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선·대선 의식했나…“약점은 최대한 줄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한국당 “19일 중앙당 윤리위 소집…‘5·18 폄훼·세월호 망언’ 징계 논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당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앞에서 열린 5주기 추모식에서 헌화 및 분향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인천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한 달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19일 중앙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른바 ‘5·18 망언 공청회’와 관계된 의원들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한다. 황교안 당대표가 지난 2월 취임한 뒤, 약 50일 만이다.

그간 황 대표가 ‘5·18 망언’ 징계 일정에 대한 질문에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부분이 없지 않다.

실제로 황 대표는 지난 3월 5일 김영종 한국당 윤리위원장의 사의(辭意) 표명에도 윤리위원장 재선임과 관련된 절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5·18 망언공청회’를 주최하거나 참석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또한 지연됐다.

이에 더해 황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선 해당 공청회와 관련 당 윤리위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은 이종명 한국당 의원에 대한 ‘제명 동의 표결 안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후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경태 수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내에서 새 윤리위원장의 조속한 선임과 ‘5·18 징계’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황 대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황 대표가 이처럼 ‘5·18 징계’ 절차를 차일피일(此日彼日) 미루자, 당 내에서도 균열이 생겨났다.

지난 3월 6일 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은 “세 분(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이 무슨 얘기를 했기에, 무슨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홍 의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임 (김병준) 비대위가 이 문제에 대해 잘못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여당이 이 문제를 갖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 않게, 끌려가지 않도록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로 하시길 바란다”고 징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망언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도 이 자리에서 “여당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 우리를 가두고, 미리 계획된 그 링에서 우리끼리 설왕설래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세월호 5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이른바 ‘세월호 망언’ 논란이 불거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 하세요. 이제 징글징글해요” (16일, 정진석 의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변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 먹는다” (15일, 차명진 전 의원) 등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세월호 막말’ 이 잇따르자 황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 대표의 사과에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한국당 윤리위는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세월호 망언’, ‘5·18 폄훼 발언’ 등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19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전·현직 의원들의 ‘세월호 망언’ 논란이 한국당 윤리위 소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고없이, 불과 사흘 전에 윤리위 소집 일정을 발표한데다, ‘세월호 망언’ 논란이 불거진 날 발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당 내에선 당초 ‘5·18 기념식’ 일정을 고려해 4월 내에 ‘징계 절차’를 마무리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이를 적용하면 반대로 ‘세월호 망언’ 논란이 윤리위 소집 일정과 비슷한 시점에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정기용 신임 한국당 윤리위원장은 16일 “본래 5·18 폄훼 당사자들과 관련 윤리위 소집이 19일로 예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6년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부터)와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위원장,천정배 공동대표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보수진영 대선주자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약점’은 최대한 줄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 같다”며 “세월호 참사 (일반인) 추모식에 참석하고, 당내 망언에 대해 징계 절차를 결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황 대표가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고려해) 중도 표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내 극우 세력이 존재한다고 비춰지는 것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며 “(실질적인) 징계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액션(시늉)만 취한다고 해도 ‘극우 논란’은 다소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에 (앞서 미뤄왔던) 당 윤리위원장 선임 절차도 (최근에)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 망언’에 대해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당의 변화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18 망언은 황 대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당 대표가 됐더라도 (징계 절차를) 피하기 어려웠지 않나 싶다”며 “이미 (한국당 윤리위에서) 이종명 의원에 대해 제명 징계를 내린 터라, 계속 미루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당 윤리위와 달리 국회의원들의 징계안을 심사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향후 구성·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는 비공개 회의에서 여야 위원들이 위원장 선임을 놓고 충돌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추천한 3명의 위원은 이날 민주당이 추천한 위원이 위원장에 선임되는 것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후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자문위는 당초 이달 9일까지 ‘5·18 망언 공청회’ 포함 징계안 18건에 대한 의견을 낼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추천 위원 3명이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구성·활동이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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