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미성년자녀들의 양육비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양육비 이행 확보는 민생문제인 동시에 미성년자녀의 인권문제"

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예전에는 이혼이 드물었으나 이제는 주변에서 종종 이혼가정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혼 당사자가 '돌싱'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한부모 가정은 요즘에는 그저 가정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도 이혼 건수는 10만8,684건이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녀가 있는 이혼 건수는 5만1,069건으로 약 절반에 이른다. 미성년자녀가 포함된 이혼 건수가 매년 약 5만2,000건 정도 발생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로 남게 된다. 이혼 가정의 경우, 양육부·모 혼자의 힘으로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미성년 자녀가 열악한 양육 환경에 놓이는 사례가 많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2015년 기준 189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인 43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법과 가사소송법에는 이혼 가정의 미성년자녀를 위해 양육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여러 제도가 마련돼 있다. 부부가 협의 이혼을 할 때 반드시 양육비에 관해 합의를 하도록 강제돼 있고, 합의한 바에 따라 강제집행할 수 있는 양육비 부담조서의 작성도 의무화돼 있다.

가정법원은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당사자의 재산을 명시하도록 하거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다. 이혼사건에서 당사자는 가정법원에 양육권과 양육비 지급, 면접교섭권에 관해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 양육부·모는 비양육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 가정법원에 비양육부·모에 대한 양육비 이행명령, 담보 제공명령이나 일시금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비양육부·모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에 대해 비양육부·모가 받을 급여에서 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직접 지급하도록 직접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다. 아울러 양육부·모는 비양육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과태료나 감치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필자가 2008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일할 때 재산명시, 재산조회, 양육비이행명령, 담보제공명령, 일시금지급명령, 직접지급명령, 과태료 인상, 감치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성안해 의원입법으로 제출했고, 이듬해인 2009년 4월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기억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롭기만 하다.

양육비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민법과 가사소송법을 정비한 것 외에도 2015년 3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이에 따라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신설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가 컸다고 생각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상담, 법률지원, 추심지원,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 자료 요청, 제재조치,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등 업무를 담당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지난 4년동안 양육비 이행을 위해 많은 실적을 거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2018년도 상담 건수는 3만2,072건에 이른다. 또한 지원 접수 건수는 3,925건,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지원을 받아 지급된 양육비 누계는 40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제도와 기구가 보완됐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강제 집행절차, 비양육부·모의 의도적인 회피 등으로 인해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양육부·모가 양육비 채권을 확보한 경우에도 양육비 이행률은 2018년 12월까지 약 32.3%로 10명 중 7명은 여전히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육비를 못 받아 생계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육부·모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국가와 사회에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양육비해결모임 소속 250명은 올해 2월 "양육비 미지급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225명은 지난해 11월 양육비 미지급자들을 아동학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집단 고소를 했다.

양육비 이행 확보는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와 사회가 풀어야할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잖은 노력과 발전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도를 설계할 때 도입을 주저했던 제도까지 포함해 획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난 2014년 2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만 해도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비롯해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이 양육비채무자의 국세·지방세, 토지·건물, 건강보험·국민연금, 출입국 등 재산정보 제공을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 등이 있었다. 아울러 금융정보·신용정보·보험정보 제공을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 여성가족부장관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의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 등이 함께 검토됐다.

하지만 국가재정상의 어려움, 법무부와 경찰청, 금융위원회의 반대에 가로막혀 이같은 제도들이 도입 문턱에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국가의 양육비 대지급제도에 관해 OECD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등 18개 국가가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제27조에서는 “모든 아동은 부모의 혼인상태와 무관하게 그 신체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재정 여건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는 국가의 대지급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이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되었거나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최대 12개월까지 한시적으로 긴급지원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한시적 긴급지원 제도의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대상을 넓혀 가면서 국가의 재정상황이 허락될 때 대지급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논의되고 있는 제도는 여성가족부장관이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양육비 채무자의 토지, 건물 등 재산정보와 금융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방안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장관은 한시적 긴급지원의 경우에 양육비 채무자의 토지, 건물 등 재산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도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으나 그 외에는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정보의 경우에는 예외없이 본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양육비 채무자가 동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재산정보와 금융정보 취득을 본인이 동의한 경우로 제한한 이유는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 보호 때문이다.

양육비 문제는 미성년 자녀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양육 책임이 있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지 않으면 국가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양육을 해야 한다. 자기가 낳은 자녀의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즉 국가가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그의 재산정보와 금융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된다고 봐야한다.

양육부·모들은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금지를 하는 제도와 운전면허를 취소·정지하는 제도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출국금지 제도와 운전면허 정지·취소 제도가 도입된다면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출국금지 제도는 형사소송 및 형집행, 세금체납, 병역 위반 등 출국할 경우 공익을 해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내려지는 처분이고, 운전면허 정지·취소 제도는 도로교통법위반자나 차량을 범행에 사용한 자 등 공익을 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제도다. 따라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를 제재하는 수단으로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정지 등을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게 과태료나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이유는 다른 개인적 채무와 달리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양육비 불이행시 여권발급 제한, 운전면허 취소 등 행정적 강제수단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참조할만 하다. 우리도 이같은 제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당장 도입할 재정적 능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양육비 채무자가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 양육비 이행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정지·취소와 같은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양육비 이행 확보와 관련해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은 바로 비양육부·모의 입장과 감정에 대한 고려다. 예컨대 가정법원이 감치명령을 내려 감치했을 경우 양육비 채무자가 오히려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서 더욱 강경하게 양육비 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비양육부·모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양육비를 못 주는 경우도 있고, 재혼가정과의 관계 때문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을 터이다.

지급한 양육비가 자녀를 위해 제대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고, 미성년자녀와의 면접 교섭을 원하고 있다는 점 등도 감안해줄 필요가 있다. 양육비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려면 비양육부·모와 미성년자녀와의 면접교섭 기회를 보장하고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비양육부·모와 미성년자녀의 면접교섭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이혼 이후 미성년자녀의 양육비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상의하고 양육비가 미성년자의 양육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펼칠 필요가 있다. 양육부·모는 비양육부·모와 미성년자녀의 면접교섭권을 충분히 보장해춤으로써 비양육부·모가 미성년자녀와의 친밀감을 계속 유지하는 가운데 자신이 지급한 양육비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양육부·모도 양육부·모에 대한 감정과 불신 때문에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지 않도록 국가가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양육비 이행 확보는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민생문제인 동시에 미성년자녀의 인권문제에 해당된다. 국가의 대지급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한시적 긴급지원 제도를 확대하고, 여성가족부장관이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정보와 금융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정지·취소 제도를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미성년자녀들의 양육비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이건태 법무법인 동민 대표 변호사 프로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29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19기)을 수료했다. 199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초임 검사로 첫발을 내디딘후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형사제2부장검사, 인천지검 제1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동민 대표변호사로 활동중이다. 강직하면서도 겸손해 인맥이 두터운 편이다. 법·제도를 통한 민생(民生) 개선이 관심사이며,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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