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SBI저축 광고비, 263억→243억원 8% 줄었지만 실적은 47%↑

‘웰뱅’ 출시 웰컴저축, 광고비 105억→222억원, 홍보 비용 2배 늘려

10대 저축은행 중 광고비 100억원 이상 지출 SBI·OK·웰컴 등 3곳 그쳐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호황을 누린 가운데서도 광고선전비 지출은 대폭 줄이는 등 업체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자산 상위 10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유진-페퍼-웰컴-JT친애-OSB-애큐온-모아저축은행, 이상 2018년 12월말 기준 자산 상위 순)의 2018년도와 2017년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10대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097억원을 기록, 2017년(3971억원) 대비 당기순이익이 28.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총 910억원을 지출하는 등 홍보에는 다소 인색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 OK, 지난해 광고비 268억원 ‘최고’, SBI 243억원-웰컴 222억원 순…나머지는 100억원 미만 지출

지난해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쓴 저축은행은 업계 2위(이하 업계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계 상위 순) OK저축은행이다. OK저축은행은 2018년 268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이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243억원을 광고비로 사용했다. 2018년 세 번째로 많은 광고비를 쓴 저축은행은 업계 순위 6위인 웰컴저축은행으로 지난해 222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집행했다.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광고비로 각각 268억원과 243억원, 222억원 씩을 광고비로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나머지 7개 저축은행은 모두 광고비가 200억원은 커녕, 100억원에도 못 미쳤다.

네 번째로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저축은행은 유진저축은행으로 지난해 광고비로 53억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업계서 광고비 지출을 네 번째로 많이 한 유진투자저축은행도 OK-SBI-웰컴 등 광고비 지출 ‘빅3’ 저축은행들이 사용한 광고비와 비교하면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그쳐 광고비 집행에 있어서 빅3 저축은행과 나머지 저축은행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비 지출 5위는 JT친애저축은행(업계 순위 7위)으로 지난해 48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이어 6위는 지난해 30억원을 광고비로 사용한 애큐온저축은행(업계 순위 9위)이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업계 순위 3위)이 28억원을 지난해 광고비로 집행해 7위에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업계 순위 5위)은 2018년 광고선전비로 7억6000만원을 지출해 8위에 위치했다.

업계 순위 10위이자 상위 10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총 자산이 2조원에 미달하는 모아저축은행이 지난해 광고비로 5억8000만원을 사용해 광고비 집행 순에서는 10대 은행 중 9위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업계 순위 7위인 OSB저축은행이 광고비는 지난해 10대 저축은해 중 가장 적은 4억1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 역대 최대 실적 호황 누린 저축은행 업계, SBI저축·OK저축 등 광고비 줄여

저축은행들은 2018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업계 전체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들의 2018년 당기순이익은 전년(1조762억원) 대비 3.9%(423억원) 늘어난 1조11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2017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더욱 보폭을 넓혀 또 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OK저축은행이 2018년 하반기 새롭게 선보인 자체 캐릭터인 ‘읏맨’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상위 10대 저축은행 10곳 중 7곳이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업계 1, 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비는 전년 대비 10% 가량 줄이는 등 광고비 지출을 아꼈다.

10대 저축은행 중 지난해 광고비로 200억원 이상을 사용한 3개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가운데선 오직 웰컴저축은행만이 늘어난 실적만큼이나 광고비 집행도 커졌다.

지난해 가장 많은 268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OK저축은행은 2017년엔 광고비로 300억원을 썼다. 전년 대비 광고비 집행이 10.7% 줄었다.

이에 반해 OK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957억원으로 2017년(780억) 대비 22.7% 증가했다.

이에 대해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과정에서 이해상충 방지 계획 규제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줄여나가기로 당국과 협의하면서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광고비 지출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014년 7월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또한, 저축은행 TV광고의 경우 밤 10시 이후에만 노출이 허용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노출시간이 적은 편”이라며 “특히 당사는 홍보 채널을 다변화 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TV광고 등에 비해 단가가 싸면서 홍보 효율이 높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광고를 늘렸고, 이에 따라 절대적인 광고비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 광고심의 규정 24조 2항에 따르면 저축은행 TV광고의 경우 평일엔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광고를 할 수 없고, 주말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광고를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저축은행 TV광고를 노출시킬 수 없도록 평일엔 학생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인 오전 9시부터 낮 1시, 그리고 심야 시간대인 밤 10시 이후로만 광고를 틀 수 있다”며 “여기에 주말의 경우 밤 10시 이후 심야에만 광고를 틀 수 있어 사실상 하루 종일 광고가 금지돼 있는 셈”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SBI저축은행 광고모델 한지우가 출연한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 중 두 번째로 많은 243억원을 광고비를 사용한 SBI저축은행도 2017년(263억원)에 비해선 광고비가 7.6% 감소했다.

반면,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889억원에서 지난해 1310억원으로 47.4%나 증가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사는 개인 금융 비중이 높은 타 저축은행들과 달리 기업금융 비중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고, 해당 부문에서 이익도 많이 나왔다”며 “기업금융의 경우 개인금융과 달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광고를 이용한 홍보비가 지출될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명했다.

◇ 웰컴, ‘웰뱅’ 출시로 광고비↑…OK, 인터넷 광고 치중, SBI는 기업금융 비중 높아 광고비↓

한편, 지난해 세 번째로 많은 광고비(222억원)를 쓴 웰컴저축은행은 늘어난 실적 대비 이상으로 광고비를 크게 늘려 공격적인 홍보를 선보였다.

2017년 광고비로 105억원을 사용한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에 이보다 두 배 많은 222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집행해 전년 대비 광고비를 111% 늘렸다.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33억원으로 2017년의 350억원과 비교해 80.9% 불어났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사의 모바일 플랫폼인 웰컴디지털뱅크를 지난해 4월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홍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하면서 광고비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웰컴저축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웰컴 디지털 뱅크’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광고비로 200억원 이상을 지출한 3개 저축은행 다음으로 많은 53억원을 광고비로 쓴 유진저축은행의 경우 2017년에도 53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7년 53억3357만원에서 지난해 53억4303만원으로 1000만원 정도 광고비를 더 썼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7년 380억원에서 지난해 383억원으로 3억원 정도 소폭 증가했다.

다음으로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JT친애저축은행도 광고비가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2017년에 48억1215만원을 집행했고, 지난해엔 48억3188만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해 전년 대비 2000만원 가량 광고비가 늘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2017년 28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으로 역시 광고비를 소폭 늘렸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7년 253억원에서 지난해 176억원으로 30.4% 줄었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에 이어 업계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광고선전비가 2017년 29억원에서 지난해 2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특히 업계 1, 2위인 SBI(243억원)나 OK(268억원)에 비하면 광고비 규모가 10분의 1 수준으로 광고비 지출에 인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사는 신용대출 보다는 담보대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담보대출 영업의 경우 신용대출보다는 홍보의 필요성이 적어 광고비 규모도 적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7억6000만원을 광고비로 사용해 전년(3억7000만원) 대비 광고선전비를 두 배 이상 늘리는 공격적인 홍보 행태를 보였다. 반면 실적은 부진해 2017년 159억원에서 지난해 85억원으로 46.5% 쪼그라들었다.

5억8000만원을 광고비로 집행한 모아저축은행은 2017년 2억6000만원을 광고비로 사용했지만 2018년엔 광고선전비를 두 배 이상 늘렸다, 실적 역시 당기순이익이 2017년 333억원에서 지난해 486억원으로 31.5%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가장 적은 4억1000만원을 광고비로 집행한 OSB저축은행은 전년 광고비 6억1000만원에서 광고비용을 2억원이나 줄였다. 실적도 부진해 당기순이익이 2017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240억원으로 9억원 감소했다.

SBI저축은행의 ‘SBI 중금리 체조’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한편,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 특성상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홍보 활동을 벌이는 데 대해 당국의 규제도 강하다”며 “소비자들도 광고를 통해 저축은행을 사용하는데 아직 저항심리가 있어 저축은행으로선 공격적인 홍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리테일 영업(개인 금융 거래)이 활발한 일부 대형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직접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영업망도 적은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굳이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들이면서까지 고객을 상대로 홍보를 할 이유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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