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산업2부 기자.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김영두 한국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 25일 ‘수소 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가스공사 내부에서 조차 수소사업 투자 완료 시점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는 등 섣부른 발표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김 사장 직무대리가 현재 가스공사 사장 후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임 사장 인선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설익은 내용을 성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는듯 하다.

김 사장 직무대리는 수소 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원을 신규 투자해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사장 직무대리가 가스공사 미래 10년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안팎으로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가스공사의 10년 청사진을 발표하기에는 직무대리 즉 '대리인'이라는 자격 자체가 마땅치 않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인 듯 싶다.

가스공사 내부에서는 수소 사업 투자 완료 시점에 대한 혼선이 빚어졌다. 수소 사업 추진 로드맵 관련 부서인 가스공사 미래전략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30년이 아니라 2040년까지 4조7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며 “2025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후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가스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미래전략부에 확인한 결과 투자 완료 시점은 2030년이 맞다”며 “아마 관련 직원이 실수로 숫자를 잘못 설명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2040년까지의 투자 계획이라고 언급한 가스공사 관계자는 투자 완료 시점이 2030년이라는 발표 자료에 대해 “약간의 오타가 있긴 한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김 사장 직무대리가 발표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규모에 대한 의구심도 흘러나오고 있다.

4조7000억원의 투자 가운데 가스공사가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1조원이다. 나머지 3조7000억원은 정부 투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조달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설명 없이 투자 규모만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만개 일자리 창출에도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수소 배관 건설, 내진 설비, 배관 운영 등 직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해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라며 “몇 년까지 몇 개를 창출하는 등 구체적으로 숫자를 뽑기는 어렵다”고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재원 마련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부 계획이 빠진데다, 투자 완료 시점에 대한 내부 혼선까지 겹치면서, 김 사장 직무대리가 성급하게 수소 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김 사장 직무대리가 신임 사장 인선 와중에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 직무대리가 가스공사의 향후 10년 계획을 신임 사장 인선 와중에 발표한 것을 보면,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1월에 수소 경제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김 사장 직무대리가 수소 관련 발표를 한 것이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신임 사장 인선 과정에서 김 사장 직무대리가 자신의 직책을 활용해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사장 후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과연 ‘공정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장 인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바 ‘월권’ 행위를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사장 직무대리의 수소 사업 활성화 의지에 대해 굳이 물음표를 달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발표 시점과 내용, 내부 혼선 등을 감안하면 김 사장 직무대리가 사장 인선을 의식해 섣부른 발표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 직무대리가 가스공사의 미래 10년을 진정으로 고민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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