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 의중 파악 끝난 문 대통령, 4월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조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사진=연합뉴스 자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지난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비핵화 협상’ 합의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숙고’해온 결과물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 재개를 위해 문 대통령이 선택한 묘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중을 동시에 파악해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투트랙’ 전략인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문 대통령은 오는 4월10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결정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41일만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북미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대북특사·대미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나서는 ‘톱다운’(Top-Down) 정상외교가 이뤄지는 셈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 관계 강화뿐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조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협의를 할 예정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미 공조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직후 북미 간의 비핵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모종의 ‘탐색전’을 전개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외교부 강경화·통일부 조명균·국방부 정경두 장관 등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들이 최근 국회 관련 상임위에 출석해 대미·대북 특사 및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해온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내용을 한국의 입장에서 ‘재구성’해보고 북미정상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후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의 핫라인 가동 등 한미 간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져온 만큼, 결국 한미정상회담 일정 확정은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의 의중을 분석하는 프로세스가 끝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런 과정을 복기해보면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 원인과 이를 토대로 남북미를 둘러싸고 있는 비핵화 로드맵·견해차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톱다운 방식을 기본적인 외교방침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세울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톱다운 외교의 방향성, 그리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정상이 역대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남북미 정상들 간의 직접적인 만남을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이번 만남을 포함해 7번째로 이뤄진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숫자와 동일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일정 확정을 계기로 한편으로는 4차 남북정상회담도 뭍 밑에서 꾸준히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는 ‘4월 한미정상회담 이후’가 유력해 보인다. 한미 정상이 비핵화 로드맵의 어떤 접점을 찾을지 김 위원장도 초미의 관심을 갖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측이 하노이 회담 이후 밝힌 ‘새로운 길’의 방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남북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아직 이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도 “정부는 이른 시일 내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한미의 경우처럼 ‘톱다운’ 방식이 선호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해 초유의 3차례 정상회담을 치르면서 양국 간에 정상회담 분위기는 활발하게 조성돼 있고 노하우 역시 충분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6개월이 넘도록 기약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의전·보도·경호 등 준비가 쉽지 않은 서울이나 이미 문 대통령이 다녀온 북한 내부의 도시보다는 5·26 남북정상회담처럼 판문점에서 회담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특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의 비핵화 로드맵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등이 정중히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가 아무래도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는 톱다운 방식의 정상외교보다는 현재와 같은 엄혹한 분위기의 북한 사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묘수’가 될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해 대북통·대미통 조합으로 최적의 특사 라인으로 평가받으며 김 위원장과 얼굴을 익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다시 한번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특사가 맡을 과제는 역시 북한과 미국이 갖고 있는 비핵화 로드맵의 ‘접점 찾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 해법은 북한의 단계적과 미국의 포괄적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북미 간에 합의보다는 이행이 가능하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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