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사업, 남북관계서만 국한…스냅백 적용된다면 北 약속 불이행시 원상회복 가능”

가장 오른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멈췄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추가 다시 움직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1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대화 재개를 위한 실마리 찾기에 나선다. 대미특사 형식이 아닌 이른바 톱다운(Top-Down) 정상외교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어느 정도 호응해줄지가 관건이다.

마침 한미정상이 만남을 갖는 시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별도의 ‘새로운 길’을 선언할 공산이 크다는 징조가 엿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남북미의 숨 가쁜 정상 외교전이 4월 한반도 정세를 급박하게 돌아가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의 분위기는 엄혹하지만, 한미 간의 비핵화 전략 짜기는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번 한미정상회담도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인해 성사된 만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정은 위원장과의 중재 노력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바도 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비핵화 접근하는 방식을 두고 북한의 ‘단계적 방식’과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우리 정부 역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포괄적 접근을 통한 단계적 이행이라는 중재안을 갖고 미국과 조율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하기 위해선 적어도 수차례의 스몰딜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스몰딜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재완화 방안의 협상안, 즉 ‘스냅백’(Snapback)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지난 3월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주장한 바 있어, 한미정상 간에 스냅백 대상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북제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내용으로 미국이 독자적으로 적용시킬 수는 없는 만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스냅백 대상으로 미국이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부터 줄곧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해온 바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경협사업은 남북관계에서만 국한되는 것으로, 스냅백이 적용된다면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원상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다. 북측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이산가족 화상상봉뿐만 아니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서의 6·25전쟁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 등 ‘9·19 군사합의’ 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은 공교롭게도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11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포스트 하노이’의 정책방향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결과를 주시한 뒤, 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행동’을 취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 측 입장을 북한측에 전달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일정 조율에 들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문 대통령은 남북과 북미의 신뢰관계를 증진·개선해나갈 물꼬를 터야 하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을 제 궤도로 올려놓고, 비핵화 협상 진전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구축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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