과와 21대 총선 결과를 좌우할 ‘선택’의 시간이 결국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강경일변도인 한국당과 협치냐, 투쟁이냐. 이 원내대표가 풀어갈 해법과 리더십에 정치권의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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