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지난해 6조1007억원 이자수익 1위…기부금은 559억으로 0.92% 불과

이자수익 2위 5조5860억원 신한은행도 기부금은 326억원만 내 0.58%에 그쳐

전문가 “국민자산 이용해 수익 내는 은행권, 사회공헌에 좀 더 적극 행보 보여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권이 지난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 즉 예대마진을 통해 수 조원의 이자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사회 환원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돈 놀이로 ‘배를 불려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은행들이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하는 기부금은 이자 수익 대비 1%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국민 자산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권이 사회공헌 활동에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 국민은행, 지난해 기부금 559억원 내 은행권 1위…이자수익 대비 비율은 0.92%

18일 중앙은행과 특수은행, 국책은행을 제외(개인금융 취급하는 기업은행은 포함)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13곳(국민, 신한, 우리, 하나, 부산, 기업, 대구, SC제일, 씨티, 경남, 광주, 전북, 제주은행. 이상 기부금 상위 순) 대상으로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 현황(2018년 3분기 보고서 기준)을 살펴본 결과 이들 은행들이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은 총 200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지난해 이들 13개 은행들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인 예대마진을 통해 얻은 이자수익(이하 지난해 총 누적 기준)은 총 34조434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은행권 평균 이자수익 대비 기부금 지출 비중은 0.58%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2018년 559억원의 기부금을 출연했다. 이자 수익 대비 기부금 비중도 국민은행이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6조1007억원의 기부금을 올려 이자수익 대비 기부금 비중이 0.92%를 기록했다. 이는 이자수익 대비 기부금 비중이 1.30%으로 13개 은행 중 가장 높은 부산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양호한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 기업이 얼마나 많은 기부금을 내는지 판단하는 여부는 이자수익이 아닌 당기 순익 대비로 따져야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당행의 당기 순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거의 3%에 육박해 상당히 많은 재원을 사회공헌 활동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다음으로 기부금을 많이 낸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326억원의 기부금을 출연했다. 이자수익은 5조5869원으로 기부금 비중은 0.58%이었다. 13개 전체 은행권 이자수익 대비 기부금 비중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세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출연한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282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자수익은 5조6510억원으로 이자수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0.50%였다. 전체 은행권 평균(0.5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기부금 4위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227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자수익은 5조2075억원으로 기부금 비중이 0.43%에 그쳐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고, 평균보다도 낮은 편에 속했다.

4대 시중은행들이 기부금 출연 상위 순도 1~4위를 싹쓸이 한 가운데 이들 4대 은행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낸 은행은 151원의 기부금을 출연한 부산은행이었다.

부산광역시 남구 부산은행 본점 전경. 사진=BNK부산은행 제공
특히 부산은행은 이자수익(1조2242억원) 대비 기부금 비중이 1.3%로 전체 은행권에서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조사 대상 13개 은행 중 기부금 비중이 1%를 넘는 은행도 부산은행 단 한 곳 뿐이었다. 이어 국민은행의 기부금 비중이 0.92%로 1%에 근접했을 뿐, 나머지 은행들의 기부금 비중은 대부분 0.3~0.5% 수준에 그쳤다.

◇ 부산은행, 이자수익 대비 기부금 비중 1.3%로 가장 높아…기업은행은 0.29% ‘최저’

다음으로는 기업은행이 151억원의 기부금을 내 여섯 번째로 기부금을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은행의 이자수익(5조2075억원) 대비 기부금 비중은 0.29%로 조사 대상 13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인 당행의 개인 금융 규모는 4조원 수준으로, 주요 시중은행에 비하면 크게 낮은 편이라 다른 은행들과 동일하게 이자 수익과 비교해서 기부금 비중을 산출하는 것은 당행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당행은 시중은행 대비 기업 대출의 비중이 높고, 그만큼 리스크도 시중은행보다 높기에 타행 대비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놓는 까닭에 이자수익이 높아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당행의 이자수익에서 충당금을 빼고 기부금 비중을 비교하거나, 이자수익이 아닌 순익 대비 기부금 비중으로 따질 경우 기부금 비중은 타행 대비 낮은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기부금 7위 은행은 대구은행으로 66조원의 기부금을 출연했다. 이자수익은 1조1629억원으로 기부금 비중은 0.57%이었다. 전체 은행권 평균(0.58%)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다음으로는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이 65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자수익(1조1478억원) 대비 기부금 비중은 0.57%으로 은행권 전체 평균(0.58%)과 역시 거의 비슷하다.

이어 아홉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출연한 은행은 SC제일은행과 같은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었다.

씨티은행은 61억원의 기부금을 냈고, 이자수익은 1조378억원으로 기부금 비중은 0.59%를 기록, 은행권 평균(0.58%)보다 약간 더 높았다.

다음으로 기부금 출연 하위 4개 은행들은 모두 지방은행들이 차지했다.

경남은행은 기부금 47억원에 이자수익은 8656억원으로 기부금 비중은 0.54였다. 이어 광주은행이 기부금으로 34억원을 지출했고, 이자수익은 6023억원을 거뒀다. 기부금 비중은 0.56%다.

전북은행은 기부금 21억원, 이자수익 4292억원으로 기부금 비중이 0.49%를 보여 기부금 비중이 평균 대비 뒤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제주은행이 조사 대상 13개 은행 중 가장 적은 4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자수익은 1218억원으로 이자수익 역시 가장 적었지만 기부금 비중도 0.33%에 그쳐, 기업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기부금 비중이 낮았다.

이에 대해 제주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수도권 등에서도 영업활동을 벌이는 타 지방은행들과 달리 제주도 내로 영업활동이 한정된 로컬은행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지역 내 사회공헌활동도 제주도 내로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행의 제주도 내 기부금 출연은 주로 소규모 기관, 단체, 기업 등에 이뤄지는데 이 경우 기부금으로 전표를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재무재표 상에 반영되지 않는 사회공헌비용이 많다”고 말했다.

◇ 전문가 “국민 자산으로 수익 내는 은행권, 타 업권보다 사회공헌활동에 좀 더 치중해야”

한편, 전문가들은 국민 자산이 근간이 되는 이자 수익으로 순익의 상당수를 올리는 은행권의 특성 상 좀 더 사회공헌 활동에 치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우리나라 전반적인 기업들이 대부분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1%에 못 미치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권오인 국장은 “특히, 제조업이나 굴뚝 기업들은 수출을 통해 국부를 늘릴다는 시선도 있는데 반해 금융권 특히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로 대변되는 우리 국민들의 자산으로 ‘돈 장사’를 벌여 수조원 수준의 막대한 이자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국장은 “내수 위주의 비중이 크고, 국민들의 금융 자본으로 성장해온 은행업권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은행들이 타 업종 기업들과 비교해서도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서 좀 더 차별화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사회적인 책임 의식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권은 금융권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대기업으로써, 좀 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기업 운영의 가장 큰 목표는 이윤 창출이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과거엔 주목하지 않았던 사회 환원의 책임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효창 교수는 “이전에는 단지 이익을 많이 내 주주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이익 창출에만 치중하고,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히 하는 기업은, 특히 글로벌 경쟝에 있어서, 그리고 대기업일수록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는 은행권 역시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국내 은행들이 해외 은행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기기 위해선 단지 방어적으로 사회 환원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원에 적극적인 해외 은행들과 비교해 사회공헌활동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제공
은행권이 좀 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가계 대출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기업대출이 부실채권화 되면서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고, 이에 따라 안정화 측면에서 2002년부터 가계대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현재 은행 수익의 상당수가 가계 대출을 통해 이뤄지는데 은행들이 서민 금융 지원 측면에서 취약 계층을 위한 저금리 대출 지원에 나서는 방향으로도 사회공헌활동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가계 대출에 치중된 은행의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서 예대마진을 통해 올린 이자수익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중소기업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유망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기업대출을 강화하고, 산업자본으로서의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수는 “은행 본연으로서 사업 영역에 있어서 친환경 금융 상품을 개발하거나 지속 경영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등 다양한 사회적 책임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 서민들에 대한 저금리 대출 확충이 은행의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 의식을 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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