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기계장치의 작동성능 보다 활용분야의 맞춤성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이준정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인류문명이 기계, 전기, 전자 산업혁명에 이어서 지능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wab)은 4차산업혁명의 특징을 기술속도 혁명, 융합/결합 혁명, 시스템 혁명, 정체성 혁명 등 네 가지로 요약했다.

지수 함수적 기술발달의 속도혁명은 무어의 법칙으로 대변되며, 컴퓨터와 저장장치의 미세화, 통신속도의 초고속화, DNA정보해석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설명된다. 초미세 지능형 컴퓨터가 점차 만물 속에 삽입되면서 인류문명이 머지않아 만물지능사회가 탈바꿈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경제활동의 중심이 점차 플랫폼으로 이동됐다. 시장을 지배하던 기존산업계의 역할이 줄어들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신생 디지털 벤처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기존 산업경계를 허물어버린 디지털비즈니스의 융합·결합혁명은 플랫폼을 선점한 개척자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향유하며 시장을 독점해 가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쏟아낸 빅데이터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기반이다. 미디어산업에서 출발한 디지털혁명은 도소매업, 교통산업, 의료산업, 제조업을 이어서 에너지 산업까지도 디지털 혁명을 잉태하고 있다. 현실 공간 위에 디지털 가상공간이 중첩되면서 현실과 가상세계가 상호 소통하는 디지털 트윈세계로 시스템이 전환되는 시스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시스템에 초고속 통신기술이 접합되면 사람-사물-사회를 인공지능망으로 상호 연결한 초고속연결사회를 구축하게 된다. 디지털 시스템은 제조업체들의 생산혁명, 경제활동 주체들의 공유혁명 그리고 산업사회에 익숙해져 버린 인간들의 오랜 상식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정체성 혁명으로 이어진다.

산업사회의 중심이던 제조산업은 생산원가를 절감할수록 가치가 상승되는데 비해서 지능사회의 주축이 되는 서비스산업은 사용자의 체험이 간편해지고 편리할수록 사용자가 몰리고 가치가 상승되게 된다. 즉, 물질의 양이나 소유보다 체험을 통한 삶의 질 개선 효과가 더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이 됐다.

기술발달 수단이 하드웨어의 첨단화보다 소프트웨어의 지능화로 바뀌고 있다. 지식 클라우드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생체감각을 뛰어넘는 사물센서를 휴대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사회시스템 덕분에 개인들의 일처리 역량이 급속히 증강되고 있다. 사람들은 지루하고 힘들고 까다로운 업무는 자동기계에게 양보하고 전혀 새로운 일거리에 열중하게 되는 21세기 일자리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힘과 인내심이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던 고된 일자리들은 점차 줄어들고 취미생활로만 여겼던 즐거운 놀이행위들이 일자리가 되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면서 삶이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가 전혀 새로운 경지로 바뀌는 정체성 혁명을 겪게 된다. 정량적인 유형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정의하기 힘든 무형의 나만의 성공에 점차 익숙해지게 된다.

기계학습모델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기술이 모든 산업의 비즈니스에 적용되고 있다. DNN. CNN, RNN 등 뇌신경망 심층학습알고리즘들은 재무, 도소매, 이미지, 통역, 건강관리, 보안, 교육, 제조에 이르는 대부분 산업의 기술적 도약에 기여하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서비스 사업자들은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각자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게 알고리즘을 서비스 해준다.

인공지능기술이 아직은 빅데이터의 기계학습에 주로 의존하지만 실시간으로 변화무쌍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춤 해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상에서 현장모델들을 충분히 학습훈련 시키면 인체의 척추신경처럼 주변환경변화에 즉시 반응하는 기계지능이 가능해 진다고 믿게 됐다.

데이터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궁극적으론 기계가 데이터 변화를 스스로 학습해서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일처리를 전담하는 인지적 자율학습단계 까지도 전망한다. 인공지능의 강화학습 모델이나 자율적 판단능력은 인간의 검열을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의사결정과정을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아무리 강력한 자율학습모델이라도 사용자가 언제든지 자율작동 수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통제 수단을 부가함으로써 기계의 자율작동 결과를 사용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산업의 디지털 제조혁명은 지금까지 이론적 체계 속에서 구축되어 온 물리화학적 조업모델들을 인공지능 모델이 보강하는 현실+가상의 결합으로 가능해 진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시뮬레이션은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엔지니어링 모델 또는 조업모델의 보강을 목적으로 도입된 디지털 트윈의 성공은 시뮬레이션이 수행되는 경계조건이 명확할 때 신뢰할 수 있다. 현장에서 측정된 데이터는 컴퓨터계산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무 작업에 적용된 인공지능 모델의 성과는 단말장치의 척추신경과 같다. 제조업 현장에선 인공지능 모델이 아직은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제어편차요인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인당 소득 수준이 3만불을 넘어선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선진국 일원이다. 국내 제조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원가절감이나 품질향상만으론 확보하기 힘들다.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상품의 디지털 지능화와 함께 차별화된 상품가치를 높이는 묘수를 발굴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무인제조공장의 확산은 물론이고 고유한 상품가치와 서비스를 개척해야 한다.

초고속연결망 속에서 사용자의 욕구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그들의 체험가치를 높여 줄 개별맞춤 상품 및 서비스 제공 기술이 절실하다. 상품개발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생산 작업에 모두 디지털 기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빨간 머리 마술에 걸린 다람쥐 쳇바퀴 속 노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비즈니스 영역들은 디지털 무한혁신 속에서 전문영역별 경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제 제조 산업의 발전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포함한 연관 산업기술과의 결합으로만 가능해진다. 기계장치의 작동성능 보다 활용분야의 맞춤성능이 더 중요해졌다. 누구나 추구하는 제조업의 스마트공장화보다 첨단기술이 결합된 관광·오락산업이나 바이오산업에서의 스마트화가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 올 것만 같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현실화 되는 속도는 가끔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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